이스트소프트, 젊은 조직의 ‘튀는’ 소통법
이스트소프트, 젊은 조직의 ‘튀는’ 소통법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04.29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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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로부터의 ‘존중+경청’문화, 창의성 살려

[더피알=이슬기 기자] 창립 20주년에 직원 400여명, 이스트소프트(ESTsoft)는 중견기업인만큼 대표의 성향이 사내커뮤니케이션(이하 사내컴)에도 크게 작용한다. 대학시절 이스트소프트를 창립한 김장중 대표는 올해 41세, 대표만큼 구성원도 젊은 조직은 시스템을 앞서는 자유분방함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지난해 9월 7일, 이스트소프트는 금요일 5시 서초동 사옥 카페테리아에서 맥주파티를 열었다. 근무시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벌어진 이 파격적인 파티는 김장중 대표가 가볍게 던진 페이스북 질문에서 시작됐다.

▲ 지난해 9월 7일, 김장중 대표의 페이스북에서 촉발된 맥주파티. 맥주와 안주가 무제한 공급됐던 이날 파티 금지사항은 '본사 내 오바이트' '키보드에 맥주샤워' 등이었다.

파티 전날 김 대표는 자신의 담벼락에 ‘요즘 젊은 분들은 회식이나 워크숍 싫어하나요?’라고 넌지시 올렸다. 이에 대다수가 ‘퇴근 후나 주말은 싫다’고 하자 그는 ‘새참과 낮술로 회식을 해야겠군요’라고 맞받았다.
약 3시간 후 김 대표는 ‘언젠가’ 5시 맥주파티를 제안했다. 빗발친 댓글과 ‘좋아요’에 따라 다음날인 금요일이 거사일로 낙점됐다.

이날 아침 김 대표는 직원 모두에게 당시 유행하던 드라마의 대사 ‘날 좋은 날!!! 예쁘게!!!’로 시작하는 번개 쪽지를 보냈는데, ‘ㅋㅋㅋ’과 ‘ㅡ ㅡ;;’ 등 각종 이모티콘과 유행어가 가득한 이 쪽지는 이후 포털 사이트에 퍼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터넷 소프트웨어와 게임을 개발하는 이스트소프트는 창사 20주년을 맞는 어엿한 중견기업이지만 그간 회사를 이끌어온 김 대표는 이제 갓 40대에 들어섰다. 전 직원이 그보다 젊으니 ‘직원 평균 연령 30세’란 소개가 어색하지 않은 젊은 조직이다.

▲ 지난해 한가위맞이 운수대통 이벤트, 전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원진이 복권추첨을 했다.

김 대표는 자사의 ‘카발’을 비롯한 온라인게임을 여전히 즐기고 ‘재미있는 CEO’를 지향한다. 그런 그에게 직원들은 세대차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 또 40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의 생일을 모두 자필카드로 챙기는 섬세함도 갖췄다.

업계 특성상 이직률이 높은데, 3년, 5년, 10년 장기 근속자들에게는 각각 ‘금반지’ ‘금메달’ ‘금열쇠’ 등을 포상한다. 사람을 중시한다는 그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질문하는 CEO, 재기 발랄 아이디어는 덤

이스트소프트의 소통방식은 김 대표만큼이나 자유분방하고 재기 발랄하다. 위의 사건을 촉발한 SNS를 비롯해 사내외 소식이 오고가는 아웃룩 게시판과 업무메신저 등 시스템 면에서는 특별한 점이 없지만, 그 안을 채우는 소프트웨어가 그렇다. 사내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이벤트도 재미와 아이디어가 양념처럼 첨가돼 조직에 활력을 더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직원들은 소소한 것부터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는 데 익숙하다. 그리고 회사가 그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고객의 니즈에 따라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사의 가장 큰 덕목 ‘사용자 가치’는 이스트소프트의 사내컴 방식에서도 유효하다.

▲ 출출한 오후 5시 이스트소프트 로비에는 다양한 간식이 준비된다. 기본적인 간식메뉴는 물론 최근 유행하고 있는 '카모메'의 오니기리도 있다고.

사내컴 담당자 강영임 과장은 사내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꼽았다. 매사 진행하기 전에 20~30명 이상의 직원들에게 먼저 물어봐서 반응에 따라 조정하고 결정한다고. 위의 맥주파티 시발점이 김 대표의 ‘질문’에서 시작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스트소프트(ESTsoft)는?

26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알약’ ‘알툴즈’를 개발한 회사로 인터넷 소프트웨어사업과 온라인게임 ‘카발(CABAL)’, 인터넷 포털 ‘zum’ 등을 서비스한다. 현재 CEO인 김장중 대표가 1993년에 ‘삶을 더 편리하게, 더 풍요롭게 만드는 회사’를 목표로 만들었다. 일본과 미국에 법인을 두고 있다.

 

▲ 김홍인 사원, 강석현 사원

블로그를 보면 흥미로운 사내 이벤트가 많은 회사 같습니다. 실제는 어떤가요?

김홍인(이하 김) : 입사 지원할 때 젊고 재밌는 회사분위기를 기대했던 게 사실이에요. 입사 6개월 차인데 아직은 그 이미지와 큰 차이는 못 느끼고 있죠. 물론 팀 문화가 따로 있긴 하지만요. 매일 반복되는 게 회사생활인데 가끔 이벤트가 있으면 활력소가 되죠. 이벤트에 일정한 패턴이 없다보니 ‘또 어떤 이벤트가 있을까’ 기대감도 있고요.
강석현(이하 강) : 전 지난번에 회사가 밀알복지재단과 같이 한 기부행사에서 햄버거 빨리 먹기 대회에 출전해서 상품도 탔었어요. 선뜻 원해서 나간 건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만... 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또 좋은 점이 직원들끼리 밥 먹으면서 할 얘기가 생겨서 좋더라고요. 업무는 아니지만 회사에 관계있는 얘기들을 하다보면 서로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같고, 성향도 파악할 수 있죠.

대표님이 재밌는 분 같은데, 직원들은 어떻게 느끼나요?

김 : 젊으시기도 하고 개그감도 있으시고 해서, 페이스북에 올리시는 내용들이 별로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거든요. 그렇게 SNS에서 또 회사에서 자주 뵙고 인사하니까 친근해요. 입사하고 나서 신입사원들에게 점심도 사주셨고(웃음) 특별한 대화를 하진 않았지만 언제든 필요한 얘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강 : 대표님이 격의 없으시다보니 전체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것 같아요. 내 의견을 개진하면 ‘모두 이루어진다’가 아니라 경청해서 충실히 검토한다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업무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개발업무에는 창의성이 필요한데 조직이 경직되 있지 않다는 건 굉장한 장점이라고 봐요.

혹시 아쉬운 점은 없어요?

강 : 사내 게시판과 메신저가 엄청 활성화돼 있어요. 업무관련해서는 거의 메신저를 이용하는데 저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가진 편이거든요. 오프라인 스킨십이 아쉬운 면이 있죠. 사무실을 둘러보면 다들 업무 중이니까 방해가 될 것 같아 자제하게 되는 면도 있고. 늘 일이 많거든요.(웃음)
김 : 맞아요. 저도 온라인 소통은 활발한데, 오프라인에서는 그에 못 미치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어요. IT회사라서 더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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