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시장은 뜨는데 만화업계는 긴 한숨
웹툰시장은 뜨는데 만화업계는 긴 한숨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3.07.0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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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갑’ 포털에 종속된 웹툰, 정당한 요구도 못받는 작가들

[더피알=이동익 기자] 웹툰시장이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노다지로 등극했다. 지난 6월 5일 개봉한 웹툰 원작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개봉 닷새 만에 관람객 350만명을 넘어서며 연일 신기록을 세우는 등 웹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동명 웹툰은 누적조회수 3억뷰를 돌파했다.

▲ 대중적인 콘텐츠로 자리잡은 포털 웹툰

웹툰 시장은 이렇듯 커지고 있지만, 만화 업계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10년 전과 비교해 웹툰시장은 포털에 의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지만, 웹툰의 모태인 만화시장은 정체되고 있기 때문. 여기에 웹툰시장의 최대 갑으로 등극한 포털의 콘텐츠 무료화 정책에 따라 ‘만화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만화업계가 사양 기로에 놓이게 됐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또 웹툰이 유통되는 공간이 포털로 한정된 탓에 정당한 대우를 받기도 쉽지 않다. 작가들이 포털에 종속되다 보니 포털 입맛에 맞춰 작품의 질 저하와 함께 다양성도 침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웹툰업계 한 관계자는 “포털이 웹툰을 대중화하는데 일조한 점이 많다”면서도 “웹툰을 게재할 수 있는 공간이 포털 밖에 없다보니 포털과 작가 사이에 ‘갑을 관계’가 형성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포털 배불린 일등공신 웹툰, “작가들은 거리에 내쫓길 신세”

사실 만화 작가의 처우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만화 ‘타짜’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의 공이 크다. 그는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의 인터뷰를 통해 “포털이 만화콘텐츠를 공짜로 만든 탓에 인기 만화가조차 설 자리를 잃게 됐다.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찾아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포털에 반기를 들었다.

허 화백은 비장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 만화의 미래를 위해 내가 총대를 메고 콘텐츠 유료화에 도전하는 것” 이라며 “이 마지막 시도가 성공하지 못하면 작업실을 닫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국내 인기 만화가조차 포털의 콘텐츠 헐값 정책에 거리에 나앉게 되자 포털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고, 계속되는 비판에 포털들은 궁여지책으로 부분 유료화와 광고 모델로 수익화를 도모했다.

네이버는 최근 ‘페이지 포 릿 셰어(PPS)’라는 새 수익모델을 도입했다. 만화 콘텐츠로 생기는 수익을 작가들과 나누는 방식이다. 만화 장면 속에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넣는 PPL을 허용해, 해당 웹툰 트래픽이 높아지면 광고단가도 높아진다. 다음도 지난해 7월부터 운영한 웹툰 마켓과 함께 작품 내 PPL 허용, 단행본 출판 프로젝트 등 부분적인 유료화를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유명 작가조차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포털이 수익원의 지표로 활용되는 콘텐츠 트래픽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만화연대 신유경 사무국장은 “포털이 트래픽 공개가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해서 작가들은 자신의 콘텐츠조차 트래픽, 수익현황 등을 확인하지 못해 정당한 주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포털은 웹툰이 수익성이 없다고 하지만, CJ나 KT 같은 대기업도 웹툰시장에 뛰어든다고 들었다. 수익성이 없으면 이들이 웹툰에 뛰어들겠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포털 한 관계자는 “트래픽에 따라 작품이 평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작가들에게 트래픽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작가와 계약선상의 문제가 얽혀 있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평점도 공개되는 마당에 트래픽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포털의 트래픽 비공개에 불만을 토로했다.

▲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포털 중심 웹툰, 유통 다변화에 정부도 팔 걷어

사정이 이렇다보니 웹툰업계에선 포털 외에도 유통 창구가 다변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포털이 웹툰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면 이젠 포털에 의존하고 있는 왜곡된 시장에서 벗어나 다양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화업계 한 대표는 “그동안 포털이 시장 저변 확대에는 일조했지만, 발생되는 수익을 대부분 포털이 가져갔다”며 “기존 만화 매체 육성과 함께 새로운 대안들이 제시되는 등 장기적인 차원의 탈포털을 위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작가들 사이에도 특화된 웹툰미디어를 기반으로 포털을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가들 사이에 포털을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며 “웹툰이 점차 모바일로 이동함에 따라 웹툰 작가들도 특성화된 만화나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업계가 이같이 한목소리를 내자 정부도 포털에 집중된 웹툰 시장을 바로잡겠다며 대책마련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 (이하 문체부)는 지난 6월 20일 ▲유통구조 합리화와 산업화 ▲창작자 처우 개선 ▲해외진출 지원 등을 골자로 한 ‘만화 창작 생태계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최근 웹툰의 인기와 한국만화 수출액 급성장에도 만화 산업 규모는 정체기에 머물러 있어 발표하게 됐다”며 “그간 만화업계 담당자들과 만나 수렴된 정책 중 올해 당장 추진할 수 있는 과제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만화산업의 근본적인 육성을 위해 올해 하반기 구체적인 5개년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우선 만화 유통구조 다변화를 위해 올 초 공모를 통해 선정한 레진코믹스·툰부리 등 중소 웹툰 미디어를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만화산업 육성 추경예산 30억원을 포함한 총 55억원을 투입해 전문만화 매체 지원 확대와 더불어 작가들의 처우 개선과 다양한 작품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까지 기존 포털 중심의 웹툰에 제동을 걸며 웹툰 다변화에 힘을 실어주자, 포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포털 관계자는 “지난 5월에 이해 당사자들과 모여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다”며 “문체부가 대책들을 마련해 내놓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입장은 언급하기 어렵다. 조만간 검토 후 우리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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