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 ‘수술방의 로봇’이 돼버린 의사들을 향한 일침
굿닥터, ‘수술방의 로봇’이 돼버린 의사들을 향한 일침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3.08.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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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환자가 환자를 치료하는 의학드라마의 매력

[더피알=이동익 기자] KBS 2TV 새 월화 드라마 <굿닥터>가 긴장감 있는 스토리 전개와 배우들의 명품연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3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어제(12일) 방송된 굿닥터 3회는 시청률 15.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 방송된 2회 방송분(14.0%)보다 1.3% 상승한 수치로 동시간대 월화 드라마 중 1위를 굳히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굿닥터의 이같은 상승세에 경쟁 드라마들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MBC <불의 여신 정이>는 지난 6일 방송분(11.6%)보다 시청률이 2.5% 하락해 9.1%를, SBS <황금의 제국>도 지난 방송분(11.0%)보다 1.0% 하락한 10.0%를 기록했다.

▲ kbs 2tv 월화드라마 <굿닥터> 속 장면. 굿닥터는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의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기존 의학드라마와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기존 경쟁드라마의 시청자까지 끌어모으는 굿닥터의 매력은 무엇일까?

<종합병원><하얀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뉴하트>  <산부인과> <브레인> <골든타임>…. 지금까지 의학드라마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이런 기존 작품들은 대부분 스마트하면서도 정의로운 캐릭터의 의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각각 개성이 있으면서도 환자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어디 나무랄 데 없는 최고의 의사 모습이었다. 그러나 굿닥터 속 의사는 다르다.

굿닥터의 남자주인공 박시온(주원 분)은 극 중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을 앓는 핸디캡의 소유자다. 그는 임상병동 순시 과정에서 김도한(주상욱 분) 교수의 지시 사항을 고스란히 머리에 입력할 정도로 복사기와 같은 기억력을 가진 천재이지만,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기 힘들어 하는 자폐적 장애를 아직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환자이기도 하다.

서번트 증후군 앓는 의사, 만약 당신이 그 환자라면?

굿닥터는 환자이면서도 의사인 비정상적인 주인공 박시온을 내세워, 역설적이게도 ‘좋은 의사’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만약 현실에서 담당 의사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어떨까? 아마도 지난 12일에 방송된 드라마 내용처럼 너도나도 주치의를 바꿔달라는 해프닝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죽은 형과 토끼가 어른이 되게 해주고 싶었다”는 ‘환자’ 박시온의 모습을 통해 의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동시에 우리사회 곳곳의 근간이 되어버린 시스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환자를 살리겠다는 박시온의 집착을 “수술방의 로봇”이라고 말하는 현 의료체계에, 환자 박시온을 투입시켜 역설적이게도 “수술방의 로봇”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사람’의 존재보다 우선시되는 제도들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셈이다.

환자가 위급한 상황에 빠졌음에도 직급이 높은 과장 고충만(조희봉 분)의 지시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병원 시스템. 일명 ‘빽’ 없이는 제때에 상담받기도 힘든 대학병원 현실, 겨우 한두 달 기다려 의사를 만나봐도 눈 한번 마주치기는커녕 차트만 들여다 보다 끝나버리는 우리 의료계의 한 단면이다. 이 때문에 환자라면 그 대상이 누구건 간에 무조건 수술방으로 집어넣어버리는 박시온의 대책없는 행동들은 충분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같은 아픔을 가진 이가 온전히 아픔을 위로할 수 있다‘는 만고의 진리를 느끼게 하는 박시온을 통해 새삼 ’좋은 의사‘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굿닥터는 그래서 굿닥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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