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 줄서기, 안되는 이유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 줄서기, 안되는 이유는?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08.0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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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메시지 빠진 홍보활동… 캠페인 앞서 메시지 전략부터 세워야

▲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진행하는 지하철 두 줄 서기 홍보 캠페인. 홍보 도우미들이 피켓을 들고 두 줄 서기를 권장하고 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왼쪽은 걸어가는 사람, 오른쪽은 서 가는 사람’.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이용자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이같은 ‘잘못된 룰’을 깨뜨리고자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나섰다.

공사는 8월 8일과 9일, 이틀 간 에스컬레이터 두 줄서기의 시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과 광화문역, 7호선 건대입구역 세 곳에서 시범적으로 진행되는 이번 캠페인의 핵심은 안전한 에스컬레이터 이용. 이를 위해 피켓을 든 캠페인 도우미들이 2인씩 조를 이뤄 에스컬레이터를 직접 오르내리면서 ‘손잡이를 잡고 두 줄로 타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캠페인에 앞서 공사는 TF팀을 구성, 에스컬레이터 디딤판 중앙 구분선을 모두 제거하는 한편 이용자들의 경각심 제고를 위해 에스컬레이터 손잡이(핸드레일)에도 안전문구와 그림 등을 삽입하는 등 사전 준비를 마쳤다.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접한 시민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9일 광화문 역에서 만난 한 60대 남성은 “에스컬레이터 한 번 타려면 길게 늘어선 줄을 기다리느라 불편했는데 두 줄로 타니깐 빠르고 편한 것 같다”며 “특히 왼쪽에 서 있으면 걸어가려는 사람들이 하도 눈치를 줬는데 이젠 안 그래도 되니… 계속 (캠페인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반면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다. 특히 캠페인 홍보 도우미들이 인위적으로 에스컬레이터 양쪽을 차지하며 두 줄 서기를 권장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 30대 남성 직장인은 “가뜩이나 바쁜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한 줄서기 하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와서 억지로 두 줄서기를 하라고 하는 것도 좀 웃긴 일이 것 같다”고 말했다.

▲ 한 시민이 ‘걸어가면 사고고장 원인’이라는 안전문구가 새겨진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을 잡고 올라가고 있다.
공사가 직접 나서서 에스컬레이터 두 줄서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은 한 줄서기 문화로 인해 빚어지는 잦은 에스컬레이터 고장과 안전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함이다.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는 행동은 중심을 잃고 넘어질 위험을 크게 높인다. 실제 공사측에 따르면, 서울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38.4%(2011~2013년 상반기 평균)가 에스컬레이터에서 일어난다.

지난 2007년부터 꾸준히 에스컬레이터 두 줄서기 운동이 진행돼 오고 있지만, 먼저 가는 사람을 위해 에스컬레이터 한쪽을 비워두는 것이 지하철 문화로 굳어진 상황에서 개선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공사측이 두 줄서기의 빠른 정착을 위해 대시민 홍보 캠페인을 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 홍보팀 관계자는 “두 줄서기 캠페인을 이틀간 시범적으로 운영해 본 뒤, 시민반응과 성과 등을 고려해 확대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 줄서기 캠페인의 성공 여부는 공익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조언한다.

공공PR 전문가 이종혁 광운대 교수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진행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한 줄서기 운동으로 한 줄서기 문화가 정착됐다”면서 “말로 아무리 강조한다고 해도 이미 자리잡힌 행동 패턴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거 한 줄서기 운동을 할 때 내세웠던 메시지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시간에 대한 배려였다. 바로 공익적 접근이었다”면서 “두 줄서기 역시 반대급부의 공익이 있어야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 공익적 메시지를 통해 두 줄서기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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