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기술보다 문화가 먼저다
빅데이터, 기술보다 문화가 먼저다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3.06.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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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석 사회디자인연구소 초대 소장 “빅데이터 활용, 여론분석 수준에서 탈피해야”


빅데이터는 웹2.0, TGIF(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 SNS 등에 이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화두가 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빅데이터를 주제로 한 각종 행사들이 잇따라 열린다. 정부도 창조경제에 발맞춰 빅데이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국에서 빅데이터가 관심을 받은 것은 사실 최근의 일로, 소셜분석의 영향이 크다. 기업 홍보팀에서도 빅데이터는 여론분석용으로 큰 관심거리다. 기업과 정계에서 빅데이터 분석가로 활동했던 고한석 사회디자인연구소 초대 소장을 만나 한국의 빅데이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더피알=이동익 기자] 고한석 소장은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IT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SK IT 사업개발팀장, 삼성네트웍스 글로벌사업추진팀장을 거치며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했다. 그후 정계에 들어가 열린우리당 정세분석국장으로 여론조사 데이터를 관리하기도 했다. 최근엔 ‘빅데이터, 승리의 과학’(이지스퍼블리싱)을 펴내며 강연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책을 통해 지난해 미국 대선은 빅데이터의 승리였다고 말한다. 오바마 대선 캠프가 2억 명이라는 역사상 가장 큰 데이터를 활용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빅데이터’의 힘에 대해 물어봤다.

▲ 고한석 사회디자인연구소 초대 소장.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이 빅데이터 때문이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경쟁자인 롬니도 빅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았나요?

오바마와 롬니의 차이는 빅데이터를 핵심역량으로 보느냐, 아니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실제로 롬니는 오바마와 달리 대선 캠프의 핵심은 정치 전략과 홍보라고 생각하고, IT쪽은 전부 아웃소싱을 줬거든요.

사실 오바마도 2008년도에는 아웃소싱을 줬어요. 그런데 오바마가 생각할 때 외부업체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 분석을 받고 하는데 선거 막바지가 될수록 시간이 많이 걸리고, 원하는 데이터를 맘대로 요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오바마 캠프는 당시 대선이 끝나고 사후평가 위원회를 열어 리포트를 냈는데, 그 중에서 대표적으로 지적한 것이 IT를 외부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내부에서 갖고 가야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바마는 지난해 두 번째 선거에서는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위해 캠프 내부에 테크놀로지팀 50명, 데이터분석팀 50명, 디지털미디어팀 200명, 총 300명의 IT 인력을 고용했죠. 오바마 캠프의 전체 인원 1000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였어요. 결국 이같은 관점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현재 기업들이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오바마 캠프처럼 전담 인력을 늘리기보다는 외주업체를 활용하는데요. 오바마 대선캠프 사례를 통해 기업들이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요?

오바마 캠프는 테크놀로지 팀, 데이터 분석팀, 디지털 팀 또는 뉴미디어 팀으로 각각 역할 분담을 했는데요. 테크놀로지 팀은 정말 순수한 엔지니어들로 구성돼 있었고, 뉴미디어팀은 디지털 홍보팀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데이터 분석팀입니다. 사실 엔지니어 중심의 테크놀로지 팀이나 디지털홍보 창구인 뉴미디어 팀의 업무들은 외주를 줘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분석부분은 기업들이 꼭 내부 인력을 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사실 데이터는 많거든요. 제가 예전 SK에서 근무할 때도 OK캐시백으로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고 있었어요. 쇼핑, 통화, 주유카드 적립 등 엄청난 데이터죠. 만약에 이걸 외주를 주면 어떤 방향을 제시해야잖아요. 평소에 이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있지 않으면 ‘알아서 해주세요’ 밖에 할 수 없죠. 외주업체의 경우는 이 회사의 전략이나 고객 타깃팅을 모르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회사의 모든 데이터를 주지 않을 거고요.

사실 빅데이터에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끼리 어떤 연관이 있을지 파악하는 것이거든요. 회사를 이해하는 사람이 계속 데이터를 보면서 설계를 할 줄 알아야한다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우리 이번 마케팅하니까 관련된 데이터 분석 하나 해달라’고 하는 것은 국지적인 프로젝트인 것이고, 매일 데이터가 무궁무진하게 형성되는데, 그걸 내부에서 계속 바라보고 어떤 방향으로 분석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꼭 필요합니다.

최근 소셜 분석을 통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많은데요. 주의할 점은 없나요?

보통 SNS를 통해 데이터분석을 홍보팀에서 위기관리 관점에서 여론분석으로 많이 접근을 하는데 그것도 의미는 있어요. 여론이 한번 움직이면 급속하게 퍼지니까, 사전에 조치를 할 수 있는 감지를 한다는 측면에서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한국은 아직도 빅데이터 활용을 여론분석에 치우친 면이 있는데요. 회사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인 제품의 개발과 생산, 판매 마케팅에도 적용할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분석해야할 데이터와 인력이 필요해요.

제조업의 경우, 빅데이터는 생산라인에서 불량률을 예측할 수 있어요. 보통 예측분석이라고 많이 얘기하시는데 예측분석을 해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확률적으로 판단했으면 우리가 액션으로 무엇을 할 것 인지 그리고 각각의 옵션들이 우리들의 원하는 결과에 어떤 임팩트를 줄 것인지 파악하고 행동하는 것이죠.

데이터가 방대하긴 하지만 그 데이터들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있지 않나요?

그 질문을 가끔 받는데요. 업계쪽 분들은 보통 이런 말을 해요. 데이터가 많아지면 지저분해진다고. 사실 신뢰성 있는 데이터들은 앙케이트 조사나 설문조사보다는 아직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들이에요. 실제로 사람들의 액션을 통해 나오는 기록들이죠. 예를 들어 TV채널을 본 기록, 주유한 기록, 신용카드 기록 등을 통해 여론을 분석하는 게 더 신뢰성이 있어요. 사람들은 말과 행동이 다르잖아요. 말보다는 행동이 더 믿을만하죠.


빅데이터를 활용한 외국 기업들의 성공한 사례가 있다면요?

음.. 많이 있는데, HP 사례를 들게요. HP가 데이터에 근거한 예측 분석을 했는데, 이직 예측 조사를 했어요. 회사내에서 직원들의 여러 가지 행동이 있을 것 아니에요. 지각을 한다든지, 내부 커뮤니티 게시판에 어떤 글을 올리는지 등 여러 행동을 분석해서 이직 가능성이 높은 직원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했어요. 이같은 일련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내 복지나 연봉 협상 등 직원들이 이직하지 않도록 조기에 관리를 해서 이직률을 많이 낮췄죠.
 
재밌는 사례는 시카고 경찰 사례인데, 영화에서도 보여준 적이 있죠. 톰크루즈가 주연한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 개봉)를 보면 미리 범죄를 예측해서 잡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영화 같은 일이 현실화되고 있어요.IBM 안에 범죄탐지 부서가 있는데요. 예측분석의 한 형태로 IBM이 시카고 경찰과 협력해서 시카고 시내 수십 년 동안의 범죄기록을 시간단위로 분석했어요. 그래서 계절별, 매월 어느 날짜가, 요일별로, 날씨별, 장소별로 범죄가 발생하는지 예측했죠. 이를 근거로 시카고 경찰들은 범죄가 발생했을 때 범인을 잡으러 가는 게 아니라 예상시간에 미리 그 장소에 가 있는 거예요.

이같은 분석작업을 통해 범죄 발생률을 전보다 30% 가량 낮출 목표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지금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아직 결과는 정리되지 않았지만, 경찰들 사이에 이런 얘기는 오간다고 하더군요. 이거(예측분석)하면 우리 짤리는 거 아니냐고요. (웃음)

외국계 사례를 통해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는데, 한국의 빅데이터 활용은 어떻다고 진단하신가요?

아직까지 여론조사 데이터 분석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요. 한국의 제일 큰 문제는 일종의 ‘데이터 할거주의’ 에요. 데이터를 서로 공유를 안 한다는 거죠. 아주 대표적인 예가 국회의원들 보면 대부분 지역구 의원들은 자기지역 유권자 1만~2만정도 정보들을 갖고 있거든요. 물론 명함 정도의 데이터들이긴 하지만요. 이 데이터가 공유만 잘되면 전국의 266개 선거구가 있으니 266만 명, 많게는 350만명 정도의 유권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요. 데이터를 내놓지 않아 정확한 분석이 어려워요. 왜냐하면 자신의 정보를 오픈하는 순간 다른 후보들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기업들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프로젝트 준비는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다만 아쉬운 것은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IT 기술로만 접근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 점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할 역량이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분석할지 경영적 관점이 명확한지가 중요해요. 또 객관적인 데이터보다는 상급자의 경험에 의존하는 기업문화도 빅데이터가 자리 잡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어요.

빅데이터가 한국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현재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빅데이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요. 올해 안으로 몇몇 기업들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만큼 이제 얼마나 이를 활용해 내년에 성공사례를 만들어낼지가 궁금한데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업무장벽을 혁파해 데이터를 공유하는 한편, 리더부터 데이터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해요.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력과 함께 리더가 얼마나 의사결정에 데이터분석을 반영하려고 하느냐가 중요해요. 그런 면에서는 아직 한국은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단계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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