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상남자’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상남자’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3.07.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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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인 24시] 웰컴어쏘시에이츠 양승덕 대표

양승덕 대표는 얼핏 보면 무뚝뚝한 영락없는 경상도 사나이다. 잘 웃지도, 말이 많지도 않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직접 고른 수제화에 이름을 새겨 선물하며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는가 하면, 직원들과 스킨십이 필요할 땐 점심시간을 슬쩍 기다렸다 조용히 점심을 함께 즐기며 눈을 맞출 줄 아는‘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상남자다.

[더피알=서영길 기자] 서울 충정로 ‘웰컴어쏘시에이츠(이하 웰컴)’ 사무실. 양승덕 대표를 포함한 10명 남짓의 모든 직원들이 분주한 모습이다. 바로 다음날 주요 클라이언트의 큰 행사가 지방에서 있기 때문.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양 대표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대화를 이어가는 중에도 양 대표의 휴대전화는 쉴 틈이 없을 정도다.

문을 연지 딱 1년 됐다는 양 대표는 “처음엔 인터뷰 오신다는 말에 크게 자랑할 만한 것도, 말을 재미있게 하는 스타일도 아니라 고사하려고 했어요”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때 불쑥 옆자리의 김미향 과장이 “하도 안하신다고 빼길래 제가 대표님께 (인터뷰) 하자고 막 졸랐어요”라며 저간의 상황을 들려줬다. 그런데 문득 ‘PR인이 정작 자기 PR은 꺼린다?’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양 대표와 하루 동안 함께 지내며 이런 의문은 이내 수그러들었다.

이날 출근부터 퇴근까지 함께한 그는 경상도 사내답게(?)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PR인이다. 묵묵하게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을 발산하고, 행동으로 클라이언트에게 결과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를 믿고 일을 맡기는 업체들은 양 대표에게 모든 일을 거의 일임하다시피 한다. 또 언론홍보를 주 비즈니스로 하는 웰컴에는 기자들의 출입이 잦다. PR회사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기자실’이 사무실 한 켠에 자리한 이유도 있겠지만, ‘끈끈한’ 사람관계를 중요시 하는 기자들이 양 대표의 이런 진득한 성품을 잘 아는 이유가 크다.

이런 성품을 지닌 양 대표이기에 사내에서나 대외적으로 활동할 때 ‘양 대표’가 아닌 ‘양 부장’으로 불린다. 그 이유도 양 대표 성격만큼이나 간단하고 명료하다.

“아직까지 현장에서 뛰고 있기에, 또 앞으로도 그러고 싶기에 양 부장이라는 호칭이 좋아요. 대표란 직함은 왠지 현장 실무에서 떠난 사람 같잖아요.(웃음)”

AM 9:00 출근
출근길엔 클라이언트 위주로 포털 뉴스, SNS 등을 모니터링 한 후, 회사에 도착해 주요 종합지와 경제지를 꼼꼼히 읽는다. 이어 누굴 만날지, 무슨 회의가 있는지, 업무 지시사항 등 그날 일정을 체크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양 대표는 오전 중 남는 시간엔 신문에 난 칼럼을 챙겨보는 편이다. 칼럼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배울 수 있는 점도 좋지만, 글은 쓴 기자의 생각도 알 수 있어 유익하기 때문이다.

 

AM 10:30 전체직원 회의
다음날 있을 지방 행사의 규모가 크다 보니 전 직원이 동원될 예정이다. 그래서 각자 맡아서 처리해야 할 부분에 대해 확인하고, 각 분야에 대한 업무를 공유했다. 이어 지방으로 출장 간 김에 1박2일 일정으로 워크숍도 준비돼, 노는 것(?)에도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직원 대부분이 전 직장부터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사이라 긴 말 필요 없이 30분만에 일사천리로 회의가 종료됐다.


AM 11:00 언론 모니터링

한 경제지에 고객사와 관련해 잘못된 팩트의 기사가 나와 글 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필했다. 기자에게 잘못된 상황이 기사에 표현됐다며, 해당 상황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해 정정 기사를 요청했다. 기자와의 유대 관계가 좋은 것이 이런 상황에서 톡톡한 효과를 냈다.


PM 12:00 직원들과 점심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 할 때가 자주 없는 양 대표는 이렇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과 스킨십을 통해 친근함을 유지한다. 오랜만에 직원들과 점심을 해, 일 얘기가 주요 화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양 대표는 “그런 ‘대표스러운 짓’은 안해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실제로 이날 점심엔 일 얘기는 일절 없었다. 이유는 식당 TV에 류현진 경기가 생중계되며 류현진의 첫 3루타가 터졌기 때문.
 

PM 2:00 행사 장소 답사
조만간 있을 클라이언트의 행사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사전 답사에 나섰다. 양 대표는 클라이언트 관계자와 동선, 주차, 공간 뿐 아니라, 기자간담회에 적합한 장소인지 1시간여에 걸쳐 3곳의 홀을 꼼꼼히 살폈다. 도중에 클라이언트 관계자와 기자간담회 콘셉트와 관련해 약간의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양 대표의 노하우가 담긴 의견으로 양 대표의 우세승(勝).

 


PM 3:30 클라이언트 매장

서울 강남의 한 클라이언트 매장에 나가 딜러들에게 고객반응 등을 들었다. 양 대표는 “차를
사려는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딜러들에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나 니즈 등을 들으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이런 반응을 참고해 차후 클라이언트 홍보에 유용하게 이용하죠”라며 매장을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은 시승 행사로 계약 건수가 많이 늘었다는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PM 4:30 컨퍼런스 콜
클라이언트의 아·태 총괄 담당자와 컨퍼런스 콜이 진행됐다. 진행 중인 업무들을 확인하고, 의견 조율을 위해 2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싱가포르에 있는 담당자와 회의를 진행한다.
 

PM 5:20 인터뷰
양 대표는 대학시절 기자를 꿈꿨다. 그래서 대학 신문사 편집장도 지냈다. 그렇게 언론고시를 준비했지만 졸업할 즈음인 1997년 경제위기가 닥치며 언론사 채용 자체가 사라졌다. 가정형편도 좋지 않아 이듬해를 기약할 처지도 못됐다. 그러다 우연히 학과 사무실에 LG화학 입사 전형서가 눈에 띄었다. 주저 없이 지원했고 그렇게 PR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렇게 걸어온 PR인의 삶이 어느새 근 20년이 됐다. 양 대표는 “우연찮게 시작한 일이었지만 기자를 했던 터라 글빨(?)도 좋았고, 세상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업무라 적성에 잘 맞았어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잠깐의 외도도 있었다. 4년만에 잘나가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무역일을 시작했던 것. 그렇게 5년 동안 무역일을 하며 세상 견문을 넓혔다. 하지만 이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대표를 맡고 있던 친척 형님이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회사가 와해됐어요. 나이 37살에 다시 진로를 선택하려니 많은 고민이 되더군요.” 장고 끝에 양 대표는 주저 없이 자신의 피를 끓게 해주던 PR업계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인하우스 PR인이었던 그가 에이전시 PR인으로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고, 5년간의 공백도 그에겐 시련이었다.

양 대표는 이를 앙 다물고 배웠다. “경력을 인정받아 팀장으로 입사했는데, 아무것도 모르겠더군요. 몇 년만에 PR 환경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어요.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선후배 가릴 것 없이 솔직히 물어봤습니다. 제안서도 쓴 적이 없어 무작정 알려달라고 조르고, 모은 제안서들을 밤 새워 벤치마킹하기도 했죠.” 이런 노력으로 1년만에 완벽히 감을 되찾은 것도 모자라 회사에서 매출이나 실적 면에서 늘 톱을 달렸다.

이렇듯 행동으로 자신을 말하는 양 대표의 스타일은 창업을 하고서도 계속 됐다. 바로 창업 멤버로 가담해준 직원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맞춤 수제화를 일일이 선물했던 것. 신발 뒤꿈치에는 그 직원의 이름까지 새겨 넣어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신발로 만들었다. “PR 업무 자체가 발로 뛰는 일이 많잖아요. 직원들의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으면 발이 편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또 마음도 전달될 수 있고요.”
 

PM 6:00 퇴근
퇴근시간이다. 양 대표는 “주로 7시가 넘어서 퇴근하지만 오늘은 인터뷰 종료를 위해서라도 저도 일찍 퇴근해야 겠네요(웃음)”라며 차에 올랐다. 자신에 대한 자랑도, 회사에 대한 멋진 포장도 없었지만 차창 밖으로 손 흔드는 양 대표를 보며 그의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낀 것 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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