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희 아나운서가 PR을 했다면 어땠을까
이금희 아나운서가 PR을 했다면 어땠을까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09.2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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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배려와 진정성의 힘

▲ 이금희 아나운서. ⓒ뉴시스
[더피알=강미혜 기자] 아나운서 이금희는 정겨운 진행 스타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방송인이다.

화려한 외모나 현란한 말솜씨 보다는, 차분함 속에서 그만의 수수한 매력이 돋보인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당장 시선을 잡아끄는 청자라기 보다 은은한 빛깔을 자랑하는 백자쪽에 가까운 듯하다.

며칠 전 일이다. 우연히 이금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아침마당>을 볼 기회가 있었다. 이날 초대손님은 50년 음악인생을 뒤로 하고 은퇴를 목전에 둔 가수 패티김이었다.

오는 10월 26일 서울 공연을 끝으로 1년여간 이어져온 은퇴기념 전국투어콘서트를 마무리하고, 무대와 진짜 이별하는 패티김의 음악인생을 되짚어보는 자리였다.

패티김의 화려하면서도 굴곡진 음악인생이 한창 이야기 꽃을 피우는 도중, 노래 요청이 들어왔다. 패티김의 얼굴에선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방송 전날 늦은밤까지 공연을 했고, 더욱이 이날 출연한 방송이 아침방송이라 목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

그는 혹여나 노래요청이 있을 줄 알고 사전에 프로그램 작가에게 안할 것이다 했고, 절대 할 일 없을 것이라는 확답도 받았다며 여러차례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부탁에 어쩔 수 없이(?) 노래를 불렀다.

듣기엔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노래였지만 프로로서 최고의 무대만을 보여준다는 패티김의 입장에선 부담스럽고 찜찜한 순간이었을 터. 경우에 따라선 사전 양해 없이 생방송 중 이뤄진 급작스런 요청이 게스트에 대한 무례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

분위기가 머슥해지려던 찰나, <아침마당>의 오랜 안방마님인 이금희 아나운서가 해결사(?)로 나섰다. 그는 “선생님의 노래에 정말 감동했다. 선생님께 이 노래를 꼭 들려드리고 싶다”며 화답의 의미를 담아 패티김의 노래 ‘가을을 남기고 떠나간 사람’을 부르기 시작했다. 즉흥적이면서 자발적인 노래였다.

떨리는 목소리로 정성껏 노래하는 이금희 아나운서의 모습을 보던 패티김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특유의 화려한 제스처와 힘입는 창법으로 듀엣으로 열창했다. 한사코 노래부르기를 고사하던 바로 직전 상황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방송을 보면서 이금희 아나운서가 왜 오래도록 사랑받는 방송인이자 MC로 활약하는지 그 이유를 새삼 알 수 있었다. 게스트를 배려하는 섬세함,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순발력, 거기에 노래 한 소절 한 소절에 정성을 다하는 진정성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이날 이금희 아나운서는 게스트인 패티김을 감동시킨 것은 물론, 그 자리에 참석한 나머지 패널들과 방청객, 그리고 TV를 보는 시청자에게까지 훈훈함을 안겼다.

PR인은 수많은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대면한다는 점에서 방송인과 닮았다. 또 그들과 원활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방송인과 비슷한 숙명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려심과 이해, 순발력, 진정성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덕목이다.

테크닉이 아닌 마음으로 게스트와 교감하며 방송을 이끌어가는 이금희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PR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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