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비 맞으라던 현대차, 차량 누수로 ‘생고생’
우아하게 비 맞으라던 현대차, 차량 누수로 ‘생고생’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3.08.0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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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페 누수 현상, 전 차종으로 확산…보상수리에 대한 소비자 불만 ‘폭주’

▲ 비내리는 날의 감성을 담아 호평받은 현대자동차 쏘나타 광고 한 장면.

“비오는 날엔 시동을 끄고 30초만 늦게 내려볼 것.
태양아래서만 진가를 발휘하던 썬루프의 전혀 다른 매력을 발견할테니.
쏘나타는 원래 그렇게 타는 겁니다”

[더피알=이동익 기자] 비 내리는 날의 감성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크게 호평받은 현대차의 쏘나타 광고 일부분이다. 하지만 이같은 광고카피를 무색케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 차량 누수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급증하고 있는 것.

올 여름철은 장기간 장마로 인해 광고처럼 비내리는 소리를 자주 접했다. 하지만 빗속 우아함은 광고에만 머물렀다. 현실은 차량에 빗물이 새 들어와 소비자 불만만 가중시키는 꼴이다. 소비자들은 빗속 감성을 느낄 여유는커녕, 차량수리로 몸고생 맘고생을 하고 있다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싼타페 등 일부 차량에서 발생된 누수로 인해 촉발된 소비자들의 불만이 현대기아차 전차종으로 번지는 추세다. 인터넷상 주요 자동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장기간의 장마철이 끝나자 빗물로 인한 누수 현상 게시물이 붓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싼타페 뿐만 아니라 YF소나타, K3, 그랜져TG 등 현대·기아차의 전 차종에 대한 누수사진과 함께 실제 물이 새는 영상까지 등장했다. 해당 게시물을 올린 소비자들은 자신들을 “현기차 호구고객”이라고 비하하며 “고가의 자동차를 팔면서 어떻게 누수 하나 해결하지 못하냐”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 주요 온라인 자동차 동호회에는 장기간의 장마가 끝나자 싼타페 누수 차량 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 전 차종의 누수 의심차량 게시물들이 붓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출처=자동차 커뮤니티)

소비자들은 누수현상에 대한 현대자동차 측의 대처에도 큰 불만을 제기한다. 특히 현대차가 ‘고객 달래기’로 내놓은 무상수리와 보증수리 기간 확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심각한 차체결함이라는 소비자 입장과는 달리, 현대차는 실리콘을 붙이는 조치로 이를 해결하려 한다는 것.

실리콘이 묻은 싼타페 트렁크 내부사진을 올린 한 누리꾼은 “실리콘으로 일단 방수는 해결되겠지만 그로 인해 철판 사이에 고인 물은 차체를 부식시킨다”며 “보증수리기간 확대는 이 시점만 넘겨보겠다는 현대차의 꼼수”라고 비난했다.

여기에 더해 이런 ‘실리콘 수리’마저도 결코 쉽지가 않다. 장기간 장마철이 끝나고 본격적인 휴가시즌이 되자, 누수현상 수리차량과 함께 기존 수리·점검 차량이 더해져 당장 예약조차 잡기 힘든 실정이다. 서울지역 일부 직영 서비스센터는 누수차량 수리를 잘한다는 입소문과 함께 직영 서비스센터만 누수현상을 점검할 수 있는 장비가 있어 차량을 고치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현대차 동부서비스센터 한 관계자는 “(차량누수 관련해) 수리문의가 많아 예약은 안되고 대기하셔야 한다. 이번주는 힘들고, 19일 이후에나 점검을 받을 수 있다”며 “얼마나 걸릴지는 장담할 수 없다. 기사님이 (차 상태를) 보셔야겠지만, 차량 입고후 3일정도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차량 누수로 속터진 소비자, ‘실리콘 수리’로 또다시 멘붕

상황이 이렇다보니 ‘차량 누수’로 인한 불편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가중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50대 한 남성은 “차량 누수로 오디오가 작동되지 않아 수리를 맡기려고 하니 수리는 둘째 치고 여기가라 저기가라 뺑뺑이만 시키더라”며 “비용도 비용이지만 다른 회사 차량에는 발생하지 않는 결함이 발생했음에도 별것 아닌 냥 대하는 현대차의 태도에 화가 났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실제로 직영이 아닌 위탁 정비업소의 경우는 수리는커녕 누수현상 확인도 쉽지 않다. 한 위탁 정비업체 관계자는 “저희는 물을 뿌려서 새는 것을 확인할 수 없다”며 “장비가 있는 직영 센터로 가셔야 확인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같은 차량 누수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측은 조립 라인이나 차량의 구조적 결함의 문제는 아니라는 이유로 ‘리콜’보다는 ‘무상수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리콜 요구 목소리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 누수가 의심스러운 곳에 실런트가 발라져 있는 싼타페 dm. (출처=싼타페 dm 동호회)

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 5일 성명을 발표해 “자동차 누수현상은 명백히 리콜조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현대차는 소비자의 관심과 신뢰 속에 자동차 업계 1위, 재계 2위의 초 거대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무상수리는 이를 망각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누수의 경우 단순한 침수를 넘어 부식 및 전기계통의 오작동 등 2차 피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면서 “지금이라도 전 차량 리콜조치를 통해 잃어버린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고 위상에 합당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신형 싼타페(DM)에 대한 리콜조치를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면서 연대는 과거 2003년 포드자동차의 토러스와 2012년 혼다자동차의 리콜 사례를 들며 “현대차가 우리 사회에 갖는 위상과 그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봐도, 과거 포드자동차와 외국에서의 혼다자동차의 사례와 비교해 봐도 더욱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누수 관련해 전문가도 현대차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한국폴리텍대학 자동차과 문병철 교수는 “차량 누수는 상당히 중대한 문제”라며 “단순한 결함인지 제작공정상 차체 구조적으로 변형이 생겨서 물이 새는지는 정확한 정밀점검을 통해 판단해야할 사안”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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