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사능 괴담, 원인은 ‘정부 불신’
일본 방사능 괴담, 원인은 ‘정부 불신’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08.0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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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식 해명에도 “불안감 여전”…경각심 요구돼

[더피알=이슬기 기자] 최근 SNS, 이메일 등을 통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관련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급기야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미래창조과학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정부부처 및 기관이 직접 나서 해명을 하고, 조선일보와 MBN등 주요언론이 이에 대한 보도를 했지만 시민들의 불신과 불안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 오늘(1일) 오전 서울 종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 폐수 무단 방류 규탄 기자회견'을 열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중단을 촉구했다.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는 이른바 ‘원전 괴담’의 내용은 무시무시하다. ‘혹시 일본여행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한번만 다시 생각해보세요. 일본은 이미 망했어요’라고 시작하는 이 글에는 ‘지금 일본은 일본인이 방사능 측정을 하고 그 정보를 교류하면 잡혀가는 법안이 통과됐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은 방사능 양으로 따지면 핵발전소 1개의 1000분의 1밖에 안 된다’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어 ‘우리나라 동태의 90%가 넘는 양이 일본산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4호기엔 핵 연료봉이 1500개 넘게 있는데 이는 인류가 지금까지 써온 원자력의 양이다’ ‘호주와 캐나다는 5월 1일부로 일본의 비자발급을 중단했다’ ‘후쿠시마가 체르노빌의 11배,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의 최상위 등급이다’ 등 갖가지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으로 이민 간 한 일본인 교수의 입을 빌려 “내 전공분야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학자로서의 내 명예와 양심을 걸고 일본은 이미 멸망했다. 후쿠시마 원전 때문에 이미 일본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고 밝히고,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의 “현재 일본 영토의 70%는 세슘에 오염돼 있고 전 영토의 20%는 고농도 오염지역이다. 이 오염은 한 500년 이상 지속될 것이다”는 주장과 “먹는 것에 들어있는 방사능은 기준치가 의미 없다. 내부피폭을 외부피폭과 비교하면 안 된다. 먹으면 100만 배가 되는데, 일반 것에서 기준치가 100분의 1이라면 먹으면 1만 배가 된다. 체르노빌 환자들 90%가 음식을 통한 내부 피폭이었다”는 경고를 전한다.

이에 조선일보는 7월 31일자 신문에서 ‘황당한 일 방사능 괴담 나돌아…정부는 “대부분 거짓”’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관련 내용을 조목조목 짚어 정부 관계부처의 공식입장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여러 괴담 가운데 지난달 일본 도쿄전력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고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과 ‘후쿠시마 원전 관련 거짓말을 다룬 독일 다큐멘터리의 존재’만이 사실이다. ‘원전사고로 많은 기형 동·식물이 생겼다’ ‘고등어·명태 등은 활동 영역이 넓어 국산·일본산의 의미가 없다’ ‘일본은 살 곳이 못 된다며 미국으로 떠난 일본인 교수가 있다’는 항목은 세모로 표기했다. 이밖에 10개 항목은 모두 ‘엉뚱하게 부풀려진 것들’이라고 보도했다.

괜찮다던 日정부, 2년 만에 말바꿔  

MBN도 시민들의 불안감을 전하며 ‘호주정부의 일본비자발급 중단은 사실이 아니다’ ‘일본의 수출금지 품목은 수입하지 않으며, 매주 식약처가 방사능 검사를 실시 한다’ ‘일본의 바다는 쿠로시오해류가 흘러 미국 서해안을 향해 흘러 우리 바다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등 사실을 확인시켰다.

하지만 이를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고 불신은 끊이질 않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K씨는 “덮어놓고 ‘괴담’이라고 치부하고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는 생각이 든다. 괜찮다던 일본 정부는 최근 뒤늦게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시인하지 않았나. 그 말만 믿고 ‘괜찮다’만 반복하는 우리 정부를 어떻게 믿나. 그냥 스스로 최대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정부의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깊은 불신을 털어놨다.

▲ 2011년 3월 14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가 폭발했다.(사진=ytn캡쳐)

이에 대해 환경단체 에너지정의행동의 이헌석 대표는 “일단 조선일보의 보도 내용은 모두 맞는 내용”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일본에 사람이 아예 살지 않는 것처럼 만든 것은 괴담이 맞다. 하지만 2011년 3월 사고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온 내용에 대해 일본 정부는 2년이 지나서야 시인했다”면서 “인정하기 전까지 이미 엄청나게 많은 양의 방사능 유출이 있었을 것”라고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또 “괴담이라는 것은 정확한 정보가 전해지지 않을 때, 사람들이 불안해서 생긴다”며 “국내든 일본이든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들이 부지기수다보니 떠도는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증폭된다고 본다. 루머가 사실과 다르다면 신뢰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 될 텐데, 문제는 이미 일본과 한국 정부의 발표가 신뢰를 잃은 상태라는 점이다”라고 덧붙였다.

해산물 관련 위기감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해산물이 가장 위험하긴 하다. 방사능 수치가 낮아지고 있는 건 확실하지만 안심할 수 없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후쿠시마와 같이 특정 사고가 아니더라도 간혹 국내에서도 세슘이나 스트론튬 등이 검출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원자력 발전소가 다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부분은 일상생활에서의 경각심도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전문가, “괴담 공포심은 문제지만 안심할 수도 없는 상황”

그렇다면 식품만 조심하면 일본 여행 정도는 괜찮은 걸까. 사고 1년 후 쯤 후쿠시마에서 직접 실측기로 방사능 농도를 측정해봤다는 이 대표는 “당시 대기 중 방사능 수치는 지난해 폐기처리된 노원구 월계동의 아스팔트로 인한 수치보다 높게 나왔다. 인근지역은 공기도, 토양도 모두 위험하다고 본다”고 후쿠시마 지역에 대한 위험성은 분명히 했지만,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일본은 국토가 넓다. 다른 지역은 특별히 높게 측정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0년 내에 후쿠시마 지역을 복구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괜찮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번복한 이력이 있고, 현재 사고 건물 내부에도 진입을 하지 못해 정확한 상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대표는 “특히 천재지변과 맞물려 있는데 또 다시 강진이 생기는 것이 가장 큰 우려다. 사실 원자력 사고의 경우 반감기 자체가 길기 때문에 그 피해를 우리가 다 파악하지 못한다. 그런 면의 불확실성이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며 “괴담에 이르는 공포심은 문제지만 안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속적인 경각심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 측은 “도쿄전력이 수시로 자신의 홈페이지에 내용을 공개하고 있으며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도 주1회 정내 브리핑을 하고 있다”며 “이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인근 지역만 제외하면 일본 다른 지역의 방사선량은 평상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고 인근지역에 대해서는 “기존에 반경 20km 정도로 지정돼 있던 통제구역은 현재 해제됐고 연간 방사선량이 20mSv(밀리시버트) 이하인 1구역과 20mSv 이상 50mSv 이하인 2구역, 50mSv 이상인 3구역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 수습 진행 상황과 관련해선, “아직 건물 내부에는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원전 부지 내에서 3000여 명이 교대로 시설공사, 저수지작업 등 수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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