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시대에 맞는 사회적 옷을 입어라
브랜드, 시대에 맞는 사회적 옷을 입어라
  • 김지헌 세종대 교수 (admin@the-pr.co.kr)
  • 승인 2013.08.09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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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

[더피알=김지헌] 최근 들어 소비자의 기억 속에 브랜드와 관련된 사회적 활동들에 대한 연상을 심어줌으로써 브랜드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공익연계 마케팅(cause-related market­ing)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공익연계 마케팅은 브랜드 판매 수익 중 일부를 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함으로써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방법을 말한다.

공익연계 마케팅을 최초로 수행한 기업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로 1983년 카드 사용금액의 일정액을 자유의 여신상 보수에 기부하는 캠페인을 펼쳐 총 170만 달러를 기부해, 17%의 신규가입자와 28%의 카드사용액 증가라는 예상치 못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 공익연계 마케팅은 소비자의 공익에 대한 관심의 변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발전해 왔으며, 약 30년이 지난 오늘날의 공익연계 마케팅은 초기모델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기업들이 공익연계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진화방향을 이해하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전략을 수립 및 실행할 필요가 있다. 즉, 브랜드에 유행이 지난 촌스러운 옷을 계속 입히기보다 유행에 맞게 사회적 옷을 갈아입힐 필요가 있다.

▲ 대표적인 공익연계 마케팅으로 자리 잡은 탐스슈즈.


진화하는 공익연계 마케팅

공익연계 마케팅의 진화과정은 크게 4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캠페인과 같이 특정기간 동안 브랜드의 프로모션을 공익과 연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너럴 푸드(General Food)는 소비자가 자사의 오렌지 주스 브랜드인 탕(Tang)을 한 병 구매할 때 마다 음주운전에 반대운동을 하는 재단에 10센트씩 기부하는 캠페인을 펼쳐 100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13%의 매출 성장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이처럼 기업들은 공익과 연계된 프로모션활동으로 브랜드자산을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긍정적 재무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는 그동안 상충되는 것으로 여겨지던 이익극대화와 사회적 기여라는 두 가지 목표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장기적인 불황과 금융위기로 기업들이 공익과 연계한 프로모션 활동을 중단하고 가격할인에 집중함에 따라 공익연계 마케팅이 좀 더 장기적으로 사회복지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영속성을 가지는 모델로 진화할 필요성이 있음이 제기됐다.

이후 두 번째 단계는 프로모션이 아닌 비즈니스모델을 공익과 연계했다. 대표적인 예로 탐스슈즈(TOMS)와 판다글라스(Panda Glasses)를 들 수 있다. 먼저 탐스슈즈는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가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던 중 신발이 없어 맨발로 뛰어다니다 세균에 감염되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설립한 기업이다. 소비자가 한 켤레의 신발을 구매하면 제 3세계의 아이들에게 한 켤레의 신발을 기부하는 1:1 기부방식(one for one)으로 특정 기간 동안에만 수행되는 프로모션을 넘어 영속적인 기부를 할 수 있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판다글라스는 고등학생 때 유명한 미식축구 스타였으나 무릎부상을 당한 후 운동을 포기해야 했던 루크 라게라(Luke Lagera)가 설립한 기업이다. 그는 좀더 안정된 기부를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던 중 탐스슈즈에 영감을 받아 소비자가 선글라스를 하나 구매할 때마다 콜롬비아 원주민 1명의 시력검사와 안구치료를 도와주는 사업을 구상한다.

물론 탐스슈즈와 판다글라스의 성공비결이 공익연계 마케팅 덕분이라고만은 할 수 없으며, 두 브랜드 모두 독특한 디자인이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 탐스슈즈는 아르헨티나 전통 신발인 알파르가타(Alpargata)에서 차용된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판다글라스는 친환경 소재인 대나무를 이용해 제작한 독특한 디자인의 선글라스와 보관케이스가 소비자를 사로잡은 또 다른 성공비결이라 할 수 있다.

▲ 촉망받던 미식축구 스타였던 루크 라게라는 탐스슈즈에 영감을 받아 소비자가 선글라스를 하나 구매할 때마다 콜롬비아 원주민 1명의 시력검사와 안구치료를 도와주는 사업을 구상했다.


따뜻한 마음 가진 브랜드가 소비자 사로잡는다

한편 1:1 기부방식을 이용한 공익연계 마케팅은 수혜자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환경을 조성해주지 못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공정무역을 통한 자립환경 조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공익연계 마케팅 단계가 진행됐다. 대표적인 예로 홀스티(Holstee)와 에코이스트(Ecoist)가 있다. 홀스티는 인도의 NGO단체와 협력해 빈민들이 수집한 폐지와 비닐봉지를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고 구입한 후, 이를 활용해 업사이클 된(upcycled) 지갑, 티셔츠를 제작, 판매하여 큰 성공을 거뒀다.

에코이스트는 페루 빈민지역의 노동자를 고용해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고 4천만개나 넘는 포장지를 재활용한 가방을 제작하여 판매한다. 또한 소비자가 핸드백 하나를 구매할 때마다 인도, 우간다, 아이티 등의 국가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캠페인으로 착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구축한 바 있다.

공익연계 마케팅의 마지막 단계는 소비자가 원하는 기부영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2012년 9월 소셜펀딩(Social Funding)을 통해 설립된 페이스워치(1:facewatch)를 들 수 있다. 기존의 공익연계 마케팅은 기업이 어디에 기부할지를 미리 결정한 후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면, 페이스워치는 소비자가 어떤 영역에 기부할 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총 6가지 색상을 가지고 있는 페이스워치는 색상에 따라 기부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가 희망하는 기부영역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개의 화이트 시계는 16명의 굶주린 사람의 식사를, 5개의 빨간색 시계는 에이즈환자 한 명의 한달 치 치료약을 후원한다.

스트라힐레비츠(Strahilevitz)와 마이어스(Myers)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공익연계 마케팅은 소비자가 반드시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쾌락적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제품(hedonic product)을 구매할 때 느끼는 죄책감을 효과적으로 줄여 줄 수 있다. 페이스워치와 같이 기부영역을 선택할 수 있다면 자신의 구매에 대한 합리화가 좀 더 용이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꾸준히 진화하고 있는 공익연계 마케팅은 브랜드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간으로 느끼게 하는 브랜드개성(brand personality)을 구축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기부활동에 참여하고 있음을 타인에게 표현할 수 있는 상징적 혜택을 제공함으로 브랜드 자산을 제고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대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공익연계 마케팅의 흐름을 읽고 이를 반영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 실행해야할 것이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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