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의 흥행과 CJ 창조경제의 ‘미묘한 함수’
설국열차의 흥행과 CJ 창조경제의 ‘미묘한 함수’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08.13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품성과 독과점의 경계에서…건설적 비판 or 과도한 억측

[더피알=강미혜 기자] 영화 ‘설국열차’의 흥행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설국열차는 지난 주말 관객수 600만명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450여억원이라는 한국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 전세계 167개국에 선판매, 송강호와 함께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의 대거 출연 등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으며 거침없이 흥행몰이를 한 결과다.

▲ 영화 설국열차 스틸컷.

설국열차는 영화적으로 많은 기대감을 갖게 한 ‘대작’임은 분명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국 영화계의 고질적 병폐로 손꼽히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의 주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설국열차는 한국 영화산업의 ‘큰 손’인 CJ E&M이 투자배급을 맡았다. CJ E&M은 같은 CJ 계열사인 멀티플렉스극장 CGV를 등에 업고 막강한 배급력을 구축한 지 오래. 여기에 CJ 계열의 여러 미디어 채널을 통해 설국열차에 대한 공격적인 홍보·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시각에 따라선 메이저 배급사의 힘과 자금력을 앞세워 스크린을 점령했다고도 볼 수 있는 일이다.

실제 설국열차의 흥행 요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배급사인 CJ의 힘이라는 해석도 상당하다. 한 트위터리안(@Dux****)은 “(설국열차는) 흥행할 수밖에 없지. CJ에서 투자를 했으니 그만큼 뽑아야 할거 아냐. 어딜가나 설국열차로 도배를 하고 공짜표 뿌리고 상영관에서 그거밖에 안트는데 1000만 아직 못간게 문제 아냐?”라고 비꼬았다.

또다른 트위터리안들도 “cj가 투자한 설국열차.. 그리고 cj가 운영하는 채널들에서 엄청나게 광고 때리고 있는 설국열차.. 이렇게 물량공세라도 하나보다”(@nbl**) “설국열차가 개봉관을 도배해놨길래 CJ E&M 배급이겠거니 했는데 역시나. 배급사와 스크린망이 한 계열이고, 특히 스크린망이 국내 1위 사업자라면 다른 영화는 새벽에나 볼 수 있는 X같은 꼬라지가 나오는거다”(@wid*****) 등 비판적 견해를 쏟아냈다.

‘감기’ 배급 포기한 CJ E&M, 배경 둘러싸고 여러 뒷말 낳아

설국열차의 흥행을 둘러싼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CJ E&M을 필두로 CJ 계열사들이 펼치는 ‘창조경제 응원’(관련기사: CJ의 창조경제 응원, “과도한 ‘덧칠’로 역효과”)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창조경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중심축인 한국영화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창조경제를 응원하면서도 업(業)으로는 창조경제에 역행하는 아이러니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CJ E&M은 영화 ‘감기’의 배급을 돌연 포기해 그 배경을 둘러싸고 여러 말들을 낳았다. 감기의 제작사 아이러브시네마는 “설국열차와 감기의 충돌을 막기 위해 제작사의 강력한 의지와 요청으로 택해진 이례적이고 공격적인 배급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기에 100억원 가량의 순제작비를 투자한 CJ가 배급을 포기한 것은 독과점 논의의 부담감 때문이 아니겠냐는 것이 영화계 안팎의 시각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영화 개봉 직전에 배급사가 바뀌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CJ 입장에서 보면, 설국열차가 1000개가 넘는 스크린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대작인 감기를 내놓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CJ E&M측은 이같은 해석에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설국열차가 워낙 스코어(관객수)가 좋다 보니, CJ가 스크린에 대한 부담감에 (감기) 배급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말들이 돌긴 했다”면서도 “감기의 배급사 변경 건은 제작사인 아이러브시네마측의 강력한 요청으로 이뤄진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