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를 기다리며, 바다를 가르며…서핑의 세계
파도를 기다리며, 바다를 가르며…서핑의 세계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08.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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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소통] 여름철 짜릿한 익스트림 스포츠, ‘순간 아드레날린 최고’

[더피알=이슬기 기자] 뜨거운 태양 아래 파도를 가르는 서퍼들을 본 적이 있는지. 여느 광고 속에서나 볼 법한 이국적인 장면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서핑(surfing)’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세상에 많은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가 있지만, 서핑은 그 중에서도 순간적인 아드레날린 분비를 최고로 칠 정도로 남다른 짜릿함을 선사한다. 만리포에서 서핑샵을 운영하고 있는 이형주 대표의 서핑 예찬론을 들어보자.

▲ 미국 캘리포니아 남쪽 태평양 연안 헌팅턴 비치에서 한 서퍼가 파도를 타고 있다.(자료사진)

“서핑하면서 가장 위험한 건 상어죠. <소울서퍼(soul surfer)>란 영화가 있는데요. 주인공으로 나오는 서퍼가 연습하다 상어에 물리는데, 그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거든요.”

극단적 짜릿함을 자랑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라길래 그만큼 위험하겠다 싶어 ‘가장 위험한 것’을 묻자,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도 서핑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하와이나 발리, 괌 등 섬나라의 경우다. 우리나라에서 서핑을 할 때 주의할 점은 서퍼 간의 충돌, 갯바위 그리고 낙뢰 정도 되겠다. 물론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을 쓰는 운동이니 사전에 충분히 몸을 풀어 일반적인 인대나 근육 부상을 막는 것이 좋다.

그러니까 서핑은 파도를 타는 동안 느끼는 스릴에 비해 위험요소는 적은 운동이라는 설명이다. ‘아드레날린의 최고조’에 대해 의구심을 품자, 이 대표는 ‘파도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다는, 파도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어요. 아무리 실력이 좋은 서퍼라 해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서핑의 매력이에요. 매일 타도 큰 파도 앞에서는 두려움이 밀려와요. 오늘 파도를 잘 타면 이제 정복한 것 같은 희열을 느끼죠. 그렇다고 내일 파도도 만만하게 잡는 건 절대 아니거든요. 그래서 서핑은 ‘사람이 자연을 이길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몸으로 익히고 자연 앞에서 겸손을 배우는 운동이기도 해요. 물론 그래서 서퍼들은 또 다시 도전하죠.(웃음)”

바다라는 예측할 수 없는 자연에 도전하다보니 서핑은 지역색(localism)이 굉장히 강한 스포츠다. 바다는 저마다 조류가 있어서 처음 접하는 바다에서는 선수도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의 심정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 동네 바다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이런 문화는 지역민들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바다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발전한다.

▲ (위)입문자들은 먼저 해변에서 기본적인 훈련을 받고 바다에 들어간다.보통 1~2시간 정도 배우면 서핑을 즐길 수 있다. (아래)저녁에는 종종 파티가 열린다. 낯선 이들과도 음식을 나눠 먹고 정보도 교환하다 보면 이내 친구가 된다.

예측 불가한 자연 앞에 겸허 배우고 다시 도전

탈만한 파도를 기다리는 일도 서핑의 일부다. 해변에 해먹을 걸고 기다리며 농담이라도 한두 마디 건네다 보면 주변 서퍼들이랑도 금세 친해지고 혼자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그만이다. 여기에 최근 ‘베러투게더(better together)’ 등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하와이출신 가수 잭 존슨(Jack Johnson)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곁들이면 하와이가 부럽지 않다. 실제로 잭 존슨은 유명한 서핑선수 출신인데, 불의의 사고로 평소 즐기던 음악에 전념해 가수가 됐다고.

90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서핑문화는 제주도, 부산, 양양 등에  분포한 10여개의 샵을 기반으로 그 인구를 늘려가고 있다. 남태평양 섬나라에 비할 바는 안 되지만 즐기기엔 무리 없는 파도가 있다. 바다를 무서워하지만 않는다면, 운동신경에 관계없이 입문자들도 1~2시간정도 연습을 하면 즐길 수 있다. 필요한 장비도 보드와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웨트슈트(wet suit)정도로 비용 면에서도 스노우보드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이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서퍼들 사이에는 ‘서핑을 소개시켜주는 친구는 악마다’라는 농담이 있어요. 그만큼 매력적이고 한번 맛보면 끊기 힘든 스포츠랍니다. 이번 여름, 구릿빛 근육질과 늘씬한 비키니의 서퍼들을 구경하러 바다에 들러보세요. 어느새 서핑의 매력에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걸요.”
 

▲ 이형주 mlp surf 대표.
“순식간에 빠져든 서핑, 이제는 삶”

서핑 때문에 송두리째 바뀐 인생이다. 99년, 제대하고 복학을 앞둔 시기에 사촌형이 있는 호주에 갔다가 처음 접했다. 시드니의 해변동네에 머물면서 서핑을 했는데 일본인 친구한테 배우면서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일년 뒤 한국에 들어와서 만리포에 왔었다. 비바람만 불고 서핑을 할 만한 파도가 없어서 좌절한 기억이 있다. 뒤늦게 온라인 동호회를 발견하고는 부산에서 다시 시작했다. 평택에 살다보니 좀 더 가까운 곳을 찾아다녔고 같이 서핑을 하는 친구들과 만리포를 드나들었다. 파도차트를 보고 일주일에 두 번도 오고 세 번도 오면서 서핑샵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서핑에 홀렸다는 말이 맞을 것 같은데, 삶의 패턴까지 바꿔놓았다. 4년간 준비한 샵은 올초에 오픈했는데, 만리포의 약자를 따서 ‘MLP SURF’가 됐다. 서해에는 유일한 서핑샵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수심이 얕고 파도가 천천히 오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연습하기에는 그만이다.

주말 저녁에는 같이 영화나 서핑영상을 보며 파티도 열고 종종 해변을 청소하는 ‘비치클린’행사도 갖는다. 바다가 깨끗해지니 지역주민들에게도 환영받는다. 보통 서퍼들은 일년 내내 서핑을 즐기는데, 초보자들도 10~11월까지는 할 수 있다.

원래 직업과 병행하다보니 샵을 준비하는 동안 스트레스도 고충도 많았다. 앞으로 바라는 것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와서 서핑을 즐겼으면 하는 것, 지금은 다행히 반응들이 좋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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