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뭐예요?’…제품명에 새겨진 ‘닥터’
‘이름이 뭐예요?’…제품명에 새겨진 ‘닥터’
  • 엔자임 김민정·조민희·박수민 (admin@the-pr.co.kr)
  • 승인 2013.07.2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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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신뢰의 보증수표, ‘닥터 마케팅’ 활발…헬스컴 넘어 일상 속으로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식품, 생활용품 등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커지면서 이른바 ‘메이드 위드 닥터(made with doctor)’라 불리는 ‘닥터 마케팅(Doctor Marketing)’ 기법이 주목받고 있다.

[더피알=김민정·조민희·박수민] 실상 우리가 ‘먹고, 바르고, 입는 제품’이 ‘건강에 좋은 안전한 제품’이라고 보증해 주는 데 의사만큼 검증된 직업도 없다. 이런 이유로 병원, 의약품,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헬스커뮤니케이션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오는 추세다.

▲ 오리온 ‘닥터유 프로젝트’는 네이밍부터 닥터를 활용한 닥터 마케팅의 원조로 꼽힌다.
초창기 닥터 마케팅은 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의 공식 인증을 받는 형식이 많았다. 2000년 5월 출시된 롯데제과의 ‘자일리톨껌’은 대한치과의사협회로부터 충치와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제품으로 인증 받았고,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치과의사협회의 인증은 소비자가 믿고 살 수 있는 근거가 됐고, 그 결과 제품은 대박이 났다.

특히 자일리톨은 일반 시장에 출시하기 전 치과병의원에서 미리 치과용 자일리톨을 판매하는 전략을 써 소비자들에게 치과의사가 추천하는 제품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기기 위해 공을 들였다. 자일리톨의 닥터 마케팅 성공 이후 다양한 식음료업체들이 앞다퉈 자사 제품에 대한 학회 인증을 받고, 세미나를 여는 등 활발히 움직였다,

그러나, 의사단체 인증은 지금은 없어진 방법이다. 2009년 8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각종 민간단체의 인증표시 광고를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학회의 인정은 제품 원료에 대한 인증일뿐 효과나 효능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 하에 과대광고가 소비자를 오인, 혼동케 할 수 있어 협회 등의 인증 내용을 제품광고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로써 인증광고를 하다 적발된 업체는 1차로 시정명령을 받고 개선조치가 없으면 판매중지 조치를 받게 된다. 현재 자일리톨은 대신 대한치과의사협회와 함께 소외된 이웃들에게 치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닥터 자일리톨 버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많이 쓰이는 닥터 마케팅은 제품명에 ‘닥터’라는 단어를 직접 집어넣는 것이다. 네이밍부터 닥터를 활용한 닥터 마케팅의 원조는 바로 오리온의 ‘닥터유 프로젝트’다. 과자도 몸에 이로울 수 있다는 역발상의 아이디어에서 출범한 이 브랜드는 전 서울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 유태우 박사를 1년간 제품설계에 참여시키고, 제품명에 아예 ‘닥터’를 못박은 케이스다.

이 프로젝트 하에 해로운 성분은 없애고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공급하는 ‘건강한 과자’들을 출시해 ‘과자는 건강에 해롭다’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개선된 제품에는 ‘닥터유 프로젝트 마크’가 붙어서 출시된다.

▲ 닥터 마케팅의 의사가 제품 설계부터 직접 참여한 콜라보레이션 기법이 활용하기도 한다. 사진은 국내 피부과 전문의 21인이 모여 만든 화장품 ‘닥터자르트’.
의사-제약·화장품 콜라보레이션 ‘봇물’

의사가 제품 설계부터 직접 참여한 콜라보레이션 기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코스메슈티컬’은 화장품(Cosmetic)과 의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제약회사나 피부과에서 생산하거나 유통되는 화장품 또는 의사가 연구 개발에 참여한 화장품을 일컫는다. ‘유기농’과 ‘기능성’이라는 코스메틱 트렌드와 더불어 ‘안전성’과 ‘기능성’을 모두 인정받은 다양한 코스메슈티컬 제품들이 출시되며 해마다 시장이 증가하고 있다.

피부전문가들이 기획에서 연구 개발까지 참여한 ‘차앤박 화장품’이나, 국내 피부과 전문의 21인이 모여 만든 ‘닥터자르트’ 등이 대표적인 코스메슈티컬 브랜드다. 최근에는 드러그스토어(drugstore) 유통망 확장과 함께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 종류가 매우 다양해지고 성장세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 건강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획 단계에서 전문의들에게 자문을 하는 것은 기본이 된 지 오래다. 건강기능식품회사 롯데헬스원은 비만의 권위자인 서울백병원 비만클리닉 강제헌 교수와 인체실험 등 공동연구를 통해 마테다이어트 제품을 출시했다. 당연히 권위자의 신뢰가 제품에 그대로 녹아 들어 갈 수 밖에 없다.

매일유업의 ‘유기농 아이치즈’ 또한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소아과 전문의가 참여해 꼼꼼히 영양설계를 했다. 제품 패키지에도 의사 삽화를 넣고 ‘닥터 치즈’라는 닉네임으로 적극적인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제품은 치즈 한 장 만으로 1일 필수 비타민, 무기질의 30%를 섭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 졌다. 나트륨 함량 또한 국내 최저 수준으로 최대한 줄여 영양의 균형과 더불어 건강까지 생각했다.

닥터 마케팅 인기 속 가짜도 ‘기승’

최근에는 식품이나 화장품 등 대중적인 소비재 외에도 특수한 목적을 위해 의사들이 참여해 개발한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미국 뉴라이프사의 ‘뉴라이프슈즈’는 신발 전문가와 산부인과 의사들이 2년에 걸쳐 디자인 교정 및 테스트 과정을 하고, 임산부들의 의견을 수렴해 출시된 임산부 전용 신발이다. 임신이 진행되면서 증가한 하중으로 발이 붓고 사이즈가 변하게 되는데, 발 크기의 변화에 따라 공간 확장이 가능하게 고안됐다. 독특한 쿠션 시스템은 하체에 쏠리는 압력과 충격을 줄여줘 임산부를 보다 편하게 해준다.

다른 한편에선 닥터 마케팅의 효과를 노린 ‘가짜 닥터 마케팅’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의사가 없는 피부관리실이나 시술소 상호에 버젓이 ‘닥터’나 ‘Dr.’ 등의 이름을 붙이거나, 의사가 아닌 사람들에게 의사복장을 입혀 마치 의사가 인증한 제품인 것처럼 눈속임을 하는 경우가 그것. 이처럼 닥터 마케팅을 불법적으로 활용하거나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례들이 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엔자임 헬스케어 마케팅본부 이지수 이사는 “헬스케어 마케팅은 근거(Evidence)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어느 영역보다 중요하며 어떤 근거로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메시지 개발과 이를 통한 브랜드의 신뢰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눈속임을 위한 보여주기식 닥터 마케팅은 제품의 신뢰 하락은 물론이고 이에 참여한 의사의 명성에까지 오점을 남길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소비자들 역시 닥터 마케팅이 단순히 마케팅 수단으로 닥터의 이름을 빌린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의사들이 실제로 제품의 효능에 대해 자신감과 신뢰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커뮤니케이션즈 엔자임

김민정 차장, 조민희 팀장, 박수민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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