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바람기를 잡는 광고, 광고주가 흡족할까
남편 바람기를 잡는 광고, 광고주가 흡족할까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3.08.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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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광고인’, 마법광고 착상에 골머리

[더피알=조성미 기자] 애드매스족(族)을 겨냥한 광고인들의 호소전략이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젊은 여성의 다리가 민망하고 미안하지만 광고판이 되기도 하고, 광고 내용을 소비자 뇌세포에 이식하기위해서 정치적 앙숙의 입맞춤도 저어하지 않는다. 

베네통은 지난 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진한 입맞춤 합성사진을 ‘UNHATE’라는 표제아래 시리즈 광고의 한편으로 던졌다.

▲ 베네통이 지난 2011년 집행한 ‘unhate’광고. 사진=언헤이트재단 웹사이트
‘증오의 문화를 배척하자’는 뜻을 담은 광고 슬로건도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쉽게 착상하기 힘든 광고 소재의 선택은 전 세계적으로 빅히트를 쳤다.

이명박과 김정일이 입을 맞추고 오바마와 차베스가 키스를 하는 장면은 베네통의 소비자는 물론 베네통의 경쟁자에게도 충격 그 자체일 게다. 광고의 미학이다.

광고에 영향을 받기가 쉬운 사회계층, 대중을 사로잡는 매스컴 광고를 의미하는 애드매스(admass)를 향해 진격하는 광고인들 사투는 오늘도 진행형이다.

SK마케팅앤컴퍼니의 한 중견 간부는 “경기둔화로 광고시장도 찬바람이 일고 있다. 광고주의 고개를 단 한 번에 끄덕이게 할 수 있는 이색적이고 차별적인 광고아이디어를 찾는 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광고착상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광고인으로서 한번만이라도 차별화된 이색광고를 선보이려는 열정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대박’을 내는 이는 따로 있다. 그만큼 아이디어 싸움이 힘들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부고기사만 아니라면, 호의적이든 악의적이든 언론매체에 어떤 기사만 나오더라도 다 좋다는 여의도 우스갯소리가 있다.

광고도 그렇다. 대중들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면 반은 성공이다.

단적으로 인구에 회자되면서 이슈만 생산한다면 설혹 관련당국의 제재를 받더라도 광고 그 자체는 ‘대박의 반열’에 올라가기도 한다. 경험적으로 노이즈마케팅의 최전선에는 행정조치를 받은 이색광고가 큰 역할을 수행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장타이(張太·장부인) 이제 포기하세요. 승패는 이미 갈렸어요. 근사한 남자는 자기를 가꿀 줄 아는 여자의 것이에요. 깨달음을 얻어 다시는 남편의 애인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최근 중국 신문에 실린 중국 모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 홍보 카피(한글번역)이다.

광고주와 광고인의 속내는 명확하다. 

“우리 회사 화장품을 쓰면 당신은 아름다워져서 남편이 샛길로 새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남편 정부는 우리 화장품을 쓰고 있으니 부인도 사용하세요”란 암시를 주는 질투 유발 카피가 무얼 노리겠는가.

중국 누리꾼들은 이를 ‘정부(情婦)의 전투선언 광고’로 칭하면서 퍼 나르기에 바빴다.

이슈 만들기에 성공한 만큼 광고 또한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게 광고 전문가들 진단이다.

게다가 중국 당국이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이 광고의 지면게재를 중단하는 행정조치를 내린 게 누리꾼들의 찬반논쟁을 양산, 화장품 인지도는 쑥쑥 올라갈 소지가 크다.

일본의 한 홍보업체는 젊은 남성들이 여성의 다리를 힐끔힐끔 몰래 쳐다보는 점에 착안해서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무릎 위 부분에 광고 스티커를 부착해 걸어 다니는 인간 광고판을 응큼하게 내놨다.
 
광고효과가 꽤 높아 기업들의 광고문의가 적지 않다는 게 일본발 소식이다. 

▲ 리바트는 지난 4월 엘리베이터를 장롱으로 꾸미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뉴시스
지난 4월 서울 롯데시네마 강남점 엘리베이터는 장롱으로 변신했다. 엘리베이터 출입문 자체부터 장롱시트지로 디자인하고 내부도 드레스룸 이미지를 입체감 있게 구성했다. 엘리베이터 문 안쪽에는 거울과 넥타이걸이 등을 부착해 사실감을 끌어올렸다.

광고를 본 출입자들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장롱 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절대 잊히지 않은 경험이다”며 광고인의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광고주인 생활가구 전문기업 리바트가 흡족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가상장롱 사진을 담은 한 블로그는 당시 1주일 만에 총 조회수가 3만 건을 돌파했다고 한다.

물론 모든 광고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펩시콜라사의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청량음료 ‘마운틴 듀‘의 경우는 광고주가 공식 사과하는 낭패감을 맛봤다.

흑인 유명 래퍼가 개발한 펩시의 해당광고는, 폭행을 당해 목발을 짚은 여성 피해자가 줄지어 서있는 흑인 용의자들 사이에서 범인을 구별해 내는 내용을 담았는데 ‘흑인 차별 및 폭력성’ 논란이 바로 지적됐다.

청소년을 겨냥한 펩시의 이 광고는 당국의 행정조치에 앞서 스스로 폐기했다. 경영진의 사과와 함께 말이다.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광고 수명을 단축하거나 악영향을 초래한 광고들도 있다. 

지난해 국내 한 보험회사는 남편이 사망해도 보험이 있어 든든하다는 식의 광고카피를 내걸어 가장역할을 하는 남성들의 질타를 받았다.

보험상품의 보장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광고흐름이 남편이 없어도 보험이 있어 걱정이 없다 형태로 진행되자 항의가 빗발쳤다. 

한 자동차 판매사는 결혼 10년째인 부인보다 자동차가 변함이 없다는 식의 광고를 출시해 역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과도한 폭력성과 음란성, 인종 및 성별 차별의 가능성이 있는 광고소재는 소비자들이 외면한다. 광고로 돈을 쓰고서 그 광고 때문에 회사가 곤경에 처하는 이중고를 겪는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것의 정 반대다.

소비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에 왕도는 없다. 하지만 금기영역도 존재한다.

소비자 지향의 상업적 광고가 간혹 소비자를 배척하고 도외시하는 카피나 영상으로 의도치 않은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광고는 양날의 마법이다.

오늘도 ‘마법의 광고’를 짜내려는 대한민국 광고인들은 광속의 두뇌회전에 한창이다.

‘진격의 광고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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