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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누굴 위해 종을 울리나
언론은 누굴 위해 종을 울리나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3.05.06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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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더피알=김광태] 요즘 홍보 임원들을 만나면 “언론 통폐합 주인공 허문도가 그립다”고 한다. 언론 횡포가 도를 넘어섰다는 얘기다. 군소 언론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이들 언론사로부터 받는 광고 협찬 압력은 거의 ‘조폭’ 수준이다. 기자가 광고와 기사를 거래 하는 것은 이미 상식화됐고, 메이저 언론사 지면에도 돈만 주면 홍보성 기사는 언제라도 실을 수 있다.

지난달 모 중견 그룹 홍보임원은 이런 상황을 견디다 못해 사표를 내던지고 A경제신문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사연인즉, A신문이 사옥이전 비용을 협찬형태로 요구했고, 이를 거절한 결과 시리즈로 기사보복을 당했다는 것이다. 또다른 기업의 홍보 임원도 얼마 전 모 언론사의 광고 협찬 요구를 거절해 문자테러를 당했다. 그는 해당 문자를 증거로 공갈협박죄를 물어 형사고발을 고려중이다.


여기에 더해 모 온라인 매체 오너는 기자들에게 월급 받으려면 광고를 가져와야 한다며 직접 주문까지 했다고 한다. 기자를 기자로 보는 게 아니라 영업사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언론 환경이 이렇다 보니 기자들 입장에서도 영업을 위해 의도성을 갖고 기사를 쓸 수 밖에 없다. 자연히 언론의 오보, 허위보도, 왜곡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30년 가까이 언론사에 근무하고 있는 모 국장은 “사회의 공기(公器)로서의 언론 기능은 이미 상실 됐다. 정부가 나서서 언론사 진입장벽을 높여 규제해야 한다. 오너가 언론사를 자신의 비즈니스 매개로 활용한다면 그게 기사 갖고 장사하는 장사꾼이지 언론사 사주냐”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기사=돈’. 한국 언론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10년 전만 해도 편집과 광고는 엄격히 분리돼 있었다. 언론인으로서의 긍지와 사명감도 대단했다. 필자가 현직에 있을 때의 일이다. 광고를 담당하는 과장이 가판을 보고 다소 부정적인 문장이 있어 광고국장에게 빼달라고 한 적이 있다. 광고국장은 광고주 부탁이라 편집국장에게 삭제요청을 했다. 그런데 이 편집국장이 버럭 화를 내며 “김광태 상무가 언제부터 광고 갖고 장난을 치느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 덕분에(?) 아침 배달판에선 부정적 제목에 비판적인 내용이 추가로 확대돼 나왔다. 담당 과장을 불러 “왜 쓸 데 없이 월권 행위를 해 이 사단을 만드느냐”고 크게 야단 쳤었다.

그렇다. 그 당시만 해도 언론사 편집국의 귄위는 살아있었고, 오로지 독자를 위해서만 그 힘을 행사했다. 언론은 권력과 돈과 상충한다. 거리를 둬야 한다. 가까이 하면 할수록 본연의 감시나 비판을 행할 수 없다. 한 장의 사진이나 한 줄의 기사가 세상을 바꾼 경우를 흔히 봤다.

‘기사=돈’ 무너지는 한국언론

그만큼 기자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러기에 기자는 기자로서의 정의감을 갖고 소명의식에 투철해야 한다. 뉴스에 자신의 판단이나 관점을 녹여서는 절대로 안된다. 이 판단이나 관점이 상업적으로 이용된다면 바로 사회적 흉기로 돌변한다. 부정부패와 권력 남용이 횡행한다.

제대로 된 기사, 올바른 기사, 비록 아픈 기사라도 홍보맨들은 그런 기사를 쓴 기자를 마음속으로 존경하고 갈채를 보낸다. 요즈음 언론사 경영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신문사들의 경우 지난해 실적이 전년과 비교해 매출과 이익에서 모두 대폭 감소했다. 메이저 언론사 중에도 적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곳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자의 양심을 돈 하고 바꿀 수는 없다. 오너 입장에서야 당장 한푼이 아쉬울 순 있다. 그러나 언론이 돈 맛을 알게되면 그 폐해는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 간다. 기사의 생명 신뢰도가 끊어지기 때문이다. 언론이 돈 때문에 권력을 함부로 휘둘러서는 안된다. 언론이 건강해야 사회도 건강하고 나라가 바로 선다.

언론사가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로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는 것이다. 편집국은 편집국대로 독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수 있도록 사실에 근거한 뉴스 만들기에 힘쓰고, 광고국은 광고국대로 회사 매출과 손익에만 주력하면 된다.

지난해 뉴욕타임지 구독료 수입이 사상처음으로 광고 수입을 추월했다. 독자에게 어떤 뉴스 어떤 정보를 제공 할 건지에 대한 고민 결과다. 선정적 기사 상업적으로 의도 된 기사에 혈안이 되어있는 한국 언론에 귀감이 된다. 오늘도 언론사 종은 울리고 있다. 그러나 과연 누굴 위해 울리고 있을까?



김광태

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서강대 언론대학원 겸임교수
前 삼성전자 홍보 담당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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