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 사라진 반론보도닷컴, 방향성 어떻게?
‘반론’ 사라진 반론보도닷컴, 방향성 어떻게?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06.0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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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기업기사 및 보도자료성 글 다수…3개월 간 반론문 1건도 없어

[더피알=강미혜 기자] 한국광고주협회가 이른바 사이비언론의 악의적 음해성 보도에 대한 기업 광고주의 피해를 줄이고자 지난해 10월 개설한 ‘반론보도닷컴’(이하 반론닷컴)이 좀처럼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론닷컴 개설 8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언론보도에 대한 기업의 ‘반론기사’ 보다는 단순한 홍보성 ‘기업뉴스’로 채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반론을 주된 목적으로 만들어진 해당 사이트의 성격 자체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 반론보도닷컴 메인 화면 캡처.

실제 현재(6월 7일 기준) 반론닷컴에 게시된 글을 보면, 일반적인 언론동향이나 기업 관련 기사가 대부분이다. 지난 5월 중순경에 메인기사로 올라온 2개의 글 역시 ‘종합편성 채널의 현황과 과제’ ‘유사언론 근절 캠페인 2편’이라는 타이틀 아래 각각 반론보도의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반론닷컴 내 반론기사의 ‘빈약함’은 콘텐츠 수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기업 보도자료성 글이 145건에 달하는 데 반해, 사이트가 개설된 이후 지금껏 올라온 반론보도 건수는 22건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3월 7일자를 끝으로 지난 3개월 간 단 한 건의 반론기사도 올라오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이처럼 반론닷컴이 당초의 목표인 사이비 언론 보도에 대한 반론과 해명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데에는 광고주(기업)들이 만들어가는 사이트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론닷컴 활용, 일선 홍보인에게는 ‘그림의 떡?’

통상 기업은 언론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다. 설령 억울한 기사가 나왔다 할지라도 대놓고 반박하거나 특정 언론사를 공격하긴 어렵다. 까딱 잘못하다간 ‘괘씸죄’에 걸려 2차, 3차 후속 기사로 이어질 수 있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곳이 없다는 말처럼 그렇게 되면 결국 피해는 기업쪽이 클 수밖에 없다.

한 대기업 홍보 관계자는 “기사에 잘못된 부분이 있어서 반박을 하고 싶어도 매체를 의식하다보면 그에 따른 자료를 내기가 쉽지 않다”며 “사정이 이런데 어떻게 반론닷컴을 제대로 활용씩이나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홍보하는 사람 입장에선 기사로 인한 억울한 부분을 반론닷컴이 자체적으로 취재해 써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애초에 반론닷컴의 보도 기능을 수행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반론이라 할지라도 광고주들의 이익 단체인 광고주협회가 언론의 유사역할을 한다는 건 기사의 객관성과 중립성 면에서 크게 어긋난다는 것.

이에 대해 한 중견 기자는 “(기사에 대한) 반론이라는 건 취재원에 해당하는 기업과 언론사간 양자 문제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기업들 역시 해당 언론사에 직접 이야기를 하는 방식을 취하지 3자를 끌어들이진 않는다”면서 “더욱이 반론닷컴은 언론중재위원회가 아니다. 기업과 언론 중간에서 기사와 관련된 문제를 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반론닷컴이 회원사 권익 보호를 위해 광고주(기업) 이해를 대변하는 것에 머물러야지, 일방적으로 기업 입장에 서서 기사로 보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결국 언론 기능보다는 광고주협회 홈페이지로 남는 게 반론닷컴의 방향성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반론닷컴에 대한 이같은 외부의 비판적 지적과 관련, 반론닷컴을 운영하는 광고주협회 관계자는 “사이트가 견고화 돼 가는 과정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광고주협회, “사이트 견고화 되는 과도기일 뿐”

이 관계자는 “(반론닷컴) 사이트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지금까지 여전히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그렇게(활성화되지 않게) 보일 순 있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점차 많은 기업들, 특히 대기업과 자사 보이스를 낼 채널이 없는 작은기업들을 중심으로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반론닷컴 내 반론 글이 줄어들면서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선 “반론닷컴의 핵심은 반론이다. 앞으로의 방향성도 거기(반론)에 있다”며 “다만 현재로선 반론보도가 주단위로 몇 건씩 올라올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풍성하게 하자는 차원에서 콘텐츠를 다양하게 가져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반론닷컴이 기업(광고주) 입장에서만 치우쳐 중립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는 사이트 초창기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오던 것”이라며 “객관적이라고 하는 언론도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 하는 색깔에 따라 같은 사안에 대한 시각이 다를 수 있듯, 반론닷컴 역시 그렇게 보면 될 것 같다. 기업을 대변하다 보니 그들의 입장을 많이 듣고 있지만 최대한 중립을 지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고주협회는 지난해 10월 18일 기사를 빌미로 광고와 협찬을 요구하는 사이비 언론매체에 광고 차별화를 통해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음해성 보도에 대한 반론과 해명을 싣는 반론닷컴을 공식 론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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