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오너의 의지가 문제다
위기관리, 오너의 의지가 문제다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3.06.1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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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더피알=정용민] 우리나라 기업들의 위기관리는 일사불란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일부 위기관리에 있어서는 그 속도와 역량에 있어 평소와는 다른 체계성을 보이곤 한다. 주요 그룹사들을 위시로 한 대기업들의 경우 ‘기업 위기’에 대한 정의는 중견기업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전사적 역량을 쏟아 부어 관리해야 하는 위기가 그들 나름대로는 따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중견기업들은 대부분 제품의 품질이나 서비스의 문제를 고민한다. 일부 규제기관들과의 마찰을 걱정하며 위기관리 준비를 한다. 생산시설이나 직원들의 상해 유발 환경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 한다. 그들의 위기에 대한 정의는 해당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가치들과 연결돼 있다.

▲ 남양유업과 함께 밀어내기 영업으로 위기를 맞은 배상면주가는 이슈가 불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5월 22일 '배상면주가 도매점 및 회사 상생 합의' 기자회견을 열고 조기에 사태진화에 나섰다. 사진은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오른쪽)가 배상면주가 도매점협의회 대표와 서로 포옹하고 있는 모습.


반면 대기업들의 경우에는 ‘생존’과 ‘성장’이라는 가치보다는 ‘유지’와 ‘강화’라는 가치와 연결된 위기 정의들이 더 많아 보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부분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과 같은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의 ‘큰’ 가치들이 위치하고 있다. 좀 더 큰 그림을 보고 이를 고민하는 것에는 점수를 줄 수 있지만, 그 외 작은 위기들에 대한 관리 디테일이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시작돼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이슈도 그렇다. 대기업들이 주요 타깃이 돼 마치 그들이 경제민주화에 반하는 세력인양 평가되고 있다. 이 근간에는 대기업들이 큰 그림만을 봐왔을 뿐, 평소 디테일한 ‘사려 깊음’이 모자랐다는 과거들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대기업들 내부에서 평소 여러 경제민주화 이슈들에 대한 꼼꼼한 바라보기가 있었다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여러 기업 위기들은 대부분 사전에 해소됐을 유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려깊음과 바라보기는 어떻게 가능할까?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이런 디테일한 고민들이 진행되려면 오너나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가 전제되어야 하는 법이다. 이 부분이 핵심이다.오너나 최고경영자의 관리 의지만 있다면, 관리하지 못할 기업 위기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가능하다. 상당히 한국적인 시각에서 그렇다.

최고경영자의 의지만 있으면 위기관리는 ‘일사천리’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논란도 그렇다. 최근 대기업들이 이 논란에 대처하는 전략은 이전에 전개했던 골목상권 진출 관련 사업을 매각하거나 포기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 또한 오너나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선행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관리 할 수 있는 이슈를 지금까지 덮어왔던 것은 그들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이 그 의지를 발휘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평소 최고의사결정권자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반응하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기업의 직원들이 왜 여러 위기들은 사전에 별로 관심을 갖거나 관리하려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왜 이슈가 위기로 그 심각성이 더해지면 그때 가서야 만신창이가 된 뒤 ‘의지’를 가지게 되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평소 위기관리 의지를 갖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고민해 보자.

먼저 사회적 이해관계자 개념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공유해야 한다. 기업내부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은 물론 전사적으로 ‘이해관계자(stakeholder)’ 개념을 폭 넓게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전에 투자자, 고객, 언론, 정부, 국회, 직원 등에 국한했던 이해관계자 개념을 사회적 약자들, 거래처, 공급자, NGO, 커뮤니티, 온라인 커뮤니티들과 SNS 공중들에 이르기까지 대폭 확장해야 한다.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이 바라보는 자사의 사업영역들과 방식들에 대해 민감하게 리스닝할 수 있어야 좀 더 적극적인 위기관리 의지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전사적으로 위해한 이슈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집단의사결정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 현재와 같이 유명무실한 위기관리위원회와 실질적 의사결정을 하는 오너의 2중적 의사결정시스템이 일원화되는 체계를 지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기관리 관제센터(control tower)에 대한 개념과 내부 조직 체계를 디자인해야 한다. 자사의 모든 이슈들과 위기요소들을 국제공항의 관제센터가 각국의 비행기들을 관제하는 것과 같은 형태로 관리하도록 일선 특정 그룹을 지정해 운영해야 한다. 이를 전담으로 하는 부서는 현실적으로 홍보그룹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평소 자사를 둘러싼 오프라인 및 온라인 환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해온 부서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내부적 이슈나 위기 모니터링 및 관제 기능까지 추가해주면 균형감 있는 위기관리 관제센터가 형성될 수 있다.

해외 선진기업들의 경우 이 위기관리 관제센터의 상설화를 위해 커뮤니케이션 부문 하에 감사(audit), 법무(law), 윤리경영(Moral Management), 준법(compliance), 대관(government relation)기능 등을 통합 편제해 전사적 위기관리 관제 전반을 책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소셜시대, 위기관리 관제센터가 절실히 필요할 때

이상의 제안들 또한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의 ‘의지’에 관한 것들이다. 스스로 위기를 관리해야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실행하지 못할 체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업이 위기관리 의지를 빨리 창출해야만 하는 외적 요인들은 무엇이 있을까?

최근 한국에서는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의 영향력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감지되고 있다. 일부는 그러한 이해관계자 영향력의 성장을 소셜미디어와 연계시켜 설명하기도 한다. 소셜미디어 발전 전에는 이해관계자들 각각의 생각들이 하나로 뭉쳐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언제든 기업과 관련한 이슈에서 공분(public rage)이 형성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 빠르게 단합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주어졌다.

어떻게 보면 기업에게 상당히 위협적이고 불안한 환경이 된 셈이다. 평소 위기관리 의지를 가지지 못한 기업들에게는 재앙적인 환경이 될 수도 있다.

마지막 외부 환경에 대한 이야기다. 기업들은 이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있는 선진국 시장에서 비즈니스들을 일궈 나가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선진 시장에서의 이해관계자 환경이다. 위기관리 의지를 가지지 못한 기업들의 경우 각 선진국 시장 환경은 한마디로 혼돈(chaos)이다.

현지에서 어떤 이슈와 어떤 위기요소가 상존하는지, 잠재하는지, 발생할 것인지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없다. 대형 이슈나 위기가 실제 발생하게 되면 그때 가서 허둥지둥 모면이나 무마를 시도하게 된다. 한국에서 통했던 일부 사후 위기관리 활동들이 그 나라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을 본다면, 이미 때는 늦었다.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대부분의 환경들이 기업 내부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의 위기관리 의지를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수년간 위기관리 의지를 가지지 않는 기업들은 상당한 고초를 겪을 것이다. 반면 선제적으로 자발적인 의지를 가지고 여러 내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은 더욱 빠른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이미 이러한 기업 진화에 대한 사례들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많은 선진사회에서 하나의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먼저 의지를 가지자. 시작이 반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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