꽂히면 해보고 나눠야 직성이 풀려요
꽂히면 해보고 나눠야 직성이 풀려요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05.1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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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전도사’ 양석원 디캠프 팀장, 전 코업 대표

5월부터 세상의 문법과는 조금 다르게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그들이 사는 남다른 세상'을 시작합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남들 눈치 보느라 바쁜 우리네 일상을 명랑하게 깨우는 죽비소리이길 바랍니다.

[더피알=이슬기 기자]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 흔히 공유경제라 불리는 이 개념은 지난해 서울시가 ‘공유도시 서울’을 선포하고 각종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낯설지 않게 됐다. 이보다 앞선 2009년 5분간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프리젠테이션 파티 ‘이그나이트 서울(Ignite Seoul)’에서 ‘불꽃 PT’로 협업공간(Co-Working Space)을 소개해 화제가 된 사람이 있다. 온라인에서 ‘이장’이란 이름으로 더 친근한 전 코업(CO-UP) 대표, 현 디캠프(D-camp) 팀장 양석원씨다.

2010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사무공간을 공유하는 협업공간 코업을 운영하면서 그는 ‘공유경제 전도사’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 공유경제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들어본 그의 강연은 ‘이그나이트 서울’의 5분 동영상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역동적이었다. 설명하는 목소리는 신이 난 듯 했고, 분명 성격이 급할 거라 짐작되는 말투 뒤에는 하고 있는 일만큼 하고 싶은 말들이 아직 많은 것 같은, 유쾌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었다.  

“지금은 그래도 좀 들어보신 분들이 많은데, 그때만 해도 생소하다보니까 한번 설명하려면 한 30분씩 걸렸어요. 그래도 공유경제를 알릴 수 있는 곳은 어디든 갔어요. 코업에서 설명회도 만들어서 계속 설명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죠.”

그는 협업공간을 미국에서 직접 접했다. 싸이월드에서 기획자로 일하던 당시 사회생활 7~8년 차였던 그는 휴식이 간절했다. 마침 웹 2.0시대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기에 IT기술의 본거지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기업들을 방문하고 요행히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미국에서 보낸 1년은 그를 다시 꿈꾸게 했다. 특히 3개월가량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회사의 사무실은 3개의 회사가 공간을 나눠 쓰고 있었는데, 그는 이 생경하고 매력적인 문화에 ‘꽂혔다.’

공유경제는 단순사업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예정했던 체류기간이 끝나서 한국으로 돌아갈지 계속 미국에 있을지 결정해야 했어요. 그때 저는 미국에서 ‘누구나’가 되기보다는 이걸 한국에 알리고 실행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돌아왔죠. 한국에서는 협업공간을 아무도 안하고 있었으니까, 최초가 되는 것이 의미도 있겠다 싶었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희망제작소의 ‘소셜디자이너스쿨’에 등록해 공부하며 영역을 넓혔다. 영국에서 시작된 사회 혁신 네트워크 ‘더 허브(The Hub)’ 등의 사례를 참고해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갔다. 그가 IT관련 지식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니 스타트업 기업가들과 나누고 도와주는 방식의 활동이 사회적기업과 중첩되는 부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운영한 코업은 1인기업, 스타트업, 소셜벤처 등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는 사무공간이다. 비단 공간뿐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각자 자신의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화학작용도 의도했다. ‘코업은 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지식을 나누는 자리도 꾸준히 마련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기반을 다져서 따로 나가기도 하는 등의 모습이 그렇게 신날수가 없었다.

물론 그가 협업공간을 마련하기 전부터 시간제로 돈을 받고 스터디룸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는 이미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거쳐 간 사람들의 흔적이 남지 않는다. 그는 사람들이 머물고 흔적을 남기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공간을 지향했다. 일종의 복덕방 같은 곳이랄까?

“3년 동안 실험을 했던 건데 그동안 다양한 사람을 만나 형성된 소셜캐피탈 면에서 보면 얻은 게 너무 많죠. 경제적으로는 조금 잃기도 했지만요. 사실 코업을 하면서 ‘돈은 잘 버느냐’는 질문을 엄청 많이 받았어요. 가끔은 좀 안타깝기도 했죠. 사업의 형태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문화로서 퍼뜨리고 싶은 의도였는데 말이죠.”

보통 공유경제나 스타트업을 보는 불안한 시선이 드러내는 지점이다. 하지만 공유경제는 단순히 사업이 아니라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돕는 일종의 라이프스타일이다. 기업이자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움직임이기 때문에 단순히 수익측면에서만 공유경제 기업들을 재단하기는 간단치 않다는 설명이다.

▲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은행청년창업재단 디캠프는 청년스타트업에 공간을 제공하고 창업을 돕는다.

코업에 대해서 듣다보니 지금 합류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도 그가 해온 일의 연장선 상에 있었다. 3월말에 역삼동에 오픈한 디캠프는 스타트업 기업가에게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멘토링을 하면서 창업을 돕는다. 최근에는 사회적 가치를 담은 서비스,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과 CSR이나 IMC의 일환으로 홍보포인트를 찾는 기업들과의 매칭에 관심이 많다. 실제로 청년구직자에게 면접용 정장을 대여해주는 ‘열린옷장’의 경우 기업들과 콜라보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양 기업의 니즈를 적절하게 매칭한다면 활용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역시 사회적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맞닿은 모델이다.

그는 늘 새로운 것에 꽂히고 한번 꽂히면 사방에 알리고 실행하는 성격이다. 그런 면에서 종교인은 아니지만 전도하는 이들의 심정에 깊이 공감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재밌는 일에는 무서운 기세로 파고드는데, 물론 싫증도 금방 느끼는 편이라고. 그래서 변화가 빠른 IT분야의 일이 잘 맞고 흥미롭다.

세대를 잇고 분야를 가로지르는 소통

대학시절부터 ‘PC카페’를 드나들었던 그는 군에 다녀온 후 광고에 흥미를 느껴 한국광고연합회의 온라인강의를 들으며 공부했다. 첫 직장인 웹호스팅업체에서는 홍보마케팅을 혼자 담당했는데, 책을 찾아보고 맨땅에 헤딩하면서 많이 배웠다. 보도자료를 쓰려니 기사를 어떻게 쓰는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오마이뉴스에서 기자만들기 수업까지 찾아 들었다. 마케팅 사례를 찾다보니 블로그가 눈에 띄어서 보통 사람들은 블로그라는 말 자체도 생소했던 2000년대 초반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했다.

“블로그 초기에는 프로그램을 다 직접 설치해서 썼거든요. 블로거들이 워낙 적은 편이라서 서로 친근했죠. 지금 보면 특별한 내용들은 아닌데, 구글에도 흥미가 있어서 관련 정보 찾은 거 올려서 같이 얘기하고 이런 활동들이 재밌었어요.”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에게는 관심사와 일의 경계가 거의 없어보였다. 지금도 온라인 상의 새로운 정보들을 모으고 사람들을 만나 나누는 것 자체가 관심사이자 일이었다.

“회사에서 월급 준다고 잡아두고 그러면 힘들겠죠. 근데 저는 관심사가 일이랑 겹친다고 해야 할까, 혼재돼 있어서, 안하고 모르면 즐길 수가 없으니까요.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없는 건 아닌데, 계속 만들어지는 일들이 재밌어서 자꾸 하게 되네요.”

그는 요즘 교육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딱히 학교에 국한된 교육이 아니라 자기가 가진 경험지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또 배우는 활동들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궁리하고 있다. 특정인이 가르치고 다른 사람들이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면서 자신의 것을 나누다보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관계가 형성되는 효과가 뒤따른다.

사실 그가 지금까지 얘기한 것들은 세상에 없던 일들이 아니다. 옛날에도 사람들은 만났고 서로 도왔다. 단지 지금은 IT기술이 발전한 시대에 맞춰 형태가 달라진 것뿐이다. 문득 새로운 트렌드의 앞단에 선 그가 그리는 내일이 궁금해졌다.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어떤 삶의 형태든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 경제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스타트업 기업가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가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하라는 것 그게 있어도 힘든데 없으면 지쳐서 끌고나갈 수가 없거든요.”

그러면 <더피알> 독자들에게는 어떤 말이 하고 싶을까.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분들이시잖아요. 업무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세대 간에, 직장 안에 소통의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직업인으로서의 일이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고리를 찾고 파트너들을 찾아 만나보시면 좋겠고. 이를테면 젊은 스타트업들과 기회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사회에 간접적, 직접적인 기여하는 게 아닐까요?”

그는 기성세대는 젊은이들로부터 시대와 내일을 읽고,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자원과 경험지를 얻는 협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감성과 기술을 융합해 한 시대를 풍미한 스티브잡스의 길은 세대를 잇고 분야를 가로지르는 그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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