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현상, ‘클릭 언론’ 은 반긴다?
클라라 현상, ‘클릭 언론’ 은 반긴다?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3.09.1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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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노출 경쟁…연예계와 언론의 위험한 동거

[더피알=이동익 기자] 여자 연예인들이 때아닌 노출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그들이라지만, ‘일단 뜨고 보자’ 식의 노출 경쟁은 노출 사고 논란과 함께 대중 정세에도 적지 않게 악영향을 미친다.

이같은 과도한 노출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 노출 강도가 심해진 것은 포털에 종속된 언론들의 트래픽 유치경쟁 탓도 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클라라는 프로야구경기에 이른바 '레깅스 시구'를 선보여 단박에 스타로 발돋움했다.
공중파보다는 다소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케이블·종편 채널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19금 문화’가 형성돼 신인 여자연예인들을 중심으로 ‘섹시 코드’를 앞세워 이름을 알리려는 상업적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같은 노출논란의 중심에서 언론들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은 여배우로 대중들은 선뜻 클라라를 떠올린다. 클라라는 8년동안 무명에 가까웠지만 최근 온라인 연예기사의 단골 소재로 급부상했다.

그녀가 대중의 눈길을 잡아끈 건 일명 ‘레깅스 시구’다. 지난 5월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하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하얀색 줄무늬 레깅스 시구패션은 클라라를 단숨에 스타반열에 오르게 했다.

이후 클라라는 특유의 섹시미를 무기로 각종 론칭쇼와 광고, 방송, 드라마까지 종횡무진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 시구 이전까지는 도시바 지면광고 모델이 전부였지만 시구후엔 몸값이 급상승해 송중기와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프로모션에 함께 참여하고, 류수영과 에너지바 CF를 찍는 등 이제 그는 방송은 물론 광고시장에도 가장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는 스타가 됐다.

클라라의 전략 성공이라는 점에서는 박수를 보내지만 연예계의 노출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는 한 단초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는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최근엔 게임회사 ‘넥슨’의 홍보영상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게임 유저와 영상통화를 하는 콘셉트로 촬영된 이 동영상에서 클라라는 특유의 섹시미를 어필하지만, 방금 샤워를 마친 듯한 분위기에 몸을 가린 수건이 흘러내리면서 가슴의 일부가 드러나 섹시함을 넘어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노출 사고라도 일으켜서 이름 알려야”

사실 ‘클라라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연예인들의 노출 현상은 각종 영화제 레드카펫 현장에서도 심심찮게 일고 있다. 언제부턴가 보통의 섹시함으로는 레드카펫에서 이슈가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 됐다. 그렇다보니 소위 ‘노출사고’를 일으켜서라도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는 배우가 늘고 있다.

배우 하나경은 지난해 ‘제3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가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드레스를 입은채 넘어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배우 오인혜는 지난 2011년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옆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오렌지 컬러의 파격적인 노출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 섹시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클라라는 최근 넥슨의 '바람의 나라' 홍보 영상을 찍으면서 너무 야한 장면으로 구설에 오르내렸다.

레드카펫을 한번 걸었을 뿐인데 이틀동안 온라인을 평정한 배우도 있다. 지난 7월 제17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참석한 배우 여민정은 레드카펫을 걷던 중 드레스의 어깨끈이 흘러내리면서 가슴의 일부가 노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이를 두고 의도적인 노출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여민정은 “당시 제가 입었던 드레스가 입으면 그냥 후드득 내려가는 거라 느낌이 안나요. 그래서 내려갔으면 제가 빨리 올렸어야하는데 시선이 앞에 있으니까 (내려오는 느낌이 안나서) 수습이 늦었던 것 같아요”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의도된 노출이 아니냐는 계속된 지적에 “사실 의도된 노출은 상의가 아니라 하의”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과정이야 어찌됐건 여민정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 그가 출연한 ‘가자, 장미여관으로’는 개봉도 하기 전에 이미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함께 영화에 출연한 배우 성은채는 “여민정이 여자로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도 “우리 영화 홍보가 되지 않나,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여배우들의 잇따른 노출 경쟁에 대해 연예계 관계자들은 “신인들이 노출 드레스를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신우식 스타일리스트는 “패션을 하는 사람으로서 사실 착잡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며 “자신을 드러내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같이 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높은 수위의 노출보다 융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드레스샵 관계자도 “ 아무래도 레드카펫이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이 있어 굉장히 큰 홍보효과가 되다 보니까 대부분 노출하는 분들은 신인배우”라면서 “톱배우들은 오히려 노출보다는 등이나 어깨가 살짝 보이는 정도에서 우아함을 강조하는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 최근들어 아이돌 걸그룹의 노출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걸스데이 리패키지앨범 쇼이커스 현장(왼쪽)과 달샤벳의 '내 다리를 봐'.

속옷 차림에 봉춤까지…도 넘은 섹시 경쟁

여배우의 레드카펫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아이돌 걸그룹의 노출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해 경쟁적으로 과감한 노출을 시도하고 있다.

‘걸스데이’는 컴백 장소로 수영장을 골랐다. 다분히 의도적이다. 걸스데이는 하늘거리는 긴 천이 꼬리처럼 달린 옷을 입고 골반을 흔드는 ‘구미호춤’을 선보였다. 그리고 무대의상을 입은 채로 수영장에 그대로 뛰어드는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달샤벳’은 아예 노래 제목을 ‘내 다리를 봐’로 지었다. ‘눈 말고 다리를 봐, 손을 놓고 나를 안아’ 등의 가사를 노래하며, 치마를 열어젖힌다. ‘애프터스쿨’은 ‘첫사랑’으로 활동을 재개하며 폴댄스를 선보였다. 봉을 잡고 빙글빙글 돌거나 봉에 매달려 허리를 꺾는 퍼포먼스는 묘기에 가깝다.

또한 한 신인 걸그룹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클라라 씨보다 훨씬 더 섹시하게 (시구를)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라라로 대표되는 여자 연예인의 노출 경쟁은 자신을 알리기 위한 일종의 관문이 된 셈이다.

이처럼 ‘노출’이 신인급 연예인들에게 홍보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자 연예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너나 할 것 없이 노출 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심지어는 데뷔 전에도 노출로 먼저 자신을 알리는 ‘노이즈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이름을 알린 연예인들의 수명은 길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능력을 요구하는 요즘 연예계에서 금방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도 “포털서비스 체제하에서는 무심코 클릭을 많이 하기 때문에 노출 빈도가 그 사람의 인기를 그대로 증명하지 않는다”며 “노출보다는 콘텐츠 자체에 주목하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언론사들은 광고수익으로 연결되는 트래픽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연예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과감한 ‘노출’로 이름을 알리려는 여자연예인들의 이같은 인식은 미디어의 공(?)이 크다. 단숨에 인기스타 반열에 오른 클라라는 시구 당일부터 쏟아낸 언론들의 기사 덕분이었다.

클라라가 섹시 아이콘으로 관심을 받자, 이후 언론들은 클라라에 관련된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기사를 쏟아냈다. 독자들의 트래픽 유치로 광고 수익을 얻는 언론들에게 클라라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클라라에게 대중의 관심이 월급이라면 언론에게 클라라는 수익원인 셈이다.

노출논란, 미디어 ‘클릭 장사’가 더 문제


연예계와 언론의 위험한 동거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언론들은 마치 ‘신상품’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네이버 뉴스 화면이 뉴스스탠드로 바뀐 뒤, 언론들은 여성들의 성적 이미지를 화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마치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홍림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도 “뉴스 독자들이 쉽게 소비하는 콘텐츠가 섹시코드이다보니 언론들이 선정적인 기사나 노출 사진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며 “독자들의 욕구가 반영된 만큼 선정적인 기사가 사라지려면 독자들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형태도 세련되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역시 “노출을 통해 이름을 알리려는 연예인들과 이를 이용해 콘텐츠 소비를 늘리려는 언론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다보니 이같은 현상이 계속되는 것이 아니겠냐”고 보면서 “현재의 행태는 저널리즘의 가치나 기사에 대한 진정성, 연예인들이 미디어를 이용하려는 의도를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지적에 차영란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동의하며 “사람들의 말초적인 욕구를 자극해 기사화하는 형태를 흔히 옐로우 저널리즘이라고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연예인들이나 언론들 모두 손해다. 노출로 각인된 이미지를 회복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노출’이라는 다소 쉬운 방법으로 ‘대박’을 노리려는 연예계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제는 웬만한 노출로는 이슈가 되지 않는다. (여자 연예인들이) 무작정 벗기보다는 자신의 차별화 요소를 파악해 매력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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