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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보면 기자 마음이 보인다
기사를 보면 기자 마음이 보인다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3.08.08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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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 一心

[더피알=김광태] 30년 홍보 생활에서 얻은 게 있다면 기사를 보는 눈이다.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펼쳐보면 이 신문이 무슨 의도로 이 기사를 1면 톱으로 올려놨는지, 제목은 왜 이렇게 뽑았는지, 난 데 없이 이 기업 기사는 왜 나왔는지 등등 신문사 편집자 의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랜 언론 홍보활동에서 매일 같이 나쁜 기사 등장 배경을 연구 하면서 터득한 안목이다. 홍보인으로서 이 안목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 사건사고 기사 아니고서는 웬만한 불이익 기사는 뭔가 불만 있고 섭섭한 게 있다는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이 불만을 조기에 진압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다. 그래서 홍보 책임자는 적어도 이 냄새만큼은 동물적 감각(?)으로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


올해 들어 몇몇 기업들이 홍보수장을 교체하면서 비 홍보부서 출신을 임명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홍보 업무 특성상 다루기 힘든 언론인을 상대로 하는 직업이라 뒷말들이 많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이야기가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모 신문사 A기자는 “출입기자로서 신임 홍보수장에게 인사 겸 점심 한 끼 하자고 전화를 했는데 점심은 바빠서 안되고, 필요하면 사무실에서 차나 한 잔 하자면서 날짜와 시간을 정해 연락을 주겠다고했는데 연락이 없다”며 “참, 어이가 없더라. 옛날에는 홍보 쪽에서 인사도 할 겸 밥 먹자고 먼저 전화가 왔었는데…”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후 하도 기분이 상해 보도자료 온 내용을 뒤집어서 기사화 했더니 이번엔 걸려온 전화 멘트가 “A기자님, 광고 때문 인가요?”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다른 기자도 사정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또다른 종합지 P기자 역시 자신이 겪은 불쾌한 사례를 들려줬다. “홍보수장으로서 당연히 출입기자에게 먼저 인사를 나누는 게 기본인데, 모 신임 홍보임원은 출입기자는 안전에도 없는지 대뜸 신문사부터 찾아와 부장과 국장을 먼저 만나고 이후에 저에게 인사를 청하는 거예요. 출입기자로서 부장한테 얼마나 면이 안 서던지… 그 자리에서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그 후 그 회사 기사 하나하나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겨봤지만 지금까지도 별 반응이 없다고 한다.

경제지 C기자의 경우, 신임 홍보임원에게 점심 한번 하자고 전화했다가 아연실색을 했단다. “C기자님, 뭔 일 있어요? 점심 먹자고 하게”라는 황당 답변이 돌아왔다고.

이처럼 홍보임원이 홍보수장답지 못한 언론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모 언론사 임원은 “아직은 언론인 생리도 모르고 전문성도 떨어지는 것 같다”고 평하며 “사내에서 홍보부서의 입지도 많이 약화된 것 같고, 뭐하나 부탁해도 도무지 시원하게 들어주는게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언론인들 사이에선 이구동성으로 “결국 조져야 알아듣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오랜 홍보생활을 한 홍보맨의 눈에는 기사에 녹아 있는 숨은 의미가 들어온다. 행간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기사를 쓴 기자의 불만이요, 제목에 문제가 있다면 그건 데스크인 부장의 불만, 그리고 1면 톱에 불이익 기사가 있다면 언론사로서 해당 회사에 불만이 있다는 표시다. 그러기에 홍보맨들은 매일매일 기사를 보면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해결에 나선다. 기사에 서로가 알게 모르게 소통하는 이름 없는 마음의 문자가 있는 까닭이다.

올해 들어 남양유업, 영남제분, 포스코, 아시아나항공 등의 기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들 각자 나름대로 위기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언론을 상대로 하는 소통에는 마음의 문자를 잘 읽어 내지 못한 것 같다.

홍보 업의 특성은 상대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 있다. 그러기에 힘들고 전문성 또한 요구된다. 홍보수장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루하루 마음공부로 도를 닦듯 내공을 길러온 사람만이 할 수 있다. 홍보는 지식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지혜로 하는 것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김광태

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서강대 언론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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