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수 있는 삭스 만드는 양말회사 ‘싹수’
싹수 있는 삭스 만드는 양말회사 ‘싹수’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3.07.0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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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에도 ‘스토리텔링’을…“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 양말 통해 담을 것”

‘양말에 힐링을 넣다’
하루 신고 빨래통으로 직행하는 양말에 무슨 힐링?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싹수있는 삭스(socks·양말)를 추구하는 양말브랜드 ‘싹수’의 경영철학을 들어보면 갸우뚱 거렸던 고개가 이내 끄덕거림으로 바뀐다. 양말 하나로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며 호기 있게 양말회사를 차린 ‘싹수’의 유씨 삼형제를 만나봤다.

▲ 싹수의 유씨 삼형제. 왼쪽부터 유광 실장, 유봉열 부장, 유훈 팀장.

[더피알=서영길 기자]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싹수는 ‘앞으로 성공하거나 잘될 것 같은 낌새나 징조’라는 좋은 뜻을 갖고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싹수가 노랗다’든지 ‘싹수 없는 놈’ 등 부정적 단어와 함께 쓰이며, 싹수는 어감상 왠지 나쁜 단어가 돼 버렸다. 하지만 싹수란 단어처럼, 그것이 지닌 고정관념에서 조금만 탈피하면 그 안에 있는 좋은 것, 긍정적인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단지 하루살이 양말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하루 동안 우리 발을 지켜주는 고마운 의복으로써 양말에 ‘스토리텔링’을 넣고 의미를 부여한 회사가 있다. 지난 4월 유씨 삼형제(유광 실장, 유봉열 부장, 유훈 팀장)가 의기투합해 단출하지만 호기 있게 만든 싹수가 그것이다.

2010년 처음으로 콘셉트 방향을 잡은 이후 3년간의 준비 끝에 회사를 오픈한 터라 이들 삼형제의 의욕은 대단하다. 하지만 창업을 준비하며 양말에 가치를 부여하고 스토리텔링을 넣겠다는 이들의 포부에 “양말이 실용적이면 그만이지. 뭐 그리 대단한 제품이라고…”하며 비아냥대는 사람들도 있었다. 유 실장은 이에 대해 “맞는 말이죠”라며 쿨하게 인정했다.

“저희들 마저 양말은 그저 양말일 뿐 그 가치에 대해선 신경 쓴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꿔보기로 했어요. ‘양말’이라는 제품을 먼저 구상하기보다 우리가 먼저 ‘공감’할 수 있는 것을 우선적으로 찾았던 거죠. 바로 ‘나’라는 주제로 말이죠.”

유씨 삼형제는 공감할 수 있는 모든 ‘나’와 같은 상황에 양말을 접목시켰다. 이는 곧 스토리텔링을 지닌 콘셉트 있는 양말로 탄생했다. 유 실장은 “만들어 놓고 가치를 부여하는 대다수의 제품에서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만들기 전에 이 제품이 왜 만들어져야 하는지 항상 고민하고, 그 고민의 결과를 양말 하나하나에 스토리텔링으로 넣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싹수 1집’이다. 총 7곡(싹수는 ‘켤레’란 표현 대신 ‘곡’이란 표현을 사용한다)이 수록된 1집에는 각 양말마다 개성 넘치는 스토리텔링을 지니고 있다. 독개구리를 모티브로 한 타이틀곡 ‘자신감’부터, 해바라기가 수놓인 ‘일탈’, 감옥 창살을 빗댄 ‘자유’, 어릴적 오락실에서 볼 수 있던 방구차가 새겨진 ‘추억’, 발바닥에 부적이 그려진 ‘트라우마’, 뱃살 체크를 도와주는 ‘건강’, 빗방울을 형상화한 ‘첫사랑’까지 그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싹수인들에게 싹수는?…“나와의 소통”

▲ 싹수에서 나오는 양말들. 이미지 가장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일탈, 첫사랑, 자신감.
사실 이들 유씨 삼형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각각의 직업을 가진 직장인이었다. 생업을 하며 3년 동안 준비해 오다 드디어 올해 싹수를 론칭한 것. 그러면서 다니던 직장에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하는 일도 분야도 모두 달랐던 이들을 모아놓고 싹수 콘셉트를 처음으로 꺼내놓은 건 유광 실장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형제들 모두 유 실장의 아이디어에 크게 공감해 줬다. 하지만 아무래도 형제가 뭉쳐 회사를 차렸으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을 터. 이에 대해 유 실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가족들끼리 사업을 시작하면 문제될 것도 있겠지만 좋은게 더 많아요. 서로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하는 건 당연하고, 경영이나, 제품 등 무언가 잘못됐을 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감없이 해, 회사에 불필요한 이끼가 자라지 않을 수 있도록 하니까요.”

현재 2집을 준비 중이라는 유 실장은 “1집에서 정적이고 감성적인 곡들을 담았다면 2집은 군대, 등산 등 동적인 스토리텔링을 담아볼까 해요”라고 귀띔했다. 2집은 3~4곡을 염두에 두고 올 가을께 선보일 예정이다. 그런데 1집을 만들어본 경험 때문일까. 2집 준비에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고.

유 실장은 “회의를 하다보면 얼토당토 않은 얘기들을 할 때도 많아요. 또 영화를 보러 다니거나, 사무실에 앉아 서로 농담을 주거 받거나 책을 읽으며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식이죠”라며 “누가 보면 음반 회사나 여타 다른 업종의 회사로 착각 할 정도에요. 회의 하는 모습을 보면 절대 양말 만드는 회사 같지 않죠”라며 웃었다.

실제로 유씨 삼형제는 앞으로 나올 2집 3집 등의 콘셉트를 달리 하기 위해 여러 방면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중이다. 또 이렇게 모인 ‘이야기보따리’들을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서로 공유한다. 여기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며, 세대가 다르거나 환경이 다른 이들의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보려 노력한다. 스토리텔링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 싹수 사무실 내부 모습.

불쑥 양말 한 곡이 5000원인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유 실장은 스타벅스커피를 보며 가격을 책정했다는 다소 의외의 대답을 들려줬다.

“‘우리 양말이 좋으니까 5000원이다’ 이런 의지만은 아니에요.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그 브랜드와 가치까지 생각해 저항감 없이 5000원 주고 사먹는 것처럼, ‘나만의 문화 가치’라는 개념으로 싹수를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가격을 정한거죠.”

양말에 스토리텔링이라는 가치를 두고 전혀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있는 3명의 ‘싹수인’들에게 싹수 양말은 어떤 의미일까? 망설임 없이 대답이 돌아왔다. “싹수는 나와의 소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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