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인은 과연 PR을 버려야만 사는가
PR인은 과연 PR을 버려야만 사는가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07.2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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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원론적 주제에 관한 이야기

[더피알=강미혜 기자] PR하는 사람들이 PR이란 단어를 부담스러워한다? 혹자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반문하겠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PR업계에선 일정 부분 통용되는 얘기인 듯하다.

업계에서 전문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는 A 대표는 자신의 비즈니스에서 PR이란 말을 일부러 내세우진 않는다고 한다. 마케팅이나 컨설팅 등에 비해 아직 국내에서 PR의 가치가 저평가 되고 있는 까닭이다. 또 PR이라는 카테코리에 스스로를 한정시키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을 터. A 대표는 현재 커뮤니케이션 코치로 분야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한 발 앞선 트렌드를 제시하며 PR업계를 선도하는 B 대표의 경우, 매년 주최하는 세미나에서 PR이란 타이틀을 빼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커뮤니케이션이란 단어가 대신 들어간다. PR이 갖는 협의의 느낌을 지우기 위해서다. B 대표는 PR만을 내세워서는 도무지 흥행(?)이 되지 않는 업계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학계와 업계의 가교 역할을 하며 PR의 저변 확대에 힘쓰는 C 교수는 몇 년 전 자신의 저서를 출간하는 과정에서 크게 애를 먹었다. 여러 출판사가 책 제목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PR 대신 광고나 마케팅 등 좀 더 대중과 ‘친숙’한 단어를 넣자고 고집해서다. 노력 끝에 PR이란 이름을 달고 책은 출간됐지만 C 교수는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한다.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 입지가 탄탄한 전문가들조차 이런 상황을 맞닥뜨릴 정도니 실상은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을 것이다. 실제 <더피알>도 PR이란 단어가 주는 전문적 느낌이 너무 강하다며 독자층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다른 제호로 바꿔볼 것을 여러 차례 권유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말 PR을 버려야만 PR이 사는 것일까? 극단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전에 먼저 PR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자 한다.

PR은 ‘Public Relations(공중관계)’의 줄임말이다. 사회 속 모든 일반 사람들(공중)과의 관계를 맺어나가는 모든 활동을 통칭하는 게 바로 PR이다.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팔기 위한 광고/마케팅 활동도 소비자와의 관계가 제대로 서야 빛을 발한다. 광고인이든 마케터든 PR의 본질인 ‘관계’의 매커니즘을 꿰고 있다면 자신의 부가가치는 물론 업의 시너지까지 동시에 높일 수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PR은 마케팅이나 광고를 아우르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다.

홈즈 리포트(Holmes Report)의 CEO이자 편집장인 폴 홈즈 역시 얼마 전 한 행사에서 “PR은 조직과 공중 간의 관계를 관리하는 예술이다. 사람들이 타인과 관계 맺는 것의 대부분이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에 의해서가 아닌 그들의 행동에 의해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PR의 개념이 커뮤니케이션보다 훨씬 크다고 본다”고 역설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문제는 국내에선 오랫동안 ‘PR=홍보’라는 닫힌 개념으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PR을 업으로 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대다수 사람들은 PR이 어떤 활동을 하는 일인지 잘 모른다. 언론에 기사 내보내는 행위쯤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같은 고정관념을 떨쳐내고자 대기업(인하우스)을 중심으로 홍보팀, PR팀이라는 부서명을 커뮤니케이션팀으로 교체하기도 하지만, 옷만 바꿔 입는다고 해서 몸까지 바뀌진 않는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PR인이 자존을 지켜가며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결국 스스로 각성하고 실력을 쌓을 수 밖에 없다.

업계는 경쟁도 중요하지만 동료의식을 갖고 상호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PR 선배들이 후배 양성에 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학계도 시대변화에 따라 기민하게 업그레이드 되는 PR의 역동성을 누구보다도 빨리 학생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답은 이런 것들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PR이 사는 법은 PR인들이 하기 나름에 달렸다. 한 PR학과 교수의 말마따나 ‘PR을 알면 세상이 열린다’는 사실을 PR인들이 직접 몸으로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너무 원론적 얘기지만 현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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