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의 ‘프랜들리’ 하지 않은 ‘프랜드 원칙’
오바마 정부의 ‘프랜들리’ 하지 않은 ‘프랜드 원칙’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08.0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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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포커스] 거부권 행사로 ‘애플 편들기’ 비난 자초

[더피알=강미혜 기자] 오바마 행정부가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 등이 미국으로 수입되지 못하도록 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미 정부의 자국기업 감싸기로 애플과 치열한 특허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는 한국시각으로 어제 새벽, “관련 당국들과 심도 있게 협의한 결과 ITC의 (애플 제품) 수입 금지 결정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ITC는 지난 6월 초 애플의 아이폰4와 아이패드2 등 중국에서 생산되는 구형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삼성전자의 특허 일부를 침해했다면서 이들 제품이 미국에 수입돼서는 안된다고 판정, 미 백악관에 승인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백악관이 ITC의 이같은 권고를 거부하며 사실상 ‘애플 편들기’에 나선 겁니다. 백악관이 준사법 독립기관인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1987년 이후 처음있는 일인데요, 이는 그간 자유무역과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조해 온 미 행정부의 원칙과도 대치되는 이율배반적 태도라 업계 관련자들을 당혹케 하고 있습니다.

쏟아질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프로먼 대표는 “이번 거부권 행사는 미국 경제의 경쟁 여건에 미칠 영향과 미국 소비자에 미칠 영향 등을 다양하게 고려한 정치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정부의 애플 편들기 명분은 ‘프랜드(FRAND) 원칙’에 근거합니다.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이란 영어 표현의 첫 글자를 딴 프랜드 원칙은 ‘표준 특허권자의 무리한 요구로 다른 업체의 제품 생산이 방해받아서는 안된다’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즉, 미 정부는 삼성전자가 특허를 과다하게 적용했다고 판단한 것인데요.

그러면서도 프러먼 대표는 이번 거부권 행사가 “ITC 결정이나 분석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며 “특허권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법원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삼성전자가 억울하면 소송으로 풀라는 뜻입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애플이 엄연히 우리 특허를 침해하고 라이선스 협상에도 성실하게 임하지 않아왔는데 백악관이 이렇게 편들기를 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의 이번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유럽, 태평양 국가들과의 무역협상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 기업 보호는 그보다 더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전혀 프랜들리(친절)하지 않은 프랜드 원칙이 향후 또 어떤 기업에게 억울함을 가져다 줄 지 우려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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