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막말이 평생을 좌우한다면…
순간의 막말이 평생을 좌우한다면…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3.06.0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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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더피알=김광태] 우리 속담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이 있다. 자나 깨나 불조심이 아니라 말조심하라는 뜻이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사건들도 알고 보면 말이 불씨가 됐다. 포스코에너지 ‘라면 상무’, 남양유업의 ‘욕설 영업’, 중소기업 회장의 호텔 지배인 폭행, ‘윤창중 사태’ 등은 모두가 말에서 시작됐다.

특히 홍보하는 사람 입장에서 말조심은 첫 번째로 지켜야할 덕목이요 필수수칙이다. 흔히들 홍보인은 말을 잘 해야 한다고 한다. 물론이다. 그러나 달변가가 되라는 것이지 이말 저말 함부로 지껄이는 다변가가 되라는 뜻이 아니다. 말 많은 사람 치고 실(實)한 사람 없다.

과거에 다변가로 유명한 모 홍보 부장의 일이다. 어느 날 그는 한 신생매체에 대해 “영향력도 전혀 없는 매체를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해당 매체를 비하하는 험담을 모 유력지 기자에게 했다. 그런데 이 말이 신생매체 기자 귀에까지 들어가게 됐다. 그러자 이 신생매체 기자가 발끈해 홍보 부장 개인의 비리를 찾아내서 기사로 보복을 했다. 그로 인해 그 부장은 곤욕을 치렀고, 얼마 되지 않아 회사를 그만 두게 됐다. 말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꿔 놓은 것이다.

막말이나 망언으로 추락했던 정치인도 많다. 강용석 전 국회의원이나 나꼼수 김용민씨 등이 대표적으로, 이들은 말 때문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연예인 중에는 개그맨 김구라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경솔한 발언으로 방송을 전면 중단하는 등 한동안 고생했다. 최근 정치·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도 역시 막말로 뜨고 진 인물이다.

말 한마디가 이렇게 중요하다보니 대외적으로 공식 멘트를 해야 하는 홍보인들의 경우 자신의 말에 신중의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홍보하는 사람들은 ‘침묵은 금이다’라는 명언을 너무나 철저히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 어디든 나서길 꺼려한다. 인터뷰나 기사에 수반되는 코멘트는 물론 자신의 사진 한 장 싣는 것도 한사코 마다한다.

거꾸로 이런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과거 현직에 있었을 때 모 신문사 기자가 내 허락도 받지 않고 기사에 내 이름으로 코멘트를 집어넣었다. 아침에 출근하자 사장이 호출을 했다. “김 상무, 웬 헛소리를 해 회사가 망신을 당하게 만드느냐”고 호되게 꾸짖는 게 아닌가.

“아니 사장님, 제가 무슨 이야기를 했다고 이렇게 야단을 치십니까”라고 되묻자 그는 “홍보 임원이 신문도 안보나? 자 보시게나, 이 기사 내용이 당신 이름으로 멘트 돼 있잖아”라고 했다. 아연실색을 하면서 기사를 들여다보니 정말 해당 기사에 내 이름으로 멘트가 돼있었다. 곧장 내 방으로 와 그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아니 최 기자, 이거 뭐야!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내 이름으로 인용해도 되는 거야?” 그러자 그 기자는 “데스크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식으로 인용하지 말고 실명으로 하라고 해서… 가장 편하고 부담 없는 이름이 홍보하는 사람들이라 허락 없이 집어넣었습니다. 결례가 됐다면 용서해 주십시오”라는 말로 사정을 설명했다. 참으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혔다. 일종의 갑을 관계의 서러움이었다.

요즈음 기자들이나 홍보인들은 휴대폰 기능으로 이런 리스크를 예방한다고 한다. 기사 근거나 자신의 말이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대의 허락 없이 통화 내용을 무단으로 녹취 한다는 것. 분명 부도덕한 행위다. 그러나 어쩌랴, 세태가 그러한 걸….

그렇다면 결국 침묵만이 답인가? 아니다. 소통을 업으로 하는 홍보인들은 그럴 수 없다. 녹취라는 비인간적인 방법보다 스스로 소통 활성화를 위해 말하는 자세를 올바르게 갖추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상대의 말을 잘 들어 주고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하면 된다. 말 잘하는 것보다 말을 조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三思一言(삼사일언)’, 즉 세 번 생각하고 한 번 말하는 것을 실천 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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