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외면하고 이집트사태 주목하는 한국언론의 ‘이중성’
촛불집회 외면하고 이집트사태 주목하는 한국언론의 ‘이중성’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3.07.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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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식 외신으로 접해야 할 판…“정치권력에 언론 장악된 보도행태”

[더피알=이동익 기자]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시민들은 한 달 가까이 촛불을 밝히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지만, KBS 등 방송3사와 조중동 등 주요 신문들은 이같은 목소리에 눈 감고 귀를 닫고 있는 모양새다.  

▲ 지난 2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참여연대를 비롯한 진보단체 주최로 열린 '국정원 대선 개입규탄,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4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촛불집회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2만5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했다.

특히 지난 27일에 열린 촛불집회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2만5000여명이 참여한 최대 규모 행사였지만, 주요 일간지 중에서는 진보 성향인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만이 이를 보도했다. 방송3사를 포함한 여타 주요언론들은 국내 대규모 촛불집회보다는 해외의 이집트 유혈사태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아이러니로 일관했다.

공영방송인 KBS는 이날 <뉴스9> ‘간추린 단신’ 세 번째로 촛불집회 소식을 전했다. KBS는 집회 참석인원을 경찰 추산인 7500명으로 보도했고, 보수단체 회원들의 집회 소식도 함께 다뤘다. 반면, 이집트 유혈사태 소식은 “이집트 무르시 찬반세력 또 충돌…사상자 속출”이라는 제목으로 1분 37초를 할애하며 비중있게 다뤘다. 한국방송 KBS가 한국의 정치적 이슈보다 이집트의 정치적 이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MBC도 KBS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MBC는 27일 주요뉴스로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의 소식은 크게 보도하면서도 촛불 집회 소식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KBS와 마찬가지로 이집트 유혈사태 보도는 20여초를 할애했다. 주요 일간지들 역시 서울광장에 모인 촛불집회 소식보다는 저 먼 이국땅 이집트 소식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처럼 한국언론들이 한국소식을 ‘외면’하는 가운데, 오히려 미국 CNN과 프랑스 르몽드 등 외신들이 촛불집회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자국의 소식을 외신을 통해 접해야하는 촌극이 발생하고 있는 것.

▲ 최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던 27일 kbs는 국내 소식보다는 이집트 유혈사태 소식에 더 민감했다. 이집트 유혈사태는 1분 37초를 할애하며 비중있게 다뤘지만, 2만5000명이 모인 서울광장 촛불집회는 단신으로만 처리했다. 출처: kbs 뉴스9 보도화면 캡쳐

한국언론들이 뉴스보도의 ‘균형감각'을 상실하는 행태를 보이자, 이에 대한 국민들의 성토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몇몇 진보성향의 언론 및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만 서울광장 촛불집회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최대규모로 촛불집회가 열렸어도 방송은 조용하다”, “방송사 관계자 눈에는 서울광장 촛불은 안보이지? 뉴스에 한줄, 아니 1초도 안나오네” “(사람들이) 오죽 답답하면 촛불들고 나올까”, “KBS는 성재기 투신 관련해서는 촉각을 다투며 촬영하면서도 촛불집회는 현장에 나가지도 않는다” 등의 글을 올리며 언론 현실을 비판했다.

전문가 역시 촛불집회를 외면하는 한국언론에 대해 “노골적인 정권지향 보도”라며 쓴소리를 냈다.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주요언론들의 보도행태는) 어린아이가 봐도 편파적인 보도다. 특히 공영방송인 KBS조차 정권에 편향된 보도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며 “이는 권력지향적이고 정치권력에 언론이 장악됐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안”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예전같으면 균형감각을 잡으려고 (국민들의) 눈치라도 봤는데, 요즘은 아예 노골적으로 정권을 홍보한다”며 “일부 사람들은 80년대의 광주 민주화 사태에 뭐가 다르냐 라는 얘기도 한다. 그때도 국내소식을 BBC나 외신 통해서 봤는데,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언론의 책임있는 보도행태를 주문했다.

최 교수는 주요 언론들의 이같은 ‘정권 눈치 보기’ 보도행태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집권여당 다수가 포진된 각 방송사 이사회가 사장을 선임하는 방식부터 바꿔야한다. 현재는 언론들이 구조적으로 정치권력에 장악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여론이 형성되지 않으면 정치권에서도 움직이지 않는다. 시민단체나 진보 언론들은 국민들이 이 사안을 인식할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해 여론을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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