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군사개입 놓고 미국 내 여론 양분
시리아 군사개입 놓고 미국 내 여론 양분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3.09.0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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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극명하게 엇갈려…오바마 고민 깊어질 듯

[더피알=이동익 기자] 미국 의회가 다음주로 예정된 시리아 군사개입 결의안 논의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과 관련, 지난 8월 31일 “의회의 의견을 묻겠다”며 급작스레 입장을 선회한 가운데 의회 의원들은 막판 유권자 민심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여러 유권자들의 말을 빌려 “시리아 군사개입으로 인해 미국 내 여론이 심각한 양분상태에 직면해 있다”며 “특히 오바마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지한 유권자들이 이번 대통령의 결정엔 평소 의견과 다른 입장을 보이며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미국의 시리아 군사 개입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미국 시민들.

WSJ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들은 시리아 군사개입을 놓고 팽팽하게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미국인들은 이번 미국의 군사개입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다.

펜실베니아주 레바논 소방서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애드 데이비스(Ad Davies)씨는 “지금까지 한 번도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한 적이 없지만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의견엔 찬성한다”며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실제로 사용했다면 당연히 미국이 대응해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자신을 열렬한 오바마 대통령 지지자라고 밝힌 데이비스의 아내 패티 데이비스(Patty Davies)는 남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국익에 부합한다는 사실이 확실할 때만 무력을 사용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같은 데이비스 부부의 상반된 의견은 양분된 미국 여론을 여실히 보여준다. 민주당 소속의 빌 포스터(Bill Foster) 하원의원은 “시리아 군사개입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지만 약간 망설여진다”며 “시리아 문제로 많은 유권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대부분은 자신들의 견해가 완벽하게 정리돼 있지 않아서 오히려 내게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공화당 소속의 로스-레티넨(Ros-Lehtinen) 하원의원도 “유권자들은 화학무기 사용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군사개입이 확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아직 찬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직 경기침체의 여파에 벗어나지 못한 많은 미국인들은 “국내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또다른 전쟁에 휘말리는 것은 가장 중요한 경제문제에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피츠버그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론 차네키(Ron Czarnecki)는 “수천 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타국의 문제에 미국이 끼어드는 꼴”이라며 “국내 문제만 해도 벅차지 않나. 오바마 대통령이 해외 군사문제에 개입할 시간이 있으면 경제부터 회생시키면 좋겠다”고 말했다.

풀뿌리 시민단체인 무브온(MoveOn.org)의 애나 갤런드(Anna Gallant) 대표도 “회원들을 대상으로 시리아 군사개입에 대한 여론조사를 해보니 4분의 3이 반대했다”고 소개하며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은 끔찍한 일이지만 회원들은 군사행동을 해결책이라고 보지 않는다. 800만 회원들은 의회에 이런 의견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의회의 시리아 군사 개입 결의안 표결에 자신의 향후 정치적 생명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이미 다음 주 초로 예정된 캘리포니아주 출장도 취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다음주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가 미국 최대 단일 노조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 회의에서 연설하고 선거 자금 기부자들과도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5일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캘리포니아 방문이 취소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DC에 남아 의회 시리아 결의안 통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기간에도 미국 의회 주요 인사들에게 전화해 화학무기 참사를 일으킨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에 대한 군사 행동 계획을 허락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의회 사전 승인을 얻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미국 의회는 오는 9일 의회가 여름 휴회를 끝내고 정식 개회하면 전체회의를 열어 결의안을 논의할 방침이지만, 미국 유권자들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아 결의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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