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폭력에 노출된 우리아이들
사이버 폭력에 노출된 우리아이들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3.07.2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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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NHN의 방관 속 놀이화된 소리없는 폭력, ‘사이버 불링’

[더피알=이동익 기자] 최근 SNS를 통한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불링(Bullying)은 약자를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행동을 말한다. 우리에게는 왕따, 이지메란 표현으로 더 익숙하다. 왕따나 이지메가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물리적인 폭력이라면, 사이버 불링은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벌어지는 비방과 소리 없는 폭력이다. 주로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나 SNS를 통해 끊임없이 특정상대를 욕하고 헐뜯고 협박하며 괴롭히는 방법이다.

▲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펼치고 있는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 캠페인 영상의 한 장면.

사이버 불링은 단순히 특정상대에게 욕설을 퍼붓고 비방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집단 이지메처럼 어느 한 사람을 겨냥하고 동시에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괴롭히는 행동을 게임처럼 즐긴다는 게 더 큰 문제.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와 학교폭력이 보편화되자, 사이버 불링에 가담하는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 2011년에 발표한 인터넷윤리문화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령이 낮을수록 악성댓글, 허위사실 유포 등의 사이버폭력 행위를 한 경험이 높았다.

10대의 악성댓글 작성경험율은 48%, 허위사실 유포는 73.8%로 타 연령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사이버불링을 해본 경험이 있는 10대는 76%로 두 번째 높게 나타난 20대(58.2%)보다 월등히 높았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3명 중 1명꼴로 가해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이버폭력 행위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단순한 ‘재미나 호기심 때문에’ 라고 답한 비율이 47.5%에 이르러, 사이버 불링을 하나의 ‘놀이’로 인식했다.

겁쟁이들의 놀이가 된 사이버 불링

실제로 지난해 8월엔 ‘카톡왕따’와 비슷한 ‘티아라놀이’가 포털에 공개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한 대학생이 초등학생인 조카의 스마트폰에 자행되고 있는 왕따놀이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큰 조명을 받았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티아라 놀이’는 아이돌 그룹인 티아라의 왕따 사태에 기인한다. 방식은 간단하면서도 섬뜩하다. 한 명의 친구를 ‘왕따’로 지목한 뒤 카톡 등으로 지목된 친구를 욕하고 일방적인 명령을 내려 괴롭힌다. 특히 왕따로 지목된 친구를 괴롭히는데 동조하지 않는 학생들은 그 다음 왕따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더 살벌해진다. 내가 살기 위해선 남에게 해를 입혀야만 한다.

이렇듯 사이버 불링은 악성댓글 달기, 헛소문 퍼뜨리기 등에서 진화해 카카오톡 등의 모바일 메신저에서 단체 채팅방을 개설해 피해 학생에게 단체로 욕설을 퍼붓거나 게임아이템을 상납하게 하는 등의 ‘떼카’, ‘카톡지옥’, ‘하트셔틀’ 등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전국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사이버폭력 발생비율(13.6%)은 빵셔틀(6.2%)의 2배 이상이었다.

▲ 2011년 인터넷윤리문화 실태조사. 출처: 한국인터넷진흥원

돈벌이에 혈안 된 카카오, NHN…피해 대책은 ‘소극적’

한편, 사이버 불링의 주된 거점으로 온라인카페,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지목되자, 관련 사업자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NHN, 다음, SK컴즈 등 주요 포털사를 중심으로 지난 2009년 3월에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를 출범했다. 각 대표들이 KISO 이사를 맡아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 권리 침해 사건에 대해 공동으로 정책을 결정, 심의하고 있지만, 피해 관련자들은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의 모바일메신저인 마이피플에 ‘상다미샘’을 도입해 사이버 불링 관련 상담을 지원하고 있는 열린의사회 김태윤 팀장은 “아이들의 시각으로 기능을 보완하는 대책이 있어야하는데, (사업자들의) 대처가 슬기롭지 못한 것 같다”며 “강제로 게임아이템을 구입하도록 하는 하트셔틀 같은 경우는 기술적으로 대처하기 어렵지 않다. 기업은 학생들을 상대로 수익을 창출했으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학교폭력SOS지원단 이유미 단장도 “허위사실유포나 개인사생활 침해, 아이템 강매 등 막상 피해가 발생했을 때 사안이 처리되는 게 2주나 걸린다”며 “학생들 사이에 카카오톡이 소통의 장이 됐기 때문에 사업자들도 기술 보완이나 재원 마련, 신속한 처리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요구에 대해 모바일메신저 사업자들은 난색을 표했다. 비판의 중심에 선 카카오 대외협력실 김수 실장은 “사이버 불링에 관련해 저희에게 많은 질타를 하시는데, 부담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 카카오톡도 사이버 불링 관련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하면서도, 기술적인 대책 마련에 대해서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법이나 기술적인 조치는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라고 본다. 단순히 기술적인 차단보다는 교육이나 문화 활동이 선행돼야하지 않나 생각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 카카오 관계자도 사이버 불링의 근원지로 거론되는 것을 불편해하며 “카카오톡이 (사이버 불링을) 종용한 것은 아니지 않냐”며 “카카오톡을 거론하기보다는 마이피플과 라인 등과 함께 모바일 메신저로 묶어서 거론해달라”고 할 정도로 피해 현장의 목소리와는 다른 인식을 보였다.

▲ 지난해 8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왕따를 당한 여학생이 잠실의 한 아파트에서 손목을 긋고 뛰어내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자사한 김 양이 당한 사이버불링 형태(왼쪽)와 초등학생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티아라 놀이(오른쪽).

“모바일메신저 사업자들 적극적인 지원 대책 마련돼야”

사이버 불링에 대한 카카오의 이같은 인식은 NHN도 크게 다르지 않다. NHN 정책실 정민하 실장은 “사이버 불링과 관련해 저희도 콘텐츠 검색을 통해 정부나 관련기관 등의 캠페인, 교육내용 등이 우선 노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인터넷 사업자로서의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부에서 다양한 요구를 하시는데, 사실 정부나 학교, 학부모가 해야 할 일까지 우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사회적 책임은 지속적으로 하겠지만, 문제의 원인을 우리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사이버 불링의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컨트롤 타워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총신대학교 교육학과 정한호 교수는 “여러 단체마다 사이버 불링에 대한 개념도, 관점도 달라 서로 접근법도 다르다”며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데, 사회 환원 차원에서 기금을 조성해 컨트롤 타워 성격의 법인 단체가 만들어져 장기적인 플랜이 취해져야 한다”고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교수도 “사이버 불링 대응에 대한 문제점은 서로 각 단체들끼리 각자 움직인다는 것”이라며 “여러 단체들마다 잘하는 일이 있고 도움 받을 수 있는 일이 있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적, 사업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더피알> 7월호를 통해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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