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탠드 이후 ‘제목낚시’ 대신 ‘검색어장사’ 활개
뉴스스탠드 이후 ‘제목낚시’ 대신 ‘검색어장사’ 활개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07.0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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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 급감에 따른 언론사 경영난 심화…온라인광고대행사 문닫는 곳도 나와

[더피알=강미혜 기자] “뉴스스탠드 이후 배너광고가 4분의 1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엔 흑자경영을 했는데 올해는 심각한 적자가 예상된다.”

네이버가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 체제로 전환한 이후 상당수 언론사들이 트래픽 급감에 따른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언론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적게는 30~40%에서 많게는 80~90%까지 이용자 유입률이 떨어졌다. 트래픽을 기준으로 광고비가 책정되는 배너광고의 특성상 이같은 트래픽 저하는 언론사 매출 급락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 메인화면.

실제 <미디어오늘>이 지난 5월 말 코리안클릭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요 언론사 사이트의 트래픽은 지난 3월 대비 4월과 5월은 방문자수와 페이지뷰수에서 평균 절반 이하로 크게 줄었다. 이같은 추세는 계속돼 언론사 전반에 걸쳐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언론사 온라인뉴스본부 관계자는 “매체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트래픽이) 많이 떨어진 곳은 90% 이상 줄었다. 뉴스스탠드 도입 3개월이 지났지만 유입률 면에서 별로 좋아지진 않고 있다”며 “트래픽이 안나오니까 당장 광고쪽에서 금액(광고비)을 다운시켜달라는 요청이 많다. 이미 온라인광고대행사 2곳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특히 종합지 보다 경제지에서 타격이 더욱 크다. 경제지의 경우 상대적으로 딱딱하고 무거운 경제 콘텐츠가 많아 그간 온라인판에선 연예스포츠 관련 기사들을 노출시켜 트래픽을 끌어올려왔다. 그런데 뉴스스탠드로 바뀌면서 이른바 ‘제목낚시’를 하지 못하게 돼 그만큼 트래픽이 더 많이 떨어져버린 것이다.

한 경제지 관계자는 “뉴스스탠드 이후 경제지나 전문지가 타격을 많이 입은 것은 맞다”며 “이에 비해 연예·스포츠 기사를 주로 다루는 연예매체들은 오히려 온라인사이트 순위면에서 많이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제지를 비롯한 여러 매체가 온라인판에 연예기사를 전진배치한다든지, 연예매체를 별도로 만들어 콘텐츠 트래픽을 높이는 등의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귀띔했다.

종합지 비해 경제지 타격 커…트래픽 높이려 연예 콘텐츠 의존 심화

뉴스스탠드로 바뀐 이후 포털 이용자의 뉴스 소비 패턴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 뉴스캐스트를 통해 언론사 기사를 보던 방식에서 현재는 검색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언론사들의 트래픽 유치전도 뉴스캐스트 노출 전략에서 검색어 마케팅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예전 뉴스캐스트 체제에선 뉴스트래픽의 80~90%가 뉴스캐스트 창을 통해 이뤄졌지만, 뉴스스탠드의 경우 트래픽 유입 면에서 의미 없는 수준이다”며 “뉴스스탠드보다는 기사검색이나 관련기사 등을 통한 트래픽이 훨씬 많다”고 달라진 상황을 전했다.

이에 따라 언론사 생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트래픽을 끌어올리기 위한 ‘검색어 장사’가 한창이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많은 언론사들이 트래픽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검색어를 이용한다. 포털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뜨는 내용을 30분 간격으로 빠르게 따라잡아 기사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같은 검색어 장사로 끌어들이는 트래픽이 전체의 3분의 2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사를 중심으론 검색어 낚시만 잘하면 뉴스캐스트 시절보다 더 낫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처럼 뉴스스탠드가 선정적 기사 편집을 줄여 뉴스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인다는 당초 도입 취지와는 크게 달리 운영되자 네이버도 곤혹스러운 처지다. 트래픽 저하에 따른 언론사 불만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네이버 자체도 메인 화면 광고가 줄어드는 등 막대한 내부 출혈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네이버측은 “뉴스스탠드 이후 네이버 첫 화면 활동성이 10% 줄었고, 매출에서 20% 가량을 차지하는 디스플레이 광고도 상당히 많이 빠졌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다시 옛날과 같이 뉴스캐스트 체제로 돌아갈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네이버측, 뾰족한 대안 없이 안팎으로 출혈 감수하는 상황

일각에선 네이버측이 뉴스캐스트와 뉴스스탠드의 절충 형태인 ‘플랜B’를 곧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았지만, 6개월 정도는 현재의 뉴스스탠드 체제를 지켜보겠다는 게 네이버측의 입장이다.

뉴스스탠드로 트래픽 감소와 뉴스콘텐츠 질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데에 따른 언론사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퀄리티 높은 독자 콘텐츠로 매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온라인 환경 속에서 당장 생존이 급선무다. 장기 안목을 갖고 언론으로서 정도(正道)를 걷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뉴스스탠드가 언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기는커녕 언론의 연성화를 부채질하는 측면이 크다”며 “언론사들이 생존을 위해 트래픽 유치에 열을 올리며 재미 위주의 뉴스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생산하다 보니 각 매체 고유한 특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많은 언론이 독자가 알아야 할 기사보다는 독자들이 알고 싶은 기사만 써내려가면서 언론의 본질적 기능에서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다”며 “누구 책임인가를 떠나 이같은 언론 풍토가 만연되는 것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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