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계 ‘팔방미인’과의 데이트
PR계 ‘팔방미인’과의 데이트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3.05.28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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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네이스 애플트리 안재만 대표의 일상 속으로…

‘버네이스 애플트리’ 안재만 대표는 청년시절 영화감독을 꿈꿨다. 하지만 우연히 본 다큐 영화 한 편이 그를 PR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했다. 그길로 오랫동안 가졌던 영화감독의 꿈을 접고, 지금껏 PR인으로 살았다. 봄기운이 완연해진 4월 어느 날 ‘사과’와 ‘나무’ 두마리 고양이가 있고, 피규어로 가득한 안 대표의 서울 상수동 사무실을 찾아 그의 일상을 함께 했다.

[더피알=서영길 기자] PR회사 대표, 호텔 총지배인, 영화제작사 대표, 피규어 수입사 대표, 카페·바(bar)·음식점 사장….

안재만 애플트리 대표가 가진 직함들이다. 남들은 한 가지도 소화하기 어려운 사업을 안 대표는 줄잡아 6~7곳의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 중이다. 그것도 여유롭게. 그만큼 다방면에 걸쳐 ‘팔방미인’인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무궁무진 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하지만 그 어떤 직함보다 ‘PR인’으로 불릴 때가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그. PR인보다는 호텔리어나 사업가로 언론에 더 자주 소개됐지만 자신의 뿌리는 처음부터 PR인이었노라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에게서 PR에 대한 애정이 담뿍 묻어났다.

청년시절 영화감독을 꿈꿀 정도로 예술을 사랑하고, 고양이와 피규어를 좋아하는 개구쟁이 소년 같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선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는 ‘스페셜리스트’. 안 대표에게 PR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에게 돌아온 대답이 ‘우문현답’이다.

“PR인은 의사가 되기도 하고 형사가 되기도 해야 하죠. 환자(클라이언트)가 정말 치료받기 원하는 곳이 어디인지, 무엇을 가장 처방 받기 원하는지 알아내야 하기에 의사가 돼야 하고, 항상 클라이언트들의 제품을 현장에 직접 가서 보고 알지 못했던 증거(아이디어)들을 찾아내야 하니 형사가 돼야 하죠.”
 

AM 9:30 출근
출근시간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직원들 출근시간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출근하자마자 인트라넷으로 올라온 하루 스케줄을 검토한 후, 전국에서 나오는 웬만한 일간지는 모두 훑어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신문 읽는 오래된 습관은 활자에 대한 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지만, 많은 아이디어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신문만큼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AM 10:00 유길종 대표 미팅

옥외 광고 대행사를 운영하는 유길종 대표와는 사회 초년병 시절부터 알고 지내는 막역한 사이다. 안 대표는 애플트리 외에도 다방면을 겸직하고 있는 터라, 유 대표와 함께하는 사업 구상 문제로 만나 잠깐의 미팅을 가졌다.

 

AM 11:00 온라인팀 회의
오전엔 될 수 있으면 스케줄을 안 잡으려는 안 대표지만, 각 요일마다 있는 팀 별 아이디어 회의는 반드시 진행한다. 이날(화요일)은 온라인팀 회의가 있는 날이다. 회의 중간에 안 대표가 한 직원에게 “애플트리에서 몇 년 근무했어요”라며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그 직원이 “1년 반”이라고 답하자 안 대표는 “그 1년 반 동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뭐예요”라며 날카로운 질문을 이어갔다. 고양이를 좋아하고 피규어를 좋아하는 장난기 많은 안 대표지만, 일에 있어선 누구보다 프로페셔널적인 모습을 보였다. 30분에 걸친 회의에서 그는 팀원들의 업무 리포트 하나하나를 체크하는 꼼꼼함을 보였다. 



PM 12:00 디자인팀과 점심

올해 신설돼 이제 갓 3개월을 넘긴 디자인팀은 요즘 안 대표가 가장 공 들이는 팀 중 하나다. 원래는 금요일에 정기 미팅이 있지만 팀원들과 스킨십도 나눌 겸 점심을 함께 하는 자릴 마련했다. “밥 먹는데 일 얘기 싫지 않아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두 디자이너는 “(안 대표가) 워낙 편해서 그렇지 않아요”라며 웃었다. 식사를 하며 안 대표가 운영하는 바(bar) 콘셉트에 대한 의견 공유가 이어졌다.

 

PM 1:30 홍대 플레이트플레이트
안 대표가 운영하는 브런치 카페 ‘플레이트플레이트’에 스타상품으로 빙수 메뉴를 새로 선보이기 위해 유길종 대표를 다시 만났다. 안 대표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유 대표는 “이 카페 이름은 두 개의 접시가 놓여있다는 뜻이에요. ‘사람과 사람이 같이 식사를 한다’는, 사람과의 만남을 의미하죠”라며 “그만큼 재만이는 사람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친구예요”라고 귀띔했다. 이어 안 대표가 수개월의 테스트 끝에 개발했다는 빙수는, 역시 안 대표가 운영하는 지하 바 ‘그레이스베이’에서 시식했다.

 

PM 2:00 카페 직원 면담
일의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플레이트플레이트 직원들도 모두 애플트리 소속이다. 안 대표는 이들의 애로사항과 가게가 어떤 콘셉트로 잡혀가고 있는지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애프트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할 때와는 대화 스타일이 사뭇 달랐다. 안 대표는 “육체 노동을 하는 직원들과 정신 노동을 하는 직원들을 대할 때 각자 업무 성격에 맞게 대하는 거죠”라며 “아무래도 몸이 힘든 친구들에겐 좀 유하게 대화하고, 애플트리 식구들은 아무래도 긴장감이 유지돼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엄하게 하는 편이죠”라고 나름의 경영 노하우를 들려줬다.

 

PM 2:30 인터뷰

일정 중 잠깐 짬을 내 PR인으로 입문한 계기를 물어봤다. “대학시절 독일의 선전 다큐 영화 ‘의지의 승리’란 영화를 보고, PR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그 뒤 몸담고 있던 영화 동아리의 영화제를 홍보하겠단 일념으로 무작정 <조선일보>를 찾아가 기사 좀 실어 달라고 기자를 졸랐죠. 근데 며칠 뒤 그 기자분이 제 패기가 맘에 들었던지 영화제 기사를 제법 크게 신문에 내주셨더라고요. 그때 그 성취감을 통해 홍보맛을 처음으로 알게 됐죠.”

이와 함께 애플트리 외에 외도(?)를 많이 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안 대표는 “모든 사업이 PR의 일부예요. 애플트리를 최상위로 놓고 항상 다른 업종을 PR과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죠. 예를 들어 영화제작사를 만든 이유도 영화를 하면서 유명인들을 보유하게 되고, 이들이 애플트리 PR 업무에 있어서 하나의 좋은 매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애플트리 내부직원들의 불만도 분명 있을 터. 안 대표는 “(불만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카페 등을 통해 나오는 수익은 애플트리 직원들에게도 돌아가도록 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했어요”라고 설명했다.

피규어 마니아인 그는 자신의 소박한 꿈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50대 중반정도 되면 제주도에 미니어처 전쟁박물관을 하나 짓고 싶어요. 웰링턴전투, 2차 세계대전, 로마전투 등을 디오라마(한 장면을 피규어를 통해 실제처럼 묘사) 하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 세계 전쟁사 공부에 한창이죠.(웃음)”


PM 3:30 직원 시상식

지난달 기획한 것 중 반향이 컸던 것, 효과가 좋았던 기획 중 평가를 해 매달 시상을 한다. 이달에는 지난 2~3월 화려한 성과를 낸 원선미 대리, 김정희 팀장, 강형주 대리가 ‘우수 기획상’을 받았다.


PM 3:50 클라이언트 현장 확인
클라이언트의 제품 확인 차 목동의 한 백화점을 찾았다. 이같은 현장 확인은 안 대표가 매번 하는 일이다. 그는 한참을 제품 특성에 대해 찬찬히 둘러보더니 클라이언트가 미처 주지 못한 정보를 찾아냈다며 스마트폰으로 기록했다. 안 대표는 “클라이언트 제품은 꼭 현장(매장 혹은 이벤트 장소 등)에 가서 보려고 노력해요. 그럼 그 제품에 대해 몰랐던 정보라든지 현장 반응, 문제점 등 많은 것을 얻어 올 수 있거든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PR인들은 형사 반장이 되어야 하죠.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웃음)”


PM 5:00 일과 마무리

“오늘 일과는 이제 마무리 된 듯 해요.” 애플트리 사무실로 복귀하며 안 대표가 건넨 말이다. 많은 일을 하고 있고, 누구보다 활동적이지만 결코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취재를 마치며 작별 포즈 좀 취해달라는 말에 그는 “하루 종일 취재하느라 수고했는데, 이번엔 제가 찍어드리죠”라며 “특색 있게 기자님이 배웅을 받는 모습으로 마무리 짓는게 어때요”라는 재밌는 제안을 했다. 굳이 사양하는 기자의 카메라를 뺏어 ‘찰칵~’. 사과(사무실에서 키우는 고양이)와도 작별하며, PR계의 ‘팔방미인’ 안재만 대표와의 유쾌한 동행취재는 그렇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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