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느끼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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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06.14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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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주말] 자전거로 떠나는 주말여행

[더피알=이슬기 기자] 자전거 애호가로 유명한 소설가 김훈은 자전거 여행을 ‘세상을 관찰하는 노동’이라고 표현했다. 따뜻한 햇볕과 청량하게 뺨을 간질이는 바람만 있다면 노동이라도 하루 종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계절, 자전거를 타고 떠나보는 건 어떨까? 엉덩이가 근질근질한 독자들을 위해 김병훈 월간 <자전거생활> 대표를 만나 조언을 구했다.


“여행의 깊이와 성취감은 땀과 비례하고 속도와 반비례하는 것 같아요. 차타고 너무 편하게 다니면 성취감을 느끼기 힘들죠. 걷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공간적인 제약을 많이 받죠. 스쿠터요? 땀이 안 나잖아요.”

자전거와 함께라면 집만 나가도 여행김 대표에게 자전거여행의 매력을 묻자, 쉼 없이 찬사가 이어졌다. 자동차가 가는 길은 다 갈 수 있고, 골목길, 시골길, 논길, 산길도 마음만 먹으면 다 갈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또 축구나 이런 건 팀이 없으면 할 수 없는데, 자전거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혼자 하는 자전거여행에 생각을 정리하는 사색의 기회는 덤이다.

자전거자체가 친근하고 인간적인 도구이다 보니, 어디를 가도 환영받는다. 잠깐 쉬는 짬에도 사람을 만나기 수월하고 대화도 쉽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자연스레 그 길 위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매력은 알겠으나,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건 사실이다. 차근히 자전거를 즐기는 요령을 물었다. 좋은 자전거를 구입하려면 한도 없겠지만, 무난하게 탈만한 자전거를 원한다면 가볍고 멀리갈수도 있는 하이브리드 시티바이크 자전거를 추천했다. MTB(산악자전거)와 로드바이크의 중간에 있는 종으로 20~30만원 선이면 충분히 쓸 만하다. 자신의 몸에 맞는 사이즈를 꼭 타보고 고르는 게 좋다.

안전을 위해 헬멧, 장갑, 보호대, 라이트, 고글은 필수다. 자전거는 타다보면 의외로 펑크 때문에 고생하는 일이 있으니 떠나기 전 가까운 가게에서 펑크수리키트를 구입하고, 때우는 방법을 배워둔다. 벌써 어디론가 떠날 듯 들뜬 기자에게 김 대표는 기본적으로 자전거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자전거가 생각보다 복잡한 도구거든요. 예를 들어 핸들 양쪽에 각각 앞바퀴, 뒷바퀴 브레이크가 있는데, 급하다고 앞 브레이크를 확 잡아버리면 완전히 꼬꾸라지죠. 어디 가기 전에 기초적인 지식을 조금만 갖추면 훨씬 즐겁게 제대로 즐길 수 있어요.”

자전거 제대로 배워서 즐겁게 즐기자

그 다음으로 조심할 건 첫째도 차, 둘째도 차다. 가능하면 차도는 내려가지 않는 게 좋고 시내에서는 인도로 이동할 것을 권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한강을 중심으로 자전거도로가 완비돼 있고, 최근 4대강 코스도 만들어지면서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자전거 도로가 잘 돼 있는 곳이 없다고.

그중에서도 당일 섬까지도 닿을 수 있는 서해안 아라뱃길을 독자들에게 추천했다. 해질 때가면 노을도 아름답고 섬의 고즈넉함도 느낄 수 있다. 혹시 초행이라면 무리한 스케쥴로 고생하는 것보다 자가용으로 근처까지 가서 자전거를 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지하철도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칸을 운영하고 있다. 혹은 여행을 계획한다면,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출퇴근길에 운동 삼아 미리 몸을 풀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여행의 정의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김 대표는 “자전거는 집만 나가면 여행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 잠깐의 여행으로 일상의 묵은 때를 바람에 날려 보내는 건 어떨지. 

경남 김해의 시골마을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했는데, 틈만 나면 자전거로 더 멀리 가보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당시 자전거는 세상과 연결해주는 가교였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가면서는 점차 멀어졌는데, 30대가 된 어느 날 회사 근처 여의도공원에서 빌려 탔다가 옛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때부터 당시 살던 방화동에서 여의도까지 11~12km가량 되는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혼자서 조용히 사색도 하고 그럴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았는데, 후에 알고 보니 국회의원이나 대학교수 등 자전거로 통근하는 명사들이 의외로 많아서 놀랐다.

자전거를 타면서 가장 좋은 점은 인생관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소중한 방법을 익힌 셈이다. 자전거를 타면 햇살, 바람, 풍경을 모두 즐기며 땀을 흘리게 된다. 이게 우울증에도 특효약인데, 이미 의학적으로 검증된 사실들이다. 자전거 전문 매거진을 발행하다보니, 취재삼아 어울려 다닐 기회도 많고 혼자도 짬짬이 즐긴다.

국내외 유명하다는 자전거도로는 거의 다 가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섬에서 타는 자전거를 가장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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