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법과 흡연율 간의 아이러니한 상관관계
금연법과 흡연율 간의 아이러니한 상관관계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3.08.0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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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흡연 논쟁 부추겨…근본대책부터 고민했어야

[더피알=조성미 기자] 흡연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7월 1일부로 PC방을 비롯한 공중이용시설에서의 전면금연을 시행함에 따라 실내 흡연이 불가능해진 이들이 가게 앞이나 골목길에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다.

‘공중이용시설에서 간접흡연 피해를 방지하고 청소년 대상 흡연 유인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금연 정책을 시행됐다는 보건복지부는 최근 “합동단속을 진행, 공중시설 이용자들이 담배연기 없는 쾌적한 환경을 만족해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복지부의 말처럼 일부 실내에서의 쾌적함은 찾았을지 몰라도, 비흡연자들의 길에서의 간접흡연 과 이에 따른 보행 불편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실내에서 흡연할 수 없는 만큼 밖으로 나와 흡연의 욕구를 해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이용시설 전면금연 한달, 효과는 글쎄…

이러한 상황은 금연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예고됐던 것으로, 단속에 앞서 흡연 구역 설정 혹은 금연 부스 설치 등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 바 있다. 하지만 보행자의 간접흡연 피해 증가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정부는 별 다른 대안 없이 ‘간접흡연의 폐해 및 금연의 필요성’을 그저 홍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근본적인 금연 정책이 아닌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결국 국민 보건 증진이 아닌 흡연자들이 밖으로 나오는 풍선효과로 이어져 또 다시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더불어 흡연금지 구역으로 설정된 업소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금연법으로 매출에 직접 타격을 입은 업주들은 특히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흡연하는 손님들에게 담배를 꺼달라는 말을 꺼내기 쉽지 않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한 PC방 업주는 “금연법이 시행된 이후 손님이 줄어든 데다, 담배를 피우는 손님이 한 둘도 아니고 일일이 담배를 꺼달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금연이란 말에 목소리를 높이는 손님과 싸울 수도 없다”면서 “그래서 단속이 없는 심야에는 그냥 두는 편”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본질은 외면한 채 산으로 가는 금연정책

전문가들은 금연구역을 확대해나가는 금연법보다는 실질적으로 흡연율을 줄일 수 있도록 담뱃값 인상, 담뱃갑에 금연 문구 및 사진 삽입 등 보다 근본적이면서도 직접적인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종혁 광운대 교수는 “근본적인 대책 없는 흡연 논쟁은 오히려 담배 회사의 마케팅 전략안으로 빠져드는 것”이라며 “담배는 피우지 말라고 하면서 편의점 계산대 위에 보기 좋게 진열된 담배야 말로 흡연 논쟁에 있어서 핵심이다”고 말한다.

실제로 소매점이나 편의점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담배는 계산대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광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편의점 안으로 몰려든 담배광고는 매장에 드나드는 모든 이들이 접하는 계산대 주변에 다양하고 화려하게 장식, 청소년이나 어린이에게도 무차별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맛이나 기능으로 구매자를 설득하기 어려운 제품의 특성상 광고가 제품 구매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담배 광고는 특히 청소년으로 하여금 어른이 된 것 같고 또래와 다른 멋을 표현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더불어 담배회사의 사회공헌이나 문화, 스포츠 사업 전개는 기업 이미지를 향상시키면서 담배에 대한 거부감도 함께 해소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종혁 교수는 이처럼 담배를 산업의 하나로써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무차별적으로 노출할 수 있는 나라는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 지난 5월 '26회 세계금연의 날'을 맞아 마련된 국민금연운동추진단 발대식에서 한국과 홍콩의 담뱃갑을 비교한 퍼포먼스.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는 담배를 규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강력한 담배 규제국 중 하나인 싱가포르는 담뱃갑의 절반을 끔찍한 모습의 경고 그림을 담아 이를 본 흡연자의 1/4이 즉각적으로 금연을 고려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소매점에서 담배 광고를 찾아볼 수 없고 담배 가격도 비싼 편으로 해마다 꾸준히 올리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금연을 위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고 2005년에는 WTO에서 흡연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와 국제협력은 위한 ‘담배규제협약’을 발효했다. 우리나라도 이를 비준하고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당사국회의를 개최했으며 현재 의장을 맡고 있지만 협약 실천에는 소극적이다. 

이에 따르면 협약당사국은 5년 안에 담배 광고와 판촉을 금지하기로 되어 있지만, 국내에서는 협약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실현할 법안들이 번번이 폐기된 채, 담배회사가 스포츠 구단 및 문화시설을 운영하는 등 판촉활동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담배의 백해무익함을 알리겠다고 하지만, 담배회사에 대한 제재 없이 오히려 담배산업을 육성하며 입으로만 금연을 외치는 절름발이 정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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