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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컬러로 일상을 채색하다
페인트, 컬러로 일상을 채색하다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06.24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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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라이브러리] 김진관 던에드워드 코리아 나무와 사람들 대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건축물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네 일상만큼이나 비슷비슷한 모습에, 색깔도 잿빛으로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지루하다. 언젠가 여행길에 봤던 소박한 그 마을은 오래된 건물도 저마다 제 스타일의 색을 입어 이룬 묘한 조화가 지역에 멋을 더했던 기억이 있다. 같은 감흥을 가진 김진관 대표는 풍부한 색감의 무독성 페인트에 주목, 컬러로 소통하는 세상을 그리고 있었다.


[더피알=이슬기 기자] 최근 범죄예방환경설계 ‘셉테드(CPTED: Crime Pre 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도시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움직임으로 침침한 가로등을 밝은 것으로 교체하고 가시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장애물을 제거하는 등의 공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이와 같은 도시안전 디자인으로 범죄율이 줄었다는 관련 통계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만큼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할 터다.

나아가 최근엔 치유열풍이 불면서 힐링 인테리어와 컬러테라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새집증후군 등 부작용을 피하는 소극적인 수준을 넘어 인간에게 더 이로운 환경을 꾸미자는 적극적인 개념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 무독성 페인트를 수입하는 김진관 던에드워드 코리아(Dunn-Edwards Korea) 나무와 사람들 대표는 이 점에 착안해 친환경을 넘어 다양하고 부드러운 색감으로 다소 경직된 한국사회에 소통의 길을 넓히는 활동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이종혁 광운대 교수가 그를 주목한 이유다.

이종혁 이제는 환경이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공간에 주목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김진관 저와 저의 가족이 새집증후군으로 3년을 고생했어요. 그때는 이유도 모른 채 시달렸고 병원만 다녔죠. 미리 알았으면 진작 이사를 했을 텐데요. 가려움증이 밤마다 생겼는데, 가족 4명이 다들 굉장했어요. 아파서 일도 못하니 병원비는 병원비대로 나가고 경제적 손실도 컸죠. 당시 저희 딸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초등학교 때까지 상위그룹이던 애가 성적이 하위권으로 뚝 떨어지는 거예요. 종합학원에 보내도 성적은 그대로고, 학원에서는 맨날 잔다는 소리나 하고... 기껏 학원까지 보냈는데 맨날 잔다는 소리나 들으니 화가 나서 신문지로 몇 대 때린 기억이 있어요. 아이에게도 아직까지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더라고요. 밤에 집에서는 가려움증에 잠을 못자니 낮에 그렇게 되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계속 악순환인거죠. 둘째 아이도 짜증이 늘고 키가 덜 컸는데 환경 때문에 그랬다는 생각을 못하고 아이들 탓만 했으니 얼마나 후회스러웠는지요.미국에서 새집증후군 때문이란 얘기를 듣고 친환경 무독성 페인트를 수입하는 사업을 시작한 게 2001년이에요. 물건을 파는 것도 그렇지만, 직접 겪어봤으니 그 중요성을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에 시작했죠.

이종혁 요즘 건축마감재들은 대체로 친환경인 것 같던데요.
김진관 친환경이긴 하죠. 근데, 우리나라 규제는 생산자들이 만들어놓은 기준을 적용하거든요. 외국 같은 경우 독성 유무를 따지는데, 우리는 독성을 조금만 낮춰도 친환경이라고 선전할 수 있는 거예요. 아직까지 국내 대기업 제품들은 무독성, 그러니까 믿을만한 수준이 못돼요. 근데, 명심해야 하는 건, 대체적으로 용인할만한 수준이라도 예민한 사람들은 다 느끼고 영향을 받거든요. 같이 살아도 저는 새로 산 소파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아내는 괜찮더라고요.

이종혁
80년대 재소자들 사이에서 폭력사고가 자주 일어났던 미국의 교도소에서 회색 벽을 핑크로 바꿨더니 사고가 크게 줄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던데, 컬러가 인간에게 주는 영향은 어떻게 보시나요?
김진관 저도 사실 처음에는 비즈니스적인 면에서 주목을 했었어요. 미국이나 유럽이나 여행을 다니다보면 펜션이 많죠. 검은색, 흰색, 밤색 등에서 벗어나지 않는 우리나라랑은 완전 딴판이더라고요. 건물은 허름해도 색은 살아있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특별히 예약을 하지 않고 가는데, 내 발길이 닿는 곳이 입구나 건물에 칠이 예쁜 곳이더라고요. 밖에서 보기에 예쁘게 칠한 곳이 실내도 깨끗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요. 그때 컬러가 주는 첫 느낌이 중요하구나, 비즈니스에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구나 싶었죠. 근데 알면 알수록 깊은게 컬러의 세계예요.

이종혁 집안에서의 문제든, 여러 사회문제든 우리나라의 소통문화에 컬러의 역할이랄까요? 이런 걸 확산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김진관 상반기에 친환경 인테리어 코디네이터(Green Interior Coodination Administrator : 이하 친코)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그전까지 비정기 클래스는 꾸준히 해왔는데,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을 처음 시작한거죠. 페인트 사업을 하다보니까 우리 사회에 컬러에 대한 실질적 이해가 있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요. 미대를 나오고 외국에서 학위를 따와도 활동할만한 전문가가 없는 거예요. 근데 막상 시작해보니 컬러리스트에 대한 갈증이 대단하더라고요. 저희 제품을 찾는 사람들도, 친코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주부인데, 이분들은 금방 아는 거예요. 민감한 거죠. 대부분 색이 우리의 문제를 표출하는 수단이라는 걸 느끼고 오세요. 이게 하나의 소통 방식이라는 걸 아는 거죠.

이종혁 예를 들면요?
김진관 어떤 분은 가족의 문화를 바꿨다고 말하시더라고요. 몇 년 전에 페인트 4통에 도구를 6벌을 사가는 거예요. 아이들이랑 같이 페인트칠을 할 거라고. 아이들은 너무 좋아하거든요. 독성이 없는 페인트니까 안전하고, 옷에 좀 묻는다고 겁낼 게 아니라 제 몸을 써서 제 맘에 드는 것을 칠해보는 거죠. 가족마다 자기가 마음에 드는 색으로 자기 의자를 칠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이런 식으로 일상과 가까운 예술활동이자 소통활동을 해본 사람과 해보지 않은 사람과는 나중에 사회 나가서 적응력도 다르다고 봐요. 특히 우리사회는 이런 기회들이 너무 적죠.

이종혁 우리사회는 컬러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게 단편적으로 남자들은 다 비슷한 색의 옷을 입고, 아파트는 회색건물 이런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도시가 그래서 더 삭막해지는 건 아닌지 싶어요. 방금 말씀하신 풍경이 외국에서는 흔한 편이죠. 나아가면 환경문제를 줄이는 방향이 될 수 있을 텐데, 그냥 버리면 쓰레기가 되는 와인병이라도 내손으로 예쁘게 칠하면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기도 하잖아요. 말하자면 페인트가 어디에나 바를 수 있는 물감인데.
김진관 아이들의 이런 활동은 약자들의 자기표현수단이라는 데 의미가 있어요. 엄마들은 아이들이 자기 꺼 고르면 싫어하잖아요.(웃음) 이런 게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해서 평생 내 맘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우리는 커서도 내가 결정해본 게 없죠.외국 애들은 어릴 때부터 톱, 망치 이런 것 가지고 나무 조각을 갖고 놀거든요. 그래도 우리 생각처럼 안 다쳐요.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죠. 유치원만 들어가도 100여 가지 색중에 마음에 드는 걸 고르게 하는데, 산업용으로 볼 수 있는 컬러가 3000여 가지예요. 보고 자란 색이 워낙 다양해서, 그 감각이 있는 거죠.

이종혁
그러고 보니 우리 주변에서 보는 색이 무채색계열, 거기서 거기다 보니, 컬러에 대한 상상력도 없게 되겠네요.
김진관 그게 다 업자한테 맡겨서 그런 거죠.(웃음) 다양한 색 중에 마음에 드는 걸 고르고 직접 가구든 뭐든 칠해보면 굉장히 감동적이에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 공간도 밝아지고 아이들이 하다보면 집중력도 좋아지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페인트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집을 망친다고 생각하는데, 한번 해보고 느끼면 확 달라지죠.

이종혁 천편일률적인 공간만 바꿔도 우리 사고나 소통방식에 개혁이 시작될 것 같은데, 아까 말씀하신 친코는 어떤 활동을 염두에 두고 양성하시는 건가요?
김진관 보통 와서 하시는 분들이 자기 것은 할 줄 알아요. 그것도 외국생활을 좀 해본 분들이 더 유리한 면이 많더라고요. 저는 경험치를 쌓아서 다른 이에게도 적당한 컬러를 권해줄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컬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거죠. 이들이 할 수 있는 활동들이 무궁무진해요. 단적으로 같은 사람이라도 이사를 해서 공간의 규모나 스타일이 달라지면 실내 컬러와 어울리는 가구가 달라지는 거죠. 파고들수록 어려운 게 컬러예요.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노란색, 파란색 등을 많이 쓴다고 하는데, 이것도 다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보면 되요. 외국의 컬러코디네이터들은 경험이 많아서 다 맞춰줄 수 있죠.

이종혁 말씀 듣다 보니까 좀 여유가 있는 이들만 누릴 수 있는 건 아닌지... 가격대가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김진관 저희 소비자의 70~80%가 그냥 평범한 서민층이세요. 돈 많은 사람이 쓰는 게 아니라, 환경이나 건강에 관심 있는 분들이 사용하시죠. 제가 수업을 하면서 주부들한테 ‘부부관계 안 좋으면 페인트 칠해보세요’라고 하는데, 이게 그냥 농담이 아니에요. 1700여 가지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인데, 언어나 다른 소통이 어려울 때 그 이상의 힘을 가진 수단이 된다니까요.

이종혁 외국에서는 최근 노인들이 폐자재를 다시 칠해서 판매하는 스크랩우드 같은 것도 붐이 일고 있다고 하던데요. 자원의 리사이클링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리사이클링의 훌륭한 방안이 될 것 같은데요.
김진관 네덜란드에서 처음 시작했어요. 폐자재는 독성도 없고 냄새도 나지 않으니까 노인들이 실버산업으로 하기 좋죠. 폐자재라도 액자도 만들고 작은 소품들도 만들 수 있죠. 노인분들 정신 건강에도 그만이고요.

이종혁 듣다보니 그야말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공감형, 참여형 콘텐츠인데요. 조금 투박하고 소박해도 내 손으로 만든 그대로를 인정받고 그 모습으로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앞으로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김진관 그게 DIY(Do It Yourself), 직접 내 손으로 만드는 맛이에요. 내 것을 찾아가면서 남과 교류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죠. 일단은 올 여름에 DIY캠프를 하려고 폐자재들을 창고에 잔뜩 모아뒀어요. 사실 버리는 게 돈이 덜 들어요.(웃음) 일단 와서 맘껏 만들어보고 직접 칠해보면서 즐거움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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