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후 사건, 위기 보다 관리 문제 컸다”
“박시후 사건, 위기 보다 관리 문제 컸다”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07.2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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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예인 위기관리 전문 배승희 변호사

[더피알=이슬기 기자] 위기관리는 기업에만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다. 유명인, 그 중에서도 특히 대중의 관심과 평판이 곧 생명인 연예인에게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연예계는 ‘위기’만 있을 뿐, ‘관리’가 없는 사례들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이슈에 대한 미숙한 초기대응으로 논란을 키운 몇몇 이들이 대중의 시야에서 영영 사라진 경우도 많다. 복잡해진 미디어 환경 속 더욱 민감해진 ‘연예인 위기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배승희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연예인 위기관리 전문 배승희 변호사

○ 최근 위기관리가 중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연예인 위기관리’ 전문 변호사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 저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홍준표 의원실에서 비서관으로 일을 시작했어요. 이후 국회 정책분야를 거쳐 총선에 뛰어들게 됐는데, 정치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걸 실감하면서 위기관리의 필요성을 느꼈죠. 선거의 경우 조직관리가 중요한데, 하다 보니 언론에 신속한 대응, 명확한 의사표명의 중요성을 절감했어요. 총선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연예인도 대중에 노출된 직업이기에 정치인과 비슷하다고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죠.

○ 연예인의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 가장 중요한 부분은 활동의 지속 가능여부예요. 위기관리라는 개념자체가 실질적으로 이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발생된 손해를 최소화하는 거잖아요.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의 경우 위기 발생부터 처리까지 기존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해요. 때문에 연예인의 대리인은 법적문제를 해결하는 측면만 볼 것이 아니라 정보와 대중, 미디어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을 내려야 해요.

일반적으로 하루 안에는 사실관계 파악을 끝내고 3일 안에는 적절한 대응을, 3주 안에는 해결을 하는 게 원칙이죠. 또 최소 3개월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고요. 이 과정에서 법률지식만큼 중요한 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인 것 같아요. 일단 의뢰인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대중, 언론과의 소통에 능숙해야 하죠.

○ 기업의 위기관리와 연예인의 위기관리, 어떤 점이 다른가요?

● 기업의 위기관리는 보통 조직의 이익을 지키고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업무들이 주를 이루죠.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조직 일부의 희생이나 과감한 금전적 보상이 이뤄지기도 하고, 기업의 성격에 따라 일반고객보다는 거래기업이나 관공서에 대한 대책이 최우선되기도 하죠. 반면 연예인의 위기관리는 대중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 활동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편이에요. 따라서 사안에 따라 법적대응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법적 승패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진 않아요. 법적으로 이겼다고 해도 이미지가 추락했다면 직업적으로는 패소나 마찬가지죠. 때문에 대응 방법과 시기 결정은 모두 향후 활동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아주 예민하게 조율해요.

▲ 연예인 위기관리 전문 배승희 변호사
○ 유명인도 다양한 부류가 있는데요. 다른 유명인에 비해 연예인의 특수성이 있을까요?

● 연예인은 대중과의 소통으로 인기를 얻고 이로 인해 활동가능성이 발생하다보니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직업이에요. 때문에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 소송 승패보다 이미지 하락이 더 큰 문제가 돼요. 이 지점이 여타 유명인과 다른데, 보통 유명인은 진실 공방으로 누가 이기고 지는지가 중요하죠. 하지만 연예인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상대를 악역으로 만들면 곤란해요. 예전에 노인 폭행 사건에 휘말렸던 최민수 씨의 경우 폭행하지 않았음에도 우선 대중의 사과를 구하며 사건을 마무리했어요. 비록 형사사건에서 무죄가 나오더라도 그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걸 알았던 거죠.

○ 대부분의 연예인이 사건이 터지면 묵묵부답식이거나 대응이 서툴러 안타까운 경우가 발생하던데요. 왜 이런 일들이 자꾸 발생할까요?

● 사실 기본적인 인간의 습성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어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위기가 발생하면 당황하고 감추기 급급한 경향이 있잖아요. 또 연예매니지먼트사들이 위기관리에 대해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이기도 해요. 설사 이해를 했다 해도 평소에 경제적 성과가 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하죠. 연예매니지먼트사의 특성상 과거의 경험대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중들은 그들과 달리 굉장히 예리해지고 있거든요. 때문에 과거 방식으로는 대중의 판단을 따라 잡기에 역부족인 거죠. 법적 대리인의 경우도 관련 사안에 경험치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사장들은 자기 판단이 옳다고 주장하고, 대리인은 자신감이 떨어지니 결국 소속사의 결정을 따르게 되는 거죠. 사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정보공개의 수위조절에서 갈려요. 언론이 통제가능한 대상이라고 보는 과거의 방식으로는 뉴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의 대중을 상대하기 어렵죠. 개념 자체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봐요.

○ 전문가의 관점에서 잘 된 위기관리 케이스는 어떤 게 있을까요?

● 최근 연예인 중에는 김혜수 씨와 김구라 씨 정도를 꼽을 수 있어요. 김혜수 씨는 논문 표절 시비가 붙자 일체 변명 없이 신속히 사과하고 논문취소를 요청했죠. 결과적으로 방영이 임박한 드라마에 피해가 가지 않게 마무리하고 기존의 쿨하고 당당한 이미지를 유지했어요. 향후 활동가능성도 놓치지 않았죠. 김구라 씨의 경우도 마찬가진데, 고의성이나 범법성이 드러나기도 전에 신속하고 과감하게 사과하고 자숙의 시간을 거쳐 성공적으로 복귀했죠.

○ 현재 연예계의 어떤 부분이 위기관리 면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보시나요?

● 일단 전문가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고, 전문가를 찾지 않는 소속사의 판단도 문제예요. 소속사와 매니저는 경험적 판단에 의존해 위기를 해결하려고 하는데, 말씀드렸다시피, 그게 잘 통하지 않는 환경이 된 거죠. 얼마 전 민주화를 일베(일간베스트)식으로 사용해 문제가 된 시크릿 전효성 씨의 경우 하루 안에 인정하고 적절한 사과만 했으면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었어요. 하지만 소속사에서는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길 바랐고 결국 SNS상으로 두 번 세 번 사과하고, 그 와중에 예정돼 있던 학교 축제가 취소됐죠. 결국 카이스트의 축제무대에서 사과를 하다 울음을 터뜨리는 동영상이 온라인에 도는 등 크게 번지는 상황까지 갔고요. 연예계도 이제는 세계로 무대를 넓히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시스템이 정착돼야 해요. 위기관리에도 전문가의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과 대처능력을 갖춰 약점을 보완해야죠.

○최근 큰 이슈로 박시후 씨 건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커요. 사건 처리 과정에서 미흡한 면이 많았는데, 박시후 씨의 문제라기보다는 대리인들의 실수가 참 많았어요. 그 사건은 진행되면서 변호인이 여러 번 바뀐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최초 변호인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요. 변호인은 법률적 판단만 고려해 언론 대응이 미숙했죠. 사건 초기부터 너무 많은 부분을 언론에 공개해서 대중은 피로를 느꼈는데, 이정도 언론에 공개한 경우라면 법적인 다툼을 하더라도 끝까지 시비를 가렸어야 해요. 합의를 함으로써 오히려 불명예스럽게 사건이 마무리 됐죠. 위기관리는 언론과 대중의 관계, 인터넷 여론, 정부 조직과의 관계 등을 아울러 판단하는 게 핵심인데 박시후 씨 건의 경우 모든 면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죠.

▲ 지난 3월 배우 김혜수는 드라마 ‘직장의 신’ 방영을 앞두고 논문표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김혜수는 드라마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정중하게 사과하고 신속하게 학위취소를 요청해 이미지 손상 없이 사태를 수습했다(왼쪽). 지난 2월 배우 박시후는 성폭행 혐의로 연예인지망생 a씨에게 고소를 당했다. 한참을 서로에 대한 폭로전을 벌이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으나 지난 5월 a씨가 고소를 취하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됐다.(오른쪽)

○ 그럼 연예인의 경우 한번 추락한 이미지를 되돌리는 일은 가능할까요?

● 추락한 것은 날개가 없다고 봐요. 그만큼 망가진 이미지는 되돌려 놓기가 만만치 않아요. 신정환 씨나, 엠씨몽 씨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제가 여러 사례들을 분석해본 결과,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거짓대응이에요. 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가식으로 드러나 속았다는 생각이 들면 대중의 부정적 반응은 지속되죠. 가볍게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대중은 진실하지 않은 건 알아보기 마련이에요. 이 경우 대중은 애초에 논란이 됐던 행동보다 자신을 기만했다는 사실에 더 크게 성을 내죠. 그 이후부터는 용서받기가 어려워져요. 도박으로 여러 번 논란이 됐던 신정환 씨도 돌이켜보면 여러 번 용서를 받았어요. 문제는 거짓말이 들통 난 경우인 거죠. 엠씨몽 씨의 경우도 안 그래도 민감한 군대문제를 덮으려고 거짓말이 더 커지는 지경에 이르다보니 힘들어지는 거죠. 설상가상 사건이 ‘네이밍화’되면 더 이상의 위기관리는 무의미하다고 봐요. 따라서 이런 과정까지 가기 전에 적절한 대처로 사태를 수습해야죠.

○ 앞으로 계획이 더 있으시다면요?

● 기업의 경우에는 뉴미디어가 발달해 환경이 복잡해져도 24시간 모니터링을 하는 등 시스템이 잡혀 있는 경우가 많지만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의 경우 현실적으로 그런 시스템이 어려워요. 관행적으로, 해오던 대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앞으로 위기관리분야를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센터 설립을 계획하고 있어요. 기존 전문가들과의 협력도 고려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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