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디어로 큰 세상을 움직이다
작은 아이디어로 큰 세상을 움직이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09.30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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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라이브러리] 공공크리에이터 김대호

소통라이브러리는 우리 사회의 소통문화를 새롭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자유롭게 협력하는 코너로, 이종혁 광운대 교수와 함께 진행합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문화를 창출하고 이끌어가는 숨겨진 인물들이 인터뷰의 주인공입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디자이너가 아닌데 디자인을 하고, 마케터가 아닌데 마케팅을 논하며, 환경운동가가 아닌데 에코를 부르짖는다? 공공 크리에이터로 활약하는 김대호씨 얘기다. 공적 가치가 담긴 분야에서 크리에이티브한 모든 일을 하고 있는 그에게 직업은 직(職. 일정한 범위의 직무나 그 지위)이 아닌 업(業. 하는 일)일 뿐이다. 다양한 색깔로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며 사회와 사람과 소통하는 김대호씨를 만나 열린 소통의 의미를 되짚어봤다.

     

강원도 정선의 조용했던 한 마을이 시끌시끌해졌다. 마을을 새롭게 꾸미는 일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게 되면서부터다. 마을 디자인을 주제로 주민포럼은 물론, 워크숍 형태의 교육기회도 마련된 게 여러 차례. 그 결과 마을의 작은 조형물 하나, 지명 하나에도 주민들의 아이디어 하나하나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최근 김대호씨가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전문가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는 공공 프로젝트다. 도시 및 마을 브랜딩은 시나 군에서 업체를 선정, 전문가 기획에 따라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선의 이 마을은 다르다. 철저히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 마을이 변화되고 있다.

“주민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작품에는 작가명이 해당 주민의 이름으로 새겨져요. 국내 최초 주민참여형 마을 디자인이라고나 할까요? 기존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보텀업(Bottom-up) 형태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됩니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김대호씨의 이런 활동이 “누구나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고 있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하며 “일반인들을 통해, 일상적인 것에서 가치를 발굴하는 것이야말로 열린 소통의 첫 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국내 최초 주민참여형 마을 디자인 작업을 하고 계신다고요. 해당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신지. 기획자입니까, 컨설턴트입니까?

간단히 설명하면 마을 프로젝트 기획과 관련된 일을 컨설팅하는 컨설턴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보통은 그냥 공공 크리에이터라고 불려요.(웃음) 저를 비롯해 디자이너와 마케터, 조형예술가 등 여러 전문가들이 마을을 바꾸는 일에 크리에이터로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디어를 내어놓는 주민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만요.

공공 크리에이터라는 게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흔한 직업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존에 없던 거니까요.(웃음) 크리에이터라고 하면 흔히 광고나 마케팅회사에 다니는 걸로 생각하고, 공공 영역에서 활동한다면 NGO나 시민단체를 떠올리기 쉽잖아요. 근데 전 둘 다 아니에요. 굳이 말하면 두 가지 역할이 짬뽕됐다고나 할까요? 에코(echo)를 포함한 공적 영역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사업을 하니까. 딱 이거다 하고 규정하긴 어렵지만 새로운 공공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웃음)

공공의 기반은 에코라는 생각입니다. 국제적으로 봐도, 여러 사회 문제 중 발상을 전환해 대중과 소통하는 데에 가장 활성화된 공공 영역이 바로 에코니까요. 김 선생님께서 에코 크리에이터라고 알려진 것도 그 때문일 테고요.
얼마 전 <에코 크리에이터 디자인>이란 책을 냈더니 더 그런가 봐요.(웃음) 그런데 제 생각은 약간 달라요. 흔히 에코랑 그린(친환경)과 혼동해서 쓰이는데, 에코는 사전적으로 메아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잖아요. 그에 맞게 저는 에코 크리에이터로서 환경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속에서 울림을 줄 수 있는 모든 감동적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령 제3세계 난민 돕기 등에 관한 아이디어도 포함될 수 있겠죠. 그래서 에코 보다는 공공이라는 수식어가 저에겐 더 맞는 듯해요. 공공 크리에이터라는 슬로건을 내건 사람은 별로 없지만, 사실 하는 일이 공공 크리에이터인 사람은 많아요. 광고천재로 알려진 이제석씨도 공익 디자인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있으니까 공공 크리에이터라고 볼 수 있어요. 한국사회는 대개 기능적으로 사람을 분류하는데 그 사람이 하는, 하고자 하는 지향점에 따라 그 사람을 바라봐줬으면 해요. 저 역시 사회적 기업이나 공공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라기보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여러 일을 할 수 있게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라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강원도 한 마을과 같은 공공 프로젝트는 보통 어떻게 진행되나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비슷한 철학을 갖고 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모여서 협업하는 방식이에요. 저를 포함해 디자이너와 마케터, 미술가, 조형예술가 등이 참여합니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분야별 전문가들이 서로 협력하는 네트워크 형태로 만들어나갈 생각이고요. 서로 각자의 일을 하면서 프로젝트에 임하는 따로 또 같이 전략이라고나 할까요?(웃음)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 네트워크를 통해 비즈니스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출발부터가 기존 비즈니스와는 다르다고 보이는데요. 동시에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을 듯합니다. 비즈니스의 확장성, 혹은 비전. 어디까지 바라보십니까?
제가 생각하는 소통의 첫 단계는 어마어마한 아이디어를 세상에 던지는 것입니다. 그걸 통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다음으로는 우리 모두가 한 발짝씩 뛰는 거예요. 변화를 위해서죠.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향후엔 보다 많은 사람들, 우리사회에서 전문가 집단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공 콘텐츠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사실 비즈니스적 성공이나 수익성에 대한 비전은 별로 없어요. 다만 수많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것들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아이디어 연구소 같은 곳을 꿈꾸고 있습니다.

▲ 업사이클(up-cycle)을 통해 버려진 물건이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은 사례. (위쪽부터 아래로) 폐지로 만든 지갑, 폐컴퓨터로 만든 수족관, 레코드로 만든 시계.<사진제공=김대호>
가령 학교 폭력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하면, 다양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정책홍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겠네요. 당연히 실행을 위해 협력하는 이들도 많을 테고요.

물론 다양한 전문가들, 아티스트나 디자이너, 마케터들이 참여하겠죠. 하지만 반드시 그들이 훈련받은 전문가일 필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배워서 에코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게 아닌 것처럼, 아이디어는 전문가들에게서만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능력만 있으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판을 만들고 싶습니다.

김대호씨가 공공 영역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것은 대학을 졸업하던 무렵이다. 사회에서 가치 있는 일, 착하게 돈 버는 방법들을 찾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사회적 기업인 ‘아름다운 가게’에 발을 들였고, 에코디자인 사업국장으로 일하며 버려진 물건에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업사이클(up-cycle)’ 사업을 주도했다.

2011년 11월 아름다운 가게를 떠나고부터는 기업 및 지자체 등의 공익 프로젝트 컨설팅을 비롯해 대학 강의, 단체 자문활동 등 공공 콘텐츠와 관련된 일에서 팔방으로 활약하는 중이다.

그간의 노력이 결실로 맺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시와 함께 진행한 ‘업사이클뱅크’ 사업은 내년쯤 가시화될 전망이다. 리사이클을 기반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회사들이 모인 ‘업사이클협회’도 발족한다. 또 오는 10월경엔 언론사와 손잡고 ‘그린비즈니스학교’도 시작한다.

그가 크리에이터로서 영역과 분야를 넘나들 수 있는 데에는 스스로를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로 보기 때문이다. 광고나 마케팅, 디자인 등을 기능적으로 풀어가는 게 아니라, 그 모든 것을 융합해 크리에이티브한 하나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그의 역할. 하는 일이 많다 보니 국세청에 신고 돼 있는 직업만도 5개나 된다.

이종혁 교수는 “시대가 점점 유명인 중심에서 콘텐츠 지향형으로 바뀌고 있다. PR활동 역시 대언론홍보나 캠페인 등의 획일적 모양에서 탈피해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PR로 바뀌어야 하는데, 콘텐츠를 통해 일상을 바꾸는 김대호씨야말로 새로운 PR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모범사례다”고 말했다.

지금껏 공공 소통, 공공 정책이라 하면 너무 큰 틀에서 사회적인 것들만 얘기해온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누구나 공공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된다면, 내 주변의 작은 것들, 일상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날 듯합니다.
맞습니다.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가 반드시 어마어마한 생각은 아니에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란 말도 있잖아요. 깨진 유리창과 같은 사소한 일을 계속 방치하면 나중에 그 지역이 슬럼화될 수 있는 것처럼, 거꾸로 생각해 보면 우리사회에서 소외된 곳을 조금만이라도 밝게 하면 결과적으로 어마어마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PR회사는 광고회사와 달리 AE들이 분석~전략~아이디어~실행까지 홍보활동에 필요한 모든 일을 요구받고 있는 실정인데요. 김 선생님 같은 콘텐츠 크리에이터께서 협업한다면 기능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옮겨가는, 좀 더 발전적 형태로의 PR활동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누구와도, 언제라도 협업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웃음) 일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아이디어가 필요한 분들이라면 주저 말고 연락주세요.

향후 계획은 어떻습니까?
책을 통해 에코 전문가로 알려졌기 때문인지 아직까진 에코 컨설팅 문의가 많습니다. 앞으론 에코를 포함한 사회복지, 사회정의, 공유경제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발굴해내는 말 그대로 공공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창의적인 생각들을 모아 소셜 콘텐츠, 소셜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그것들을 통해 사회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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