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PR인이 그 PR회사를 못떠나는 이유
그 PR인이 그 PR회사를 못떠나는 이유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06.14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토크] 굿 컴퍼니의 조건에 대해

[더피알=강미혜 기자] 며칠전 오랜만에 한 PR업계 지인을 만났다. 학계와 업계를 오가며 왕성히 활약하고 있는 이였다. 업계 사정과 PR 이슈, 개인 근황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에게서 의외의 속내를 들을 수 있었다. 그가 지금 다니고 있는 PR회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에 관한 것이었다.

대답은 심플했다. 다름 아닌 사장 때문이라고. 그는 “그간 여러 회사를 거쳐봤지만, 지금의 사장처럼 정말 존경스러운 분을 보지 못했다. 물론 혼날 땐 야무지게 혼나지만 직원을 생각하는 그분의 진심을 알기에 크게 반발할 수도 없다”고 이유를 댔다.

적지 않은 나이에 ‘사장바라기’라는 점을 고백해서였을까. 그는 겸연쩍은 듯 웃어보이면서도 “창피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나를 포함한 여러 직원들의 일하는 목표 중 하나가 ‘어떻게 하면 사장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을까’이다. 물론 아닌 이들도 있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그러지말고 이참에 사장 이름 석자를 따서 ‘000교’ 하나 만들어 보는 게 어떻느냐고 농담을 던졌지만 내심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껏 많은 PR업계 종사자를 만나봤지만 경영자로의 모습이 아닌 인간적 끌림에 의한 상사에 대한 존경심, 그로 인한 회사 애정도를 표하는 이는 드물었다.

겉으로 비쳐지는 그의 회사 사장 모습은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하는, 성실하면서도 보수적인 PR인 정도다. 그런데 이토록 직원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성공한 PR인이 아닌가. 경기침체로 PR업계 전반이 크게 어려워졌다는데 이런 직원들을 품고 있는 회사라면 앞으로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는 오지랖 넓은 생각도 들었다.

PR업계의 해묵은 과제, 공통된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높은 이직률이다. 5년 10년은 고사하고 1~2년을 못버티고 나가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PR회사 경영진들 중에선 이제 일 좀 하는가보다 하면 어느새 다른 곳으로 휙 떠나버린다며 직원들의 로열티 없음을 한탄하는 이들도 많다.

일 잘하는 선수, 좋은 인재가 곧 회사의 실력이고 경쟁력이 되는 PR업계에선 보이지 않는 스카웃전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그 와중에 상도덕이니 의리니 따져봐야 높은 복리나 급여 수준, 업계 네임 밸류 등의 현실적 이유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이런 업계 상황에서 그 PR인은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고 싶다고 했다. 비록 회사 건물이 남들보다 조금 후져도(?), 복지가 크게 흡족하진 않아도 훌륭한 경영자를 만난 것을 복으로 알고 계속 같이 가겠다고 했다.

사람은 많은데 의외로 쓸만한 사람은 많이 없다는 PR업계. 좋은 회사가 좋은 직원을 부르는 것인지, 좋은 직원들이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인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와 같겠지만 분명한 건 좋은 PR인 곁으로 좋은 PR인들이 모여든다는 사실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