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종편, 누가 집어삼키든…
‘뜨거운 감자’ 종편, 누가 집어삼키든…
  •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 승인 2010.09.0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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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수익성 의문...장밋빛 아닌 잿빛 될 수도

신문·방송업계의 뜨거운 감자, 종합편성채널 선정의 윤곽이 드러났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8월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사업승인 기본 계획안을 발표했다. 신문업계는 방송 진출이 신문광고 시장의 급격한 침체를 보완할 유일한 탈출구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경쟁이 워낙 치열한데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붓고도 장밋빛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데 있다.

업계에서는 만약 종편이 2개 회사 이상 선정될 경우 수익성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한된 광고시장의 파이를 나눠 먹어야 하는데 신규 사업자가 2개 회사 이상 늘어날 경우 자칫 기존 사업자들까지 공멸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러나 종편 진출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은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역시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집권 하반기로 들어이들 메이저 신문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두리뭉실하고 모호한 계획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복잡한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최대한 종편 사업자 선정을 미루면서 언론사들의 목줄을 쥐고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나온 기본 계획안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사업자 선정방식은 일정한 기준만 통과하면 모두 선정하는 절대평가 방식과 사업자 수를 정해 놓고 점수가 높은 회사를 선정하는 비교평가 방식이 모두 나왔다. 비교평가 방식은 2개 이하를 선정하는 방안과 3개 이상 다수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결국 몇 개 회사를 어떻게 선정할 것인지, 아직까지 아무 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는 이야기다.

선정 기준 역시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다. 콘텐츠 제작 능력에 비중을 두는 방안과 재정적·기술적 능력에 비중을 두는 방안이 제시됐는데 항목마다 최대 5%까지 차이가 나 어떤 기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최소 납입자본금 규모도 3천억원으로 제시됐는데 절대평가의 경우는 이 기준만 충족시키면 되고 비교평가의 경우는 금액에 따라 점수가 차등 부여된다.

조중동, 매경, 한경, 신경전 치열

업계에서는 자본금 조달 능력을 강조할 경우 중앙일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재무 건전성을 강조할 경우 조선일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어느 신문사도 아직까지 3천억원 이상을 조달한 신문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중앙일보가 1500억원 정도를 조달했거나 약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다들 자금 조달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는 계열사인 MBN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MBN은 YTN과 함께 국내 2개 뿐인 보도전문채널이다. 이번 계획안에는 특수 관계자를 포함한 동일인이 보도프로그램 편성 채널을 2개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종편과 보도를 동시에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인데 매일경제의 경우 종편 사업자로 선정되면 MBN과 지분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첨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9월 초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9월 중순 기본 계획안을 의결한다는 계획인데 여러 신문사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 변수가 많아 올해 안에 심사계획이 확정될 지는 의문이다. 방통위는 늦어도 11월 말까지 심사계획을 의결하고 12월에는 종편 선정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아니나 다를까, 종편 진출을 준비하는 신문사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조선일보가 재무 안정성이 낮게 평가됐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드러낸 반면 중앙일보는 비교적 만족스럽다는 분위기다. 동아일보는 콘텐츠 제작능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2개 이상 복수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모습이고 한국경제는 그런 매일경제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사업자 수를 놓고도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한국경제는 1개 회사만 선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중앙일보와 매일경제는 자격만 되면 모두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개 회사만 선정해야 한다는 회사들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거나 아예 순위 안에 들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격만 되면 모두 허용하자는 회사들은 2~3위로 턱걸이를 하더라도 무조건 방송 진출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종편 사업자 선정과 관련 최대 변수는 KBS의 수신료 인상이다. KBS 수신료를 인상한 뒤 KBS 2TV의 광고를 없애고 그 광고를 종편 사업자들에게 돌린다는 시나리오가 공공연하게 떠돌았는데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중장기적으로 수신료를 인상해 KBS의 공익성을 강화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지만 최근 논의는 신규 종편 사업자들의 먹을거리를 만들어 주자는 발상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KBS 수신료 인상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종편 사업자를 2개 회사 이상 선정할 경우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어떻게든 정부가 먹을거리를 만들어주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3년 동안 1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는데 이 정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신문사는 없다.
 

 미디어, 광고환경 급변도 큰 변수

결국 정부나 신문사들이나 종편은 버리기도 아깝고 먹을 것도 별로 없는 계륵 같은 존재다. 정부는 최대한 종편 선정을 늦추면서 꽃놀이패로 활용하고 싶겠지만 신문사들의 노골적인 불만과 압력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올해 안에 대략 윤곽이 잡힐 것이고 누가 되든 특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탈락한 신문사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것도 정부로서는 벌써부터 큰 걱정거리다. 종편보다 관심은 덜 하지만 보도전문채널 역시 경쟁이 치열하다. 보도전문채널을 노리는 언론사는 국민일보와 서울신문, 연합뉴스, 이데일리TV, 이토마토TV, 헤럴드미디어, CBS, MTN 등 8개 회사다. 방통위 기본 계획안에 따르면 보도전문채널의 최소 납입자본금을 300억원으로 하고 1개 이하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과 2개 이상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 선정방식도 아직까지 확정된 바 없다.

주목할 대목은 보도전문채널을 노리는 언론사들 상당수가 이미 유사 보도전문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에 추가로 보도전문채널이 선정될 경우 탈락한 회사들은 보도 기능을 제한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보도전문채널은 문턱을 크게 낮추고 모두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보도전문채널 사업자가 늘어날 경우 유선방송사업자의 의무전송 여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업계에서는 결국 종편·보도채널의 신규 허용으로 최대수혜자는 광고대행사들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종편 허용으로 광고대행업체들은 소폭 수혜를 볼 것으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거의 영향이 없을 것으로, 기존 유선방송 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소폭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MBC나 SBS 등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이 경쟁 악화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는 건 당연한 결과다.
 
광고대행업체들은 민영 미디어렙 도입에 맞물려 신규 방송사업자가 늘어나면서 상위 등급 광고 물량이 늘어나면서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하나대투증권 송선재 연구원은"기존 광고주들이 황금시간대 SA·A 등급 광고가 늘어나면서 평균 단가가 오르는 동시에 B·C 등급 광고 단가가 인하되고 기존에 TV광고가 어려웠던 광고주의 유입을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분명한 것은 종편 선정을 둘러싼 길고 긴 여정의 끝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올해가 가기 전에 충실한 동반자였던 조중동 가운데 어느 한 곳의 손을 들어줘야 하고 탈락한 언론사의 불평과 불만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낙점을 받았다고 탄탄대로가 열리는 것도 아니다. 스마트TV 시대가 열리고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미디어와 광고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종편이라는 낡은 시스템이 과연 특혜가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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