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너머 ‘사랑’을 긍정하는 새로운 시선
고통 너머 ‘사랑’을 긍정하는 새로운 시선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08.2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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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책] 사랑은 왜 아픈가

지은이 : 에바 일루즈 (김희상 옮김)
출판사 : 돌베개
가 격 : 3만원

[더피알=이슬기 기자] SNS가 발달하면서 우리의 시시콜콜한 일상은 곧잘 비교 가능한 것이 됐다. 세간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가장 사적인 영역 ‘사랑’도 마찬가지. 대개 연애중인 미혼 여성들의 SNS는 그가 그녀에게 얼마나 헌신적인지를 보여주며, 그 와중에 그의 경제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절찬리 전시중이다.

이런 경향은 그녀가 행복할 때는 문제가 없으나, 연애가 끝났을 때는 백발백중 부작용을 드러낸다. 그녀의 연애 실패는 대체로 자아와 정체성을 송두리째 흔드는 방식으로 그녀를 고통에 빠뜨린다. 그녀들은 왜 사랑이 끝날 때마다 자신의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그토록 많은 상담과 심리분석에 매달려야 하는 걸까?

전작 <감정 자본주의/돌베개>로 감정이 능력이자 자본이 되는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파헤친 에바 일루즈는 2009년 독일 일간지 <차이트>가 주목한 ‘미래 사상을 선도해나갈 전 세계 열두 명의 지성인’에 꼽히기도 한 이스라엘 사회학자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심리학의 견고한 바탕인 ‘프로이트 문화’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마르크스가 상품을 가지고 벌인 일을 낭만적 사랑의 감정에 적용해보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사회적 고통’에서는 배제되지만 일상생활과 보통의 관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랑으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들, 예를 들어 불안이나, 자신의 무가치함, 우울증 등을 해석하는 설명체계의 존재를 밝히고자 한다. 고통을 설명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고통을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자는 문학, 철학, 심리학, 경제학, 사회학을 넘나드는 방대한 자료와 사례들을 들며 결혼시장과 섹스영역으로 나뉜 현대의 사랑을 철저히 분석한다. 사랑이 여인에게는 자존감의 원천이, 남자에게는 섹스자본으로 여겨지게 된 과정을 사회학의 관점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일루즈가 현대의 사랑을 냉철하게 분석한다고 해서 그녀가 사랑을 부정한다고 오해하지는 말자. 오히려 이 책은 “사랑이라는 매체로 현대성을 냉철하게 바라본 긍정”의 산물이며 그녀는 “냉철한 긍정은 우리가 맑은 정신으로 자신을 더 잘 성찰할 때 이 시대를 더 잘 살아낼 수 있으며, 심지어 새로운 형식의 열정적 사랑을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의 실마리를 남기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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