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4대 그룹 홍보 바·뀐·다
[CoverStory]4대 그룹 홍보 바·뀐·다
  •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 승인 2010.09.20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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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SK, 현대기아차 등 4대 그룹 홍보실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미디어와 홍보 환경이 급변하면서 수동에서 능동으로, 방어에서 수용으로, 침묵에서 소통으로 4대 그룹 홍보가 급선회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 내부적인 조율과 대 언론 PR에 국한되다시피 했던 대부분의 그룹 홍보활동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반 대중 앞으로 성큼 다가서 직접 소통하기 시작한 것도 작지않은 변화라면 변화다. 홍보와 마케팅, 고객관리 등을 아우르는 이른바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전략으로의 한단계 진전이다. 특히 최근 소셜미디어 등장과 함께 두팔을 걷어 부치고 변화 관리에 뛰어든 4대 그룹 홍보실의 움직임을 집중 취재했다.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최근 더랩에이치의 김호 대표가 일반인 500명 대상, 트위터 사용자 305명을 대상으로 ‘국내 10대 기업 이미지 조사’를 실시한 결과가 지난 8월말 트위터를 통해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 위기와 관련해 잘못을 공식적으로 공개할 기업, 진실되게 사과할 기업, 잘못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기업 등 3개 분야에서 일반인은 모두 삼성을, 트위터 사용자들은 모두 포스코를 압도적인 1위로 꼽았다. 또 트위터 사용자들은 신뢰와 책임감에서는 포스코, 고객의견 청취에서는 LG, 소통에서는 SK를 1위로 꼽았다. 이 결과는 30대 그룹 중 기업블로그를 최초로 오픈한 SK텔레콤, 댓글을 최초로 오픈한 LG전자와 일치한다는 점에서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또 전반적 이미지 부분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자랑 잘할 것 같은, 고객의견 청취, 책임감, 소통, 제품을 사주고 싶은(구매) 등 6개 전 분야에서 일반인은 삼성을 절대적인 1위로 꼽은 반면, 트위터 사용자들은 자랑과 구매의지에서만 삼성을 1위로 꼽았다.

변화하는 홍보 최전선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빅마우스로 부상하고 있는 프로슈머로서의 역할까지 하면서 이제 기업들은 단순히 매스마케팅 홍보만으로는 PR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특히 4대 그룹 홍보실은 지금 변화의 급물살 속에 변신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분위기다. 과거처럼 비서실 또는 그룹 조직으로서 계열사에서 파견 나와 그룹 전반의 홍보 상황을 꼼꼼히 체크하고 최고경영자의 지침을 내려보내는 수직적 관계는 사라진 지 오래다.
삼성그룹은 커뮤니케이션팀을 통해 언론은 물론 일반인까지 소통 창구 역할을 담당하면서 삼성의 새로운 기업문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SK그룹도 브랜드관리실을 두고 SK 메인 브랜드의 가치를 키우고 관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LG그룹은 홍보팀을 통해 메인 LG브랜드에 대한 관리 및 기업이미지를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단일 홍보조직으로 운영되는 만큼 현대차와 기아차 신차에 집중한 홍보를 전개하고 있다.
최근 4대 그룹 홍보실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모습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그동안 기업 내부적인 조율과 대 언론 PR에만 국한했던 대부분의 그룹 홍보조직이 대 고객 앞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최대 계열사들이 블로그와 트위터 등을 통해 고객과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면서 올해는 그야말로 ‘소통 태풍’이 각 기업에 불어닥친 한 해가 되기도 했다.
“과거의 홍보팀 역할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고객센터 같은 역할까지 담당하는 거죠. 고객서비스팀이나 기술개발 쪽에서 해야 할 대답들을 직접 대응합니다. 예전에는 인터넷이나 전화 등으로 준비된 답변만 하고 또 고객들도 어느 정도 수준이면 이해하고 넘어가고 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릅니다. 쌍방향 미디어 수단이 생긴데다 고객들이 기업보다 더 앞서는 시대가 돼 버렸습니다.” 삼성그룹의 트위터, 블로그,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팀 정광열 부장의 말이다.

외면할 수 없는 소셜미디어 속으로
4대 그룹 홍보실이 이처럼 고객 앞으로 전면적으로 나서기까지는 내부적인 산통 또한 만만치 않았던 게 사실. 먼저 각 계열사들의 고객과의 직접 커뮤니케이션 결정은 거의 기업드라마처럼 극적인 반전을 연출했다. LG전자는 국내 기업 처음으로 기업블로그에 고객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댓글 기능을 달았다. 익명성과 일방적인 비난이 난무하는 온라인 생태계에서 대고객 전면 개방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내부 목소리들이 높았다. 개발, 서비스, 마케팅 등 관련 부서들의 반대 목소리 또한 거셌다. 당연히 홍보팀에 비난 여론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소통기능이 없는 블로그는 의미없다고 판단한 경영진이 결국 홍보팀의 손을 들어 줬다.
“고객의 목소리가 제일 무서운 것이잖아요. 그게 달라진 점입니다. 이젠 내부에서도 트위터로 물어오는 고객의 소리를 절대 가볍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게있게 받아 들이고 고객 중심으로 생각해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책들이 나옵니다. 고객조사 등을 통해 개선할 수도 있겠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만큼 개선이 빨라진 거죠. 소셜미디어가 내부를 움직이는 툴이 되고 있습니다.” LG전자 홍보팀 정희연 차장의 전언이다.
삼성전자도 올해 초 블로그를 오픈하면서 동병상련을 앓았다. 제조회사이기 때문에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별로 없었던 삼성전자로서는 대 고객 소셜미디어 오픈은 그야말로 미지의 모험과도 다름 없는 결정이었다. 내부 저항 또한 만만치 않았던 것도 사실. 내부 진통 끝에 탄생한 삼성 블로그와 트위터는 오픈 후 호된 통과 시험을 치렀다. 갤럭시 대 아이폰 전쟁이 터지면서 그야말로 삼성전자 홍보팀 역사상 처음 겪는 소통 전쟁을 경험했다. 대개 언론사나 포털업체들이 겪어야 할 매체사의 고통을 고스란히 홍보팀이 겪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혹독한 소통 담금질을 통해 삼성전자 홍보팀의 체질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고객과의 소통은 불편한 일이 있을 때 아예 대응을 하지 않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히 없어지는 것을 기다리기 보다는 소통을 통해 설득하고 또 노력하면서 같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소 부족한 점이 있어도 진솔하게 소통하고 또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홍보팀 김정현 부장의 설명이다.

폭넓은 전문지식 갖춰야 생존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 경험, 관점 등을 서로 공유하고 참여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방화된 온라인 툴과 미디어 플랫폼이다. 가장 대표적인 소셜 미디어는 블로그를 비롯해 트위터, 유투브, 페이스북. 그중 트위터는 지난해 1500%에 이르는 성장을 보일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얼마 전 트위터가 메시지 100억개를 돌파했고 1초당 600개의 새로운 메시지가 등록되는 어마어마한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급부상하면서 이제 기업들도 뛰어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같은 소셜미디어 혁명과 함께 4대 그룹 홍보실 또한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게 됐다. LG그룹 홍보팀 유원 상무는 그룹 홍보의 역할 변화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홍보팀은 이제 ‘폭 넓은 전문지식(General Specialist)’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환경 속에 노출돼 있습니다. 홍보팀 역할이 과거에는 불리한 기사 방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긍정적인 홍보 아이템을 발굴해 홍보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는 거기에 더해 기업의 수익창출과 브랜드 자산가치 향상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홍보팀에 필요한 핵심역량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고 봅니다. 자신들의 업무를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만 한정시키다 보면 홍보실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고 기업경영의 의사결정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막연히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좋은 기사를 많이 나오게 하는 단순한 PR활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에게 기업이 의도한 이미지를 제대로 각인시키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업적 측면에서도 실용적인 도움을 주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음을 유 상무는 지적한다.
“기존 PR은 단점은 숨기고 장점을 홍보하는 방식이었다면 소셜미디어 시대의 PR전략은 단점까지도 다 드러내야 하는 특성을 지녔죠. 이건 부족하다, 하지만 이건 잘 한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쿨’해야 통하는 거죠. 얼마전까지만 해도 잘못된 기사 나오면 큰일 나는 줄 알았잖아요. 수많은 매체들이 있는데 어떻게 일일이 게이트 키핑할 수 있겠어요. 할 수 없다면 나쁜 뉴스라도 우리 입장에서 우리 목소리로 우리 미디어에서 이야기를 하면 되는 거죠.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진실성이 느껴지느냐가 중요하겠죠.” LG전자 홍보팀 정희연 차장의 말이다.

트위터는 ‘위기관리 해결사’
“PR툴이 블로그, 트위터 등 개인화 된 미디어들로 이전되고 있습니다. 대중매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원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고요. 그런 고객들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PR툴 또한 새롭게 확대해 나가야 된다고 봅니다. 또 인력이나 업무 비중에서도 개인매체들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비중을 높이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언론홍보를 담담하고 있는 SK텔레콤 홍보실 고창국 팀장의 말이다. 매체 환경 변화와 함께 기업 홍보에 있어서 전통 언론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에 대해 고 팀장은 또 이렇게 답한다. “전통 PR 영역인 대 언론 PR이 축소됐다기 보다는 더 전문화 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기존의 PR 활동들이 더 확대되고 분화됐기 때문이지요.”
SK그룹 브랜드관리실 이상종 부장 또한 전통 언론의 역할에 대해 같은 의견을 보인다. “전통적인 PR은 그대로 간다고 봅니다. 급격한 변화 보다는 장기적으로 서서히 변화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또 트렌드 변화에 홍보 부서가 먼저 변화한다기 보다는 환경변화에 보조를 맞춰 변하고 있다고 봅니다.”
소셜미디어가 그룹홍보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들에 대해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정광열 부장에게 물었다. “온라인에서 떠도는 얘기 중 틀린 내용들은 트위터를 통해 빨리 빨리 걸러지는 것 같습니다. 만약 트위터가 없다고 가정하면 잘못된 정보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은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아니면 언론을 통해 기사를 써 달라고 해야 되는데, 매스컴은 생리상 자질구레한 내용들은 잘 써 주질 않습니다. 또 홈페이지도 별 효과가 없고요. 하지만 트위터는 다릅니다. 잘못된 사실에 대해 있는 그대로를 진솔하게 전달하면 급속히 진정되는 상황을 보입니다. 크든 작든 간에 위기관리 차원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사 구실을 한다고 봅니다. 소통 측면에서는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업무는 크게 늘어나는데 인력은…
하지만 이러한 유용한 점 이면에 소셜미디어 등장과 함께 각 그룹의 고민 또한 적지 않다. 새로운 매체가 늘고 방향 또한 개방으로 감에 따라 일선부서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업무량이 늘어났다. 컨텐츠도 생산해야 하고 대중들의 반응에도 일일이 대응하고 개선책 또한 관계사나 부서의 협조를 얻어 알려줘야 하는 등 무한정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소화해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홍보 업무 자체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업무량이 늘었다. 하지만 인원은 10년 전과 다를 바 없고 업무는 늘어나 혼자서 과거 3~4명의 몫을 처리하고 있는 홍보실이 대부분이다. 특히 그룹 홍보업무는 경력자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홍보 조직이 점점 역 삼각형태의 기형 구조를 보이기까지 한다.
최근 두산 박용만 회장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트위터를 통한 소통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경우 트위터를 통해 전달되는 고객들의 직접적인 민원 전달은 회사 차원에서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또 그룹홍보의 특성상 무조건 온라인 생태계에 맞는 ‘오픈’만을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룹 홍보조직 특성에 따라 소셜미디어를 홍보툴로 이용하긴 해야 겠는데 아직 정립은 안 돼 있고 컨셉 잡기도 힘드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미디어 환경이 너무도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홍보 담당자들은 도입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판단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경쟁 기업들은 하나 둘 시도하고 있다 보니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그룹 홍보실로서는 2010년이 혼돈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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