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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기’ 속 헬스컴의 진실 혹은 거짓
영화 ‘감기’ 속 헬스컴의 진실 혹은 거짓
  • 엔자임 이병일 이사 (admin@the-pr.co.kr)
  • 승인 2013.09.03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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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커뮤니케이션 닥터] 감기-플루부터 구분해야

올 여름엔 전국적으로 ‘감기’가 화제를 몰고 왔다. 호흡기 질환인 감기가 아니라, 지난 8월 15일 개봉한 영화 <감기> 때문이다. 올 여름 연일 이어진 폭염주의보 아래 버텨온 관객이자, 국가의 공중보건위기 관련 커뮤니케이션 작업에 참여한 관계자로서 <감기>는 헬스 커뮤니케이션(이하 헬스컴)적 관점에서도 꽤 흥미롭다. 영화 속 감기에 얽힌 진실 혹은 거짓(오해)은 무엇일까?

▲ 영화 감기 속 장면. 여주인공인 수애(김인애 역)가 딸과 함께 신종플루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영화사 제공 스틸컷)

‘감기’와 ‘독감’은 다르다

[더피알=이병일] 우선 영화제목에 쓰인 ‘감기(Common Cold)’와 이 영화의 영문제목인 ‘플루(The Flu)’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감기는 재채기, 코막힘, 콧물, 미열 등을 동반하지만 대개는 건강한 일반인이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치유된다.

‘독감’이라는 용어로 인해 오해하기 싶지만, 독감은 말 그대로의 ‘독한 감기’가 아니다. 독감은 감기보다 빠르며, 사람 간 공기 중에 빨리 전염된다. 반면 감기는 접촉으로 감기 바이러스가 옮겨진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코나 목, 폐를 침범해 갑작스런 고열, 두통, 근육통, 전신 쇠약감과 같은 전반적인 신체 증상을 동반하면서 전세계에서 발생한다.

또한 독감은 전염성이 강하고, 노인이나 소아, 다른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걸리면 사망률이 증가하고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높다.(*서울대학교 제공 의학정보) 이 때문에 국민들의 주의가 필요하고 특히 사회취약계층에게는 더욱 큰 위협이 된다.

이처럼 계절형 독감은 질환이 규명돼 예방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 같은 적절한 치료로 건강을 지킬 수 있지만, 영화에서 보듯 보다 심각한 문제는 ‘신종플루’이다. 독감 중에서도 치료제가 없는 신종독감이 신종플루다. 새로운 질환이 무섭도록 빠르게 퍼지고, 치사율이 높다면 원인균을 규명해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백신을 개발해 미처 대응을 하기도 전에 끔찍한 재난은 이미 일어나서 상황이 파국을 맞을 위험이 잠재한다.

‘판데믹’이 뭐냐고?

영화에선 ‘공공의 적’이 된 정치인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판데믹(Pandemic)’이란 용어가 등장한다. 2009년 한국에도 상륙한 ‘신종플루(H1N1)’ 사태 때 많이 알려진 이 용어는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판데믹 인플루엔자는 30년을 주기로 도래한다는 설이 있다. 1918년 스페인 독감 때는 약 5000만명이 사망했고, 2003년 중증 급성 호흡 증후군 싸스(SARS 사스-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경우에는 8000여명의 감염자와 774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전염병 경보단계를 1∼6단계까지 나누는데, 판데믹은 복수의 지역과 국가에 유행하는 최고 경고 등급인 6단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공중보건위기나 기후재난 등의 국가재난을 관심(Blue)-주의(Yellow)-경계(Orange)-심각(Red)의 4단계로 대비하고 있는데, 국내에 인체감염이 발생하고(주의), 사람 간에 전파가 진행되며(경계), 일반 인구 사이에 유행하는(심각) 단계로 구분된다. 영화에서는 분당 신도시 전체가 폐쇄되고 즉각 범정부적으로 대응태세에 돌입하는 심각 단계가 바로 발령되는 상황이 묘사되고 있다.

▲ 영화 감기 속 장면. 바이러스가 온 도시를 점령하자 시민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사진=영화사 제공 스틸컷)

치사율 100%면 급속전염도 없다

영화 <감기>에 등장한 신종플루(‘H5N1’으로 언급)는 초당 감염 속도 3.4명, 치사율은 100%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격한 기침과 함께 붉은 반점, 피가 섞인 토사물을 쏟아내는 증상을 동일하게 보이는 것으로 표현된다.

영화에서 고병원성 신종플루의 치사율을 100%로 선전한 것은 순전히 영화적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케팅적으로 선택한 영화적 과장이다. 또한 영화 중에 “감염률이 50%”라는 언급도 나오는데, 이는 가장 최악의 경우였던 1918년 스페인 독감의 대유행 때 5-14세 소아에게 보인 감염률의 수준에 해당한다. 당시 치사율은 10~30% 수준이었다.

공중보건위기대응과 관련한 전문의의 말을 빌자면, 치사율이 100%면 이미 관련한 사람이 모두 사망해 더 이상 사람들 간에 전염이 확산될 위험이 오히려 줄어드는 아이러니를 가진다고 한다. 2009년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만든 당시의 신종플루(H1N1)도 빠른 확산성을 갖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치사율은 계절독감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질환의 공포가 과장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최근 일명 ‘살인진드기’란 용어로 불리면서 불안을 가져다 준 SFTS(중증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도 실제로는 해당 질환에 감염 후 생명을 잃을 확률이 6%대로 알려지면서 진정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감염률이 높고 치사율이 10% 정도만 되는 ‘신종플루’만 나타나도 충분히 긴장할 수밖에 없다.

영화 속 아쉬운 ‘개념기침’

▲ 영화 감기 속 바이러스 감염 증상. (사진=영화사 제공 스틸컷)
공중보건위기대응의 초기단계 원칙은 영화에서 극중 발견된 환자를 격리병동(isolation A)에 넣는 것처럼 ‘선격리, 후치료’이다. 지난 2009년 한국에서 신종플루(H1N1)가 초기 확산될 때에도, 최초 감염의심환자가 탑승한 비행기에 동승한 수녀와 외국인 강사가 초기 역학 추적과 격리대상에 우선 포함되지 못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영화 속 감염이 확산되는 상황을 더 들어가 보면, 무서운 신종플루에 걸린 밀입국자중 유일한 생존자인 ‘몽싸이’가 우연히 여주인공의 딸 ‘미르’를 만났을 때 기침을 하면서 이를 옷으로 가리는 극단적인 ‘기침에티켓’(?)을 보여준다.

반면 아무것도 모르는 한국 대다수 시민들은 버스나 전철, 편의점, 카페, 예식장, 학교 등 다중장소에서 손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 허공에 대고 기침을 해 공기 중에 침(비말)이 퍼지는 2차, 3차 감염을 확산시키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른바 ‘개념 있는 기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대목이다.

국내외 기침에티켓과 관련한 안내 포스터에는 기침을 할 때 윗소매를 가려서 하고, 해외에서는 가족 간에도, 특히 영유아 기침환자를 안을 때에는 환자의 턱을 자신의 어깨에 올려 얼굴에 대고 기침하지 않도록 자세히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 영화에서 호흡기 전염에 대응한 ‘N95마스크’가 눈에 띄지만, 상대적으로 기침에티켓을 제대로 하는 한국사람을 볼 수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없이 헬스컴 관계자로서 갖는 아쉬움이다.

예방백신 공급은 시간이 필요해


<감기>에서처럼 모든 신종플루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처는 기존의 ‘타미플루’와 같은 치료제로 듣지 않는 ‘변종 신종플루’를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를 마련, 최대한 빨리 보급하는 것으로 집약될 수 있다. 항체 혈청을 맞은 딸 ‘미르’가 평화의 상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영화에서처럼 단지 하루 이틀 만에 면역항체가 생성돼 이를 바로 환자에게 공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료전문가들은 항체를 만드는 데에만 최소 2주가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의 질병관리본부(CDC) 외 전세계 주요국가의 보건당국에서 마련한 공중보건 위기대응 메시지 매뉴얼에는 “백신공급에는 3~6개월이 소요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는 임상시험을 통한 치료제 또는 백신의 안정성 검증과 대규모 의료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생산수단 확보 생산량을 감안한 기간이다.

감염이 우려되는 노인이나 영유아, 임산부와 같은 취약계층에게 예방백신을 접종하려면 범국가적인 의료 대응 시스템이 계획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짐작컨대 폐쇄된 47만 분당시민에게 모두 접종할 백신을 준비하려면 아무리 짧아도 3개월은 족히 걸릴 것이다.

▲ 영화 감기 속 장면. 순식간에 퍼져 나간 신종플루 바이러스로 도시는 한 순간에 아비규환의 비상사태를 맞았다. (사진=영화사 제공 스틸컷)

영화는 영화일 뿐, 오해하지 말자

영화 <감기>는 기본적으로 영화적 재미의 목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창작물이지만, 헬스컴의 모든 메시지에서는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근거 중심(Evidence-based)의 메시지 제공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2009년 국민이 겪은 바와 같이 신종플루 사태의 심각 단계에서 흔히 퍼지는 근거 없는 루머나 괴담에 대응하는 사회문화적인 메시지도 ‘별도로’ 다른 차원에서 사전에 충분히 고려되고 준비돼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가지고 있다.

시민을 살상하는 당사자로 등장한 군인도 현실에서는 국가적 재난사태 때 위기대응 단계에 따라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우리의 소중한 아들, 딸이다. 공중보건 위기상황 속 군인 못지않게 최전선에서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헌신하는 분들이 바로 의료진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03년 싸스(SARS)를 계기로 출범한지 10년이 되는 대한민국 질병관리본부의 중요성 또한 더 말할 나위 없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다만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준엄하다. 준비하지 않는 사람은 실패를 준비하는 사람이다. 성경의 한 구절로 이를 대신한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라!(누가복음 17:3)


이병일

더 커뮤니케이션즈 엔자임 이사
Healthcare MBA
공익마케팅본부 이웃(EOOT) 총괄
보건복지부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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