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전 공유, 스토리텔링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기업 비전 공유, 스토리텔링보다 더 좋을 순 없다
  • 조성은 코콤포터노벨리 전략연구소 소장 (admin@the-pr.co.kr)
  • 승인 2013.09.23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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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의 사내컴 속으로

[더피알=조성은] 얼마 전 ‘엘지(LG) 불났어요?’라는 일화가 세간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통사 고객서비스센터로 잘못 연결된 전화로, 3분여 동안 이어진 할머니의 엉뚱한 질문과 이에 대해 끈기 있게 통화하는 친절한 상담원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일화는 소비자에게 LG가 고객만족의 가치를 실천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직원들에게는 투철한 고객서비스 정신을 실천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심어주는 자산이 됐다.

스토리텔링은 최근 성공한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하는 사내커뮤니케이션(이하 사내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나이키, 쓰리엠(3M), 프록터앤갬블(P&G),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 디즈니, 월드뱅크 등 많은 기업들이 조직 내 중요한 스토리들을 선별하고 공유하기 위해 ‘기업 스토리텔러(corporate storyteller)’를 선임하고 있다.


그만큼 스토리텔링은 직원들에게 조직의 비전과 가치를 전달하거나 조직변화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수단이다. 스토리는 전 직원의 마음을 사로잡고 조직 내에서 변화를 이끌어낸다. 직원들은 조직의 스토리를 통해 조직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

오백원짜리 지폐의 거북선 일화 등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 정주영 회장의 수많은 일화들, 스티브 잡스와 개발자 빌 앳킨슨 간의 일화들은 각각 도전정신이라는 현대그룹의 가치, 개발자를 최고로 여기는 애플의 정신이 담긴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창업주 스토리는 기업의 비전과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정교하게 만들어져 어떤 사실들의 나열들이나 구체적인 수치들보다 훨씬 직원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스토리텔링에 주목하는 이유는 스토리가 사람들에게 흥미를 줌으로써 메시지에 주목하게 하고, 이해하고 기억하기 쉬우며, 전파력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이해와 비슷한 스토리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느낀 감정을 오래 기억한다.

‘창업주 이야기=기업 철학’으로 만들어야

최근 연구들은 특히 조직변화라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직원들의 행동변화를 유발하는 데 이성적 논리, 사실, 수치를 기반으로 한 이메일, 보고서, 뉴스레터, 메모와 같은 전통적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은 거의 설득력이 없고, 대신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이 효과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조직변화과정에서 미팅, 회의록, 보고서, 뉴스레터, 이메일, 온라인 미디어 등 전통적인 사내컴 전략을 취한 주사(ZooSA)는 경영진 회의에 대한 인식부족, 변화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실패, 조직구조 변화에 대한 지지 부족, 경영진의 말과 행동 사이의 불일치로 인한 메시지 불신 등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반면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직원들을 관리하는 데 기업 스토리텔링 기술을 개발시킨 에릭슨(Ericsson)의 사내컴은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18%, 기업 전략에 대한 인식이 11%씩 각각 증가하고, 경영진의 동기부여 또한 22% 증가하는 결과를 얻었다.

조직변화과정에서 활발한 사내컴이 이뤄진다고 해도 직원들이 전혀 주목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활동들은 재미없는 메시지들만 범람하게 할 뿐 효과를 주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실 숫자, 전략들은 직원들을 변화에 동참하도록 고무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스토리는 조직변화과정에서 직원들을 고무시킨다.

스토리텔링의 핵심요소는 공감 이끌어내는 ‘인물’

좋은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직원들이 조직에 중요한 것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흥미를 느끼고 의미를 주는 것이어야 한다. 직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많은 기업스토리 속에는 조직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 경험하는 난관과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들이다. 조직 변화에 관한 것, 그 조직변화가 일상에서 의미하는 것, 그 변화가 개인에게 위협적임에도 불구하고 극복했던 누군가에 관한 스토리로 들을 때 직원들은 더욱 몰입한다.

이처럼 스토리텔링의 핵심 요소는 공감을 이끌어 내는 인물이다. 집단에 대한 것이 아니라 주요 인물이 되는 개인이 있어야 한다. 또한 꾸며진 이야기가 아니고 진정성 있는 실제 이야기여야 한다. 이러한 스토리들은 창업주 이야기, 동료들 또는 상사의 이야기, CEO 이야기 등 다양하다.

효과적으로 사내컴을 하려면, 딱딱하고 흥미를 끌지 않는 전통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벗어나 조직 내에 떠도는 실제 스토리들을 수집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경영진 및 관리자들에게 지시적이고 강의식이 아닌, 스토리텔링식 메시지 전달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습득하도록 해야 한다.

당신의 조직은 어떤 기업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가. 기업의 비전과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가. 좋은 스토리들은 우수한 조직문화를 만들지만, 그와 동시에 우수한 조직문화를 가진 조직들이 좋은 스토리를 많이 만들어낸다.

기업의 최고 책임자인 CEO와 경영진들의 기업 비전과 가치를 보여주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고객상담센터의 말단 직원들의 감동 스토리만으로는 직원들을 고무시키고 강한 응집력을 갖는 우수한 조직문화로 만들긴 어렵다. 불행하게도 최근 국내 굴지 그룹들인 CJ와 SK CEO가 언론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그 기업이 그들의 직원에게 심어주려는 비전과 가치와는 상반되는 듯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조성은

코콤포터노벨리 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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