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컴에도 필요한 신토불이 정신
헬스컴에도 필요한 신토불이 정신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13.06.17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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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더피알=유현재] 헬스커뮤니케이션(이하 헬스컴)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비롯되고 발전된 분야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해외, 그 중에서도 미국을 주요 무대로 많은 연구자들과 관련 실무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시각을 반영한 저작들 및 각종 성과물들이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헬스컴 관련 기관과 학술지와 각종 전문지들도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헬스컴 관련 논문이나 산업 리포트 등을 살펴보면 미국의 사례들을 준용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이슈나 방법론, 그리고 적용되는 이론들까지 수입산이 너무 많은 것이다. 물론 이같은 현명한 수입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헬스컴 분야가 발전되고 있음이 사실이지만, 헬스컴이란 결국 해당 사회 구성원의 건강과 관련된 소통, 고유의 문화 등을 통합적으로 다뤄야 하는 분야다.

▲ 한국인의 생활 속에서 파생해 우리에게만 특별하게 관찰되는 이슈들에 대해선 한국적 문화와 관습, 행태들을 철저히 이해하고 한국적으로 접근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말 서울 용두동 동대문구청에서 열린 '생명사랑 생명존중 자살예방 캠페인' 모습.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전세계 어디를 가도 공통적으로 연구돼야 하는 건강 및 헬스컴 관련 사안은 다양하다. 암, 고혈압, 각종 성인병 등에 대한 예방행동이나 조기검진 홍보를 다루는 논의들이 그럴 것이고, 조류 독감이나 최근 근심을 낳고 있는 살인 진드기 등 때때로 이슈화되는 각종 전염성 질환이나 증후군에 대한 예방법 교육을 다루는 노력들도 마찬가지이다. 비만이나 영양과다 혹은 영양불균형을 조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규제 및 자정노력에 대한 토론도, 세계적으로 공통되는 헬스컴 주제들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생활 속에서 파생해 우리에게만 특별하게 관찰되는 이슈들에 대해선 한국적 문화와 관습, 행태들을 철저히 이해하고 한국적으로 접근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다음의 이슈들이 바로 가장 한국적인, 한국형 헬스컴이 적용되어야 할 영역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 몸엔 우리 헬스컴으로 접근해야

예를 들어, WHO가 권장하는 1일 염분 섭취량을 몇 배나 상회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짠맛 선호 식생활의 개선 홍보, 대박집이나 맛집하면 무조건 짜고 맵고 자극성 있는 음식들만 온통 소개되는 미디어 콘텐츠 비판, 술과 담배에 유난히 관대한 문화에 대한 저항, 세계에서 가장 점잖은 담배갑의 경고 문구에 대한 연구, 여전히 낮은 자발적 건강 검진율의 향상 방안, 연예인들의 출연으로 자칫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만들 수 있는 의약품 광고의 적절성 논의 등이 현 시점에서 한국형 헬스컴적 시각을 동원하여 토론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또한, 대단히 위험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술잔 돌리기와 하나의 찌개를 각자의 수저로 떠먹는 비뚤어진 정(情) 문화, 정력에 좋다면 위생과 과학을 무시한 채 섭취하는 보신 습성의 사고전환, 성형 중독을 넘어선 성형 광기, 스마트폰 중독 등 다양한 주제들이 ‘한국적으로’ 논의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앞서 나열한 주제들을 연구할 때 현 헬스컴 영역에서 세계적, 전통적으로 적용되던 이론이나 원칙들도 큰 도움이 될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유독 한국 사람들에게 발견되는 특정한 이슈들이 발생하는 이유나 문화적 배경, 향후의 개선을 위해선 범용적인 원칙들 외에 추가적 논의가 개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헬스컴 분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활용되는 이론 중 하나인 건강신념모델(Health Belief Model)도 한국적 상황에 더욱 적절하게 적용하기 위해 일부 변수들을 추가하거나 변형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건강신념모델은 사람들이 건강관련 정보를 접하고 특정한 건강행동을 실천, 혹은 행하지 않는 행동양식을 개인의 심리상황에 맞춰 이론적으로 유형화시킨 체계이다.

건강신념모델을 구성하는 개별요소는, 메시지에서 제안된 건강사항을 지키지 않았을 때 개인이 감당해야하는 위협감(Perceived Threat), 반대로 특정한 건강행동을 실천했을 때 개인이 누리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편익(Per ceived Benefit), 건강을 개선하는 행동을 실천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장애요소들(Perceived Barrier), 개인이 건강관련 행동을 직접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자극요소(Cue to Action), 그리고 과연 본인이 특정한 건강개선 행동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판단인 자아효능(Self-Efficacy) 등이다.

▲ 외국의 경우,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담배갑에 자극적인 사진을 부착하고 있다.

한국형 헬스컴이 필요한 이유

이런 요소들에 만약 한국적인, 한국인의 생활에서 비롯되는 중요한 변수를 추가한다면 무엇이 있을까. 예를 들어 우리 사회 전반에 엄존하는 서열문화(연장자, 상사와 부하 관계 등)라든가, ‘우량아’라고 부르면서 소아비만을 긍정적으로 치부하는 관념, 술 담배와 어른 됨을 무조건 연결 짓는 무책임한 시각, ‘모르는 게 약’ 혹은 ‘인명은 재천’으로 대변되는 건강을 운명에 맡기는 버릇 등이 헬스컴에 적용해야 하는 한국적 변수들이다.

PR을 비롯한 모든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에서 목표설정과 효과달성은 필수적 항목이며,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설정된 타깃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무조건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타깃에게 가장 유효할 것으로 예상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어렵다. 이 같은 측면에서 한국인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는 한국형 헬스컴을 수행하려는 노력은 대단히 의미있는 작업이다.

한국형 헬스컴에 대한 초기적 시도로, 필자는 우리나라 후기 청소년들의 자살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시행한 바 있다. 현재 한국 청소년 사망률 1위는 단연 자살이며, 이 같은 상황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우리만의 비극이다. 34개 OECD 회원국 중 최고 자살율을 8년째 기록하고 있다.

현재 TV, 포스터, 옥외광고, 각종 프로모션 등 다양한 미디어들을 통해 전 계층을 타깃으로 예방 홍보노력이 펼쳐지고 있지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자살예방이 더욱 효과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이들이 주요 타깃인 자살예방 앱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IT 강국으로서, 전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모바일과 앱 사용은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큼 확산된 상태다. 따라서 그들이 가장 손쉽게 접할 것으로 기대되는 모바일 앱을 활용한 자살예방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일선 모바일 앱 시장에서 검색되는 자살예방 앱은 거의 전무하며, 발견되는 극소수의 앱도 군인 등 일부 계층을 타겟으로 개발된 특수 앱들만 존재한다.

이 같은 현실에서, 어떠한 기능을 탑재해야 청소년들이 더욱 자주 다운로드를 희망할지, 어떻게 하면 주위 친구들에게 자살예방 앱을 전파하려는 의도를 가지게 될지, 어떠한 유형의 청소년들이 자살예방 앱에 더욱 호의적이거나 부정적인지, 어떤 추가적 기능들을 적용시키면 앱 확산에 도움이 될지 등을 실제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질문해본 것이다.

주제가 제한적이었고, 이론의 토대는 미완성이었으나, 한국형 헬스컴이라는 시각에서 진행된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향후, 우리네 한국인이 처해있는 다양한 건강관련 사항들을 발굴하고 정리해 개선책을 고민하고 논의하는 틀로써, 한국형 헬스컴을 제언하는 바이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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