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일, 재미있는 일, 돈 되는 일에 ‘올인’
착한 일, 재미있는 일, 돈 되는 일에 ‘올인’
  • 더피알 (thepr@the-pr.co.kr)
  • 승인 2013.05.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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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비아 정인서 대표의 광고이야기

“오빠, 이리와~ 말끔해졌네? 완전 멋있다. 부드럽다, 오빠.” 대한민국 모든 오빠들을 순식간에 홀린(?) 화제의 광고. 질레트의 신형 면도기를 알리기 위해 제작된 이 광고는 모델의 얼굴과 심플한 대사만으로도 남심을 부여잡기에 충분했다. 해당 광고를 제작한 곳은 크리에이티비아(Creativia)라는 젊은 광고회사. ‘사람들이 반응하는 창의적인 광고를 지향한다’는 이 회사의 대표 정인서씨를 만났다.
글·홍익대 커뮤니케이션 전공 김고은 학생

 

크리에이티비아에 와보니 젊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모여 만든 어떤 회사인지, 크리에이티비아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크리에이티비아는 한국에서 가장 젊고, 가장 새롭고, 가장 창의적인 광고회사라 말하고 싶습니다. 실제 한국 최초로 지난 2009년 칸 국제광고제 프로모(Promo) 부문 은상과 동상을 동시 수상했고, 같은 해 미디어지 선정 ‘아시아 톱 100 크리에이티브(Asia’s Top 100 Creative)에 선정된 바 있지요. 크리에이티비아는 2007년 말, ‘크리에이티브 무브먼트 포 더 피플(Creative movement for the people)’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탄생했습니다. 기업의 이윤추구만을 위한 광고가 아닌 사회적 공익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광고, 단순히 보고 잊혀지는 수많은 광고들과는 다른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보고 반응할 수 있는 창의적인 광고를 만들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 설립된 회사입니다. 이런 취지에 공감한 젊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젊은 회사이구요. 직원들 나이도 대부분 20·30대 초반입니다. 회사의 분위기는 자유로운 편이지만, 일을 할 때만큼은 정말 뜨거운 열정이 꿈틀대는 역동적인 곳이죠.

크리에이티비아는 착한 일, 재미있는 일, 돈 되는 일 세 가지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클라이언트와 협업할 때에도 이 세 가지를 늘 고려하시는 건가요?

크리에이티비아가 착한 일, 돈 되는 일,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를 해석하는 데에는 다소 오해가 있으신 것 같네요.(웃음) 이 기준들은 저희가 클라이언트를 구분하는 기준이 아니라, 저희가 진행하는 캠페인을 저희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분류한 것입니다. 착한 일은 말 그대로 저희가 진행하는 공익 캠페인을 일컫습니다. 크리에이티비아의 창의성으로 세상에 기여하기 위한 활동들입니다. 돈 되는 일은 크리에이티비아를 믿어주는 클라이언트들을 위한 상업캠페인을 말합니다. 크리에이티비아다운 창의성으로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며 진행하고 있죠.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일이란, 그냥 크리에이티비아 식구들이 재미있게 생각하는 캠페인입니다. 이 활동은 클라이언트의 유무와는 상관이 없기에 사회적 캠페인의 형태를 띨 수도 있고, 내부적으로 펼치는 활동, 혹은 저희가 진행하는 캠페인 중 유달리 재미있게 진행되는 일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크리에이티비아에서 만든 질레트 광고가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강민경씨의 섹시 매력이 남심을 크게 흔들었는데요(웃음), 해당 광고를 제작하게 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질레트 프로글라이드(ProGlide)의 경우,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가장 얇은 면도날로 제작된 하이테크놀로지가 집약된 면도기입니다. 질레트는 면도 시 피부를 상하지 않게 한다는 제품의 차이점을 ‘프로글라이드를 통해 만들어지는 부드러운 피부’라는 베네핏과 ‘키스(Kiss)’라는 소재를 활용해 알리길 원했습니다. 동시에 고객들이 해당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요. 경쟁사 제품을 질레트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프로그램을 캠페인 내에 자연스럽게 융화시켜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 크리에이티비아 사무실 내부.
‘강민경과의 시크릿 데이트’는 이러한 클라이언트의 전략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적절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졌습니다. 우선 1인칭 시점을 카메라에 담아 마치 실제로 연애하는 듯한 몰입감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질레트가 제공하는 교환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했고요. 또한 홀로포닉스 3D사운드라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 웹상임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실제적으로 경험하는 듯한 체험을 제공했습니다. ‘부드러운 면도’라는 팩트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청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실체적인 경험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캠페인을 집행하고 난 뒤의 반응은 거의 폭발적이었습니다. 질레트 내부적으로 설정해둔 3개월치의 목표를 3일 만에 달성할 정도였으니까요. 캠페인 사이트 서버는 다운될 정도였고, CPC(Cost Per Click: 클릭당 과금) 효율도 역대최고 수준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캠페인은 P&G 역사상 가장 빨리 종료된 캠페인이 됐습니다.

한편 선정성 부분으로 인해 논란이 불거진 점은 다소 안타깝게 여기고 있습니다. 물론 약간의 섹스어필적인 요소가 가미된 광고였기에 어느 정도의 논란이 생길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제작 3개월 전부터 광고 매체와 대상, 나아가 세부 콘티에 이르기까지 모든 협의가 완료된 상황이었습니다.

2010년 이후 스마트폰이 보급화되면서 광고계의 흐름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질레트 광고도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면서 광고로 인한 효과보다 바이럴 효과가 더 컸다고 생각되는데요, 그런 점을 감안하고 제작하셨던 건가요?

디지털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광고계의 흐름이 일정 부분 바뀐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광고를 제작한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디지털 플랫폼이 ‘대세’라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캠페인의 목표와 성격에 부합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선택한 것입니다. 크리에이티비아는 특정 매체가 가장 뛰어난 매체라고 보지 않습니다. 각각의 매체가 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역할이 세부적으로 나뉜다고 생각하죠. 마치 한편의 연극을 만들기 위해 등장하는 수많은 배우들의 역할이 다르고, 스태프들의 역할이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에이티비아는 매체를 플래닝한다고 말하지 않고, 매체를 구조화한다고 표현합니다. 저희가 캠페인을 기획할 때마다 가장 고민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이 캠페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가장 적합한 매체가 무엇인지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크리에이티비아가 공익적 광고를 많이 만들긴 했지만 기아나 빈곤에 대한 광고는 별로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세이브더칠드런의 광고를 맡게 된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진행하고 싶은지 듣고 싶습니다.

잘하겠죠?(웃음) 글쎄요.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있습니다. 만약 저희가 세이브더칠드런 광고를 하게 된다면, ‘불쌍한 아이들을 도와주세요’라는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광고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보다는 광고를 본 사람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을 기획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근래 한국점자도서관과 함께 시각장애아동들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책을 만드는 비용은 일반도서 대비 5배에 달합니다. 때문에 연간 신간도서 중 점자책으로 만들어지는 비율은 0.2%에 불과하지요. 글을 읽을 수도, 익힐 수도 없어서 시각장애인들의 문맹률은 85%에 달합니다. 한국점자도서관은 이들을 위한 지속적인 점자책 제작 방법을 찾고 싶었지만, 문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매년 사용되지도 않은 채 사라지고 마는 카드의 멤버십 포인트에 주목했어요. 사람들이 1포인트를 기부하면 1점자가 되는 아이디어를 생각했고, 이를 위한 캠페인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이 기부하고 싶은 책을 골라 문장을 선택하면 그 문장을 변환하는데 필요한 만큼의 포인트만 기부되는 방식이었죠. 이렇게 수많은 개인들이 기부한 자투리 포인트가 모여 점자책이 됐고, 시각장애인들은 자신만의 점자책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저희는 이 캠페인을 통해 ‘여기 시각장애아동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도와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폭넓은 조사를 바탕으로 명확한 팩트를 기반으로 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사람들이 시각장애아동들의 처지를 공감하고 나아가 손쉽게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작했죠. 이것이 크리에이티비아의 방식입니다.

틀에 얽매이는 광고가 아니라 차별화된 광고를 만들기 원하는 예비 광고인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사회적 기준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이력서 한 줄을 위한 스펙을 쌓다 보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없게 됩니다. 한 번이라도 더 연애를 하고, 한 번이라도 더 여행을 하고, 한 번이라도 뭔가 더 재미난 것을 기획하고, 그리고 광고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보는 것이 본인한테는 훨씬 유의미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그 경험들에 꼭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비슷한 일상이라도 의문을 품고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유의미한 어떤 것을 찾아내게 됩니다. 그리고 좀 더 자유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스스로 세운 구속과 제약에서 벗어나 경찰서에 가는 일만 제외하곤 모든 일을 다 해보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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