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파구리’가 출시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짜파구리’가 출시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 김지헌 세종대 교수 (admin@the-pr.co.kr)
  • 승인 2013.07.05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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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 소비자 경험적 혜택에 주목해야

[더피알=김지현] 최근 골빔면(골뱅이+비빔면), 짜계밥(짜장라면+계란+밥) 등 기존 제품들을 섞어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먹는 레시피가 TV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관련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MBC 주말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 소개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는 하얀 국물 전성시대(꼬꼬면, 나가사키짬뽕 등)에도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던 신라면을 밀어내고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나란히 1, 2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심지어 한 분식점에서는 짜파구리를 정식메뉴로 내 놓을 만큼 짜파구리는 범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 최근 기존 제품들을 섞어서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먹는 레시피가 tv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관련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너구리라면 면발에 짜파게티 소스를 섞어 만든 ‘짜파구리’를 먹는 모습을 방영한 프로그램 화면 캡처.

하지만 짜파구리를 실제 먹어 본 사람들의 불만 또한 적지 않았다. 혼자 끓여먹는 경우에는 2인분을 다 먹어야 하기 때문에 과식을 하거나 먹는 동안 면이 불어서 맛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 두 라면의 수프를 모두 넣게 되면 지나치게 짜기 때문에 적절한 조합이 필요한데, 수프의 양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따라 맛의 차이가 커 표준화된 맛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농심에서 이러한 소비자의 불만을 해결해 줄 신제품을 출시한다면 어떨까? 즉,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수프를 최적의 비율로 조합해 만든 1인분의 새로운 라면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필자의 견해로는 단기적인 매출증가는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 이유는 짜파구리가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혜택을 신제품이 제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브랜드, 소비자가 느끼는 재미가 있어야 성공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의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기능적 혜택(functional benefit), 상징적 혜택(symbolic benefit), 경험적 혜택(experiential benefit)이다.

기능적 혜택은 소비자의 기능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혜택이다. 예를 들면, 페브리즈가 제공하는 항균, 탈취기능을 말한다. 상징적 혜택은 브랜드가 소비자의 자아이미지(self-image), 사회적 역할과 지위, 집단의 소속감 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의미한다.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Hermes)의 가방을 구입하는 이유는 물건을 넣고 다니는 것이 편하기(기능적 혜택) 때문이 아니라, 명품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상징적 혜택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경험적 혜택은 브랜드를 구매하고 소비하는 즐거움(sensory pleasure)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닌텐도의 게임기 위(Wii)는 다른 비디오게임에 비해 다양한 몸동작을 요구함으로써 더 많은 오감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물론 하나의 브랜드가 하나의 혜택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브랜드라 할지라도 소비자마다 인지하는 혜택의 유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핵심 목표고객들이 추구하는 브랜드 혜택의 유형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 골뱅이와 비빔면을 섞어 만든 일명 ‘골빔면’ 방송 화면.

그렇다면 소비자가 짜파구리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일까? 물론 소비자의 배고픔을 채워주는 기능적 혜택과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 신세대임을 표현할 수 있는 상징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혜택은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결합해 자신의 방식으로 끓여먹는 과정에서 느끼는 소비자의 즐거움, 즉 경험적 혜택일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두 제품을 결합한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가치인식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경험적 혜택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는다.

회식자리에 가보면 소맥(소주+맥주)을 만들어 마시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들을 위해 소주와 맥주를 황금비율로 섞은 제품을 출시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과거에 ‘50세주’를 출시한 국순당의 사례를 떠올려보면 그 답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국순당은 1992년 백세주를 출시한 후 2000년대 초 소비자들이 백세주와 소주를 섞어 오십세주라는 이름의 새로운 술을 만들어 먹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오십세주는 회식자리에서 폭탄주를 만들어 돌려 마시는 한국의 술자리 문화와 결합해 일부 술집에서는 오십세주를 제조할 수 있는 주전자를 제공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2008년 국순당은 야심차게 백세주와 소주를 50:50으로 결합해 만든 50세주를 시장에 내놨지만 소비자 반응은 기대와 달리 싸늘했다. 섞어먹는 재미가 사라진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가치를 느끼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소비자 마음 알아야 황금알 낳는 짝꿍 브랜드 나와

그렇다면 이처럼 두 제품을 함께 소비할 때 소비자에게 더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짝꿍제품 즉, 보완관계에 있는 브랜드(complementary product)에 대한 마케팅 활동은 어떻게 해야 할까? 흔히 묶음상품 가격할인으로 불리는 번들링 가격전략(Price bundling)이 효과적일 수 있다. 번들링 가격전략은 크게 믹스드 리더번들(mixed-leader bundle)과 믹스드 조인트 번들(mixed-joint bundle)의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될 수 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결합되는 두 브랜드 중 한 브랜드의 자산가치는 높지만 다른 브랜드의 자산가치가 낮을 때는 높은 자산가치를 가진 브랜드는 정상가에 판매하고 낮은 자산가치를 가진 브랜드를 할인해주는 믹스드 리더 번들이 효과적이다. 반면, 결합되는 두 브랜드의 자산가치에 차이가 거의 없는 경우에는 패키지의 가격을 통합해 총 금액을 할인해주는 믹스드 조인트 번들이 유리하다.

기업들은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브랜드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추구하는 혜택이 무엇인지(즉, 소비자의 브랜드에 대한 가치인식 구조)를 이해하고 이에 적합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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