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혼외아들보도, 묘수? 악수?
조선의 혼외아들보도, 묘수? 악수?
  • 최영택 (texani@naver.com)
  • 승인 2013.10.02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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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택의 PR 3.0

[더피알=최영택] 조선일보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보도를 둘러싸고 온 나라가 들썩인다.

“야 조선일보 세다! 검찰총장을 낙마시켰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조선일보가 악수를 둔거야. 아직도 정권의 바람잡이 노릇이라니?”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박근혜 대통령 잘 뽑았어! 두 전직 대통령이 꼼짝 못하고 미납금 다 내잖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지난 선거 때 박근혜 찍은 사람들 누구야? 저렇게 옛날 사람들 끌어다 놓고 구태정치를 하다니… 촛불시위 시작되면 나부터 나갈거야”하고 푸념하는 계층도 있다.

▲ 조선일보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연일 집중 보도하고 있다. 사진은 조선일보 인터넷판 일부 보도 화면 캡처.

채 전 총장 관련 진실여부는 유전자 검사만 하면 밝혀질 일이지만, 이로 인해 졸지에 사생활이 만천하에 알려지고 힘들게 살아갈 임모씨와 그 아들의 인권과 명예훼손은 누가 보상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남아 있다. 대학에서 언론의 자유를 배웠고, 30여년을 언론인들과 교류했지만 한국언론의 윤리의식 실종은 도를 넘어선 지경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언론의 자유와 권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이와 동시에 언론보도로 인한 역기능과 권익침해에 대한 제도적 장치도 갖춰져야 한다.
 
언론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반드시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야 하며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국가권력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 언론자유의 우월적 지위에 의해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특권을 가진 언론기관이 국가권력과 손잡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다면 언론은 존립기반을 잃고 사회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개인이기에 앞서 공인이었으며, 공인으로서 갖춰야 할 청렴과 모범이 요구된 인물이다. 이 점을 고려해 조선일보가 공인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특종차원에서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한 것인지 모르나,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에게 사실 확인과 개인의 반론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크게 아쉬운 대목이다.

또한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보도가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여러 면에 걸쳐 집중 보도된 것은 독자의 지면을 오히려 침해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독일언론의 공적책임론이나 미국언론의 공공성에 입각한 보도가 아닌, 일등 보수언론이라는 과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이번 보도로 조선일보는 신문의 힘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 준 계기가 됐다고 자평할지 모르나, 독자를 위한 특종취재라기보다 청와대와 검찰의 힘겨루기에 언론이 앞장선 꼴이 돼 진보언론은 물론 타 보수언론들로부터도 공격당하고 지식계층 독자들로부터도 매도당하는 형국이다.

특종을 위해서는 한 어린아이의 인권쯤은 유린할 수도 있다는 논리를 독자나 국민들이 용납할 수 있을까?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사실확인과 인권문제, 반론권을 충분히 검토한 후 보도했어야 할 사안을, 구태여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시기에 대대적으로 보도해야만 했을까?

정치 사회적인 복잡한 시각과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명확한 팩트 없이 연일 날카로운 펜끝으로 검찰총장을 겨냥한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는 40년 애독자인 필자에게도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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