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영원한 일인자는 없다
브랜드, 영원한 일인자는 없다
  • 김지헌 세종대 교수 (admin@the-pr.co.kr)
  • 승인 2013.06.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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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선발 브랜드 공격하는 후발 브랜드 핵심 전략

[더피알=김지헌] 필자가 지난해 <소비자의 기억을 잡아라> 라는 브랜드 전략 책을 출간한 후 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브랜드자산 가치가 높은 선발 브랜드를 어떻게 공략하냐는 것이었다. 선발 브랜드의 자산가치를 한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비법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그런 비법이 존재한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오랜 시간 동안 애지중지하며 공들여 브랜드자산을 구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실 특정 제품범주(product category)의 대표 브랜드를 공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브랜드 분야의 대가라 할지라도 산업별로 다양한 비즈니스 환경의 차이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인 브랜드 전략을 단언하기 어렵다. 따라서 브랜드가 속한 비즈니스 환경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브랜드 매니저가 스스로 선발 브랜드를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 

흔히 후발 브랜드가 선발 브랜드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선발 브랜드와 다른 무언가, 즉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디퍼런트(different)>의 저자인 하버드대 문영미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수직적 차별화가 아닌 수평적 차별화가 레드오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브랜드 차별화라고 강조했다.

경쟁 브랜드가 제공하고 있는 혜택을 더 잘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똑같이 인식할 수 있어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경쟁 브랜드가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유형의 혜택을 제공하는 수평적 차별화가 필요하다. 이를 소비자 기억의 관점에서 얘기하자면 이미 경쟁 브랜드들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연상들의 강도(strength)를 강화하기보다 그들이 가지지 못한 독특한 연상들(unique association)을 소비자의 기억 속에 추가함으로써 긍정적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독특함에도 익숙함이 묻어나야

독특한 브랜드 연상들을 추가해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려 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독특한 브랜드 연상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특정 제품범주로 분류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전형적인 연상들(typical associations)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는 엔진과 핸들, 바퀴가 있어야 한다는 식이다.

‘독특하다’는 판단은 비교대상이 있어야 가능하며 전형적인 연상들이 차별화의 기준이 되는 준거 브랜드(referent brand)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형적인 연상들을 공유하지 못할 경우 브랜드는 특정 제품범주로 분류되지 못해 소비자의 기억 속에 각인되기 힘들다.

▲ 콜라 시장의 선발 브랜드인 코카콜라와 후발 주자인 펩시.
예를 들어, 콜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갈색음료, 톡 쏘는 탄산 등의 전형적인 연상들을 가져야 된다.

2002년 펩시콜라가 출시한 펩시블루(Pepsi blue)는 ‘갈색음료’라는 콜라의 전형적인 연상을 공유하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다. 기존 콜라에 비해 맛은 뛰어 났으나 소비자들은 푸른 빛깔의 음료를 콜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차별화된 맛의 장점도 효과적으로 인식되지 못했다.

반면, 독특한 연상은 부족한 채 전형적인 연상들만 많이 가진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후발 브랜드가 공략할 수 있는 선발 브랜드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선발 브랜드가 오랫동안 보유한 연상들은 브랜드의 정통성이 부각되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뒤집어 보면 진부한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후발 브랜드는 선발 브랜드를 공략하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두 가지 핵심전략을 바로 이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첫 번째 전략은 선발 브랜드의 ‘오래됨’을 의미하는 부정적 연상들을 찾아내 소비자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일례로 후발 브랜드인 펩시는 코카콜라의 오래된 정통성을 나이든 사람들이 마시는 콜라로, 아시아나 항공은 대한항공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오히려 오래된 비행기를 보유한 불안함으로 재포지셔닝(repositioning)해 효과적으로 선발 브랜드를 공략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전략은 선발 브랜드가 가진 브랜드 연상들 중 꼭 필요한 연상 외에는 모두 없애고 대신 독특한 연상들을 추가하는 전략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3단계 프로세스를 따를 필요가 있다. 먼저 제품범주의 대표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들이 가진 브랜드 연상들을 모두 나열한다. 다음으로 제품범주로 분류되는데 반드시 필요한 브랜드 연상들과 불필요한 연상들을 재분류한다. 마지막으로 불필요한 연상들을 제거하는 대신 새롭게 추가할 독특한 연상들을 정리한다.

세계 최대 포털 사이트인 구글(Google)과 스웨덴의 DIY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IKEA) 등이 이러한 전략으로 선발 브랜드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성공한 대표적인 브랜드들이다.

‘혁신’ 없는 브랜드는 쉽게 무너진다

먼저, 구글은 검색포털로 분류되는데 필요한 전형적인 속성인 검색 창만을 첫 화면에 남기고 야후, AOL 등의 선발 브랜드들이 제공하는 뉴스, 부동산, 쇼핑, 주식 등의 서비스를 최대한 배제했다. 대신 ‘빠른 검색 스피드’, ‘단순함이 주는 편안함’이라는 독특한 브랜드 연상을 추가해 세계 최고의 검색포털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케아는 경쟁 가구 브랜드들이 원클릭 서비스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쇼핑 편의를 극대화 시키려는 노력과는 반대로 가구제품들이라면 당연히 제공하는 배송과 조립 서비스 등을 과감하게 없앴다. 대신 가격을 낮추고 쇼핑할 때 아이들을 맡겨 놓을 수 있는 탁아시설을 제공했으며, 매장인테리어를 밝게 바꾸고 카페테리아를 운영하는 등 소비자들이 매장에 소풍을 오는 듯한 즐거움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케아의 전 CEO인 안데르스 달비그(Anders Dahlvig)는 이케아가 북유럽 스타일의 디즈니랜드를 추구함으로써 가구 공룡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와 반대로 선발 브랜드는 후발 브랜드의 공세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경쟁 브랜드로 정의하고 불필요한 전형적인 연상들을 제거하고 독특한 연상들을 추가하는 끊임없는 자기 파괴적 혁신(self-destructive innovation)이 필요하다.

선발 브랜드냐, 후발이냐에 상관없이 성공전략의 핵심은 경쟁 브랜드의 긍정적 연상들을 맹목적으로 모방,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연상들을 제거하고 독특한 연상들을 추가하는데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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