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로 세계와 논스톱 ‘소통’
전용기로 세계와 논스톱 ‘소통’
  •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 승인 2010.09.0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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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SK·현대차·한진 이어 한화 가세

호화사치품 쯤으로 여겨지던 그룹 전용기가 글로벌 경영시대에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전용기는 오지비행, 퀵턴비행, 장거리 비행 등 전용기만이 가진 장점을 통해 해외 경영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9월에 한화그룹이 전용기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전용기를 통한 글로벌 경영은 국내 기업에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전용기 활용 실태를 들여다 봤다.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LG상사 구본준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천연가스 사업을 진행 중인 투르크메니스탄 아쉬하바트를 다녀왔다. 이 지역은 민간항공을 이용할 경우 2일 이상 소요되는 거리지만 LG 전용기를 이용해 8시간 만에 논스톱으로 도착했다. 또 구 부회장은 조림사업을 위해 파푸아뉴기니 등 2번 이상 비행기를 갈아타고 2일 이상 소요되는 오지 지역에도 전용기를 이용해 간편하게 업무를 보고 돌아왔다. 이처럼 해외 일정이 바쁜 CEO들에게 전용기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 ‘퀵턴’
최근 몇 년 사이 대기업 그룹들이 앞다퉈 전용기를 도입하면서 본격적인 전용기 경영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10~20명이 탑승 정원인 자가용 비행기는 긴 활주로가 확보되지 않은 작은 공항에도 이착륙이 가능하다. 게다가 원하는 시간에 바로 운항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오래 전부터 중동의 왕족, 세계적 기업의 총수, 프로 운동선수 등 갑부들이 애용해 왔다. 이처럼 부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이면 때문에 국내의 경우는 최근까지만 해도 기업에서 전용기를 도입하면 일부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던 것이 사실.하지만 글로벌 비즈니스가 기업의 생존 방향이 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그룹 총수 및 CEO 등 비즈니스의 핵심 기업인들에겐 시간이 바로 생명인만큼 전용기 보유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더 부각되고 있다. 전용기를 보유한 그룹들이 늘고 있다는 건 그만큼 각 기업마다 글로벌 비즈니스가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전환하고 있고 속도전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LG 전용기, 2년간 지구 25바퀴 돌아…中, 유럽, 북미 순
최근 LG그룹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LG 전용기는 2008년 5월 첫 비행을 시작한 이후 2년 동안 1100시간, 100만Km(62만 마일)를 운항했다고 한다. 지구 25바퀴를 돈 거리다. LG 전용기가 2년간 가장 많이 오간 지역은 중국, 유럽, 북미 순이다. LG 해외매출의 30% 이상이 발생하는 중국이 방문횟수가 가장 높았다. 중국 45회, 유럽 40회, 북미 30회. 전용기 이용 실태를 보면 남용 LG전자 부회장 24회,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 15회,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11회,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9회 등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계열사 CEO들의 이용빈도가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 7월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시에서 열린 LG화학 전기자동차용 배터리공장 기공식 참석을 위해 김반석 LG화학 부회장과 함께 전용기를 이용했다. 총 이동시간만 20여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지만 전용기를 이용해 13시간 만에 도착했다. 구 회장은 본인보다 직접 해외사업을 챙겨야 하는 계열사 CEO들이 전용기를 더욱 활발하게 이용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LG그룹이 올해 사상 처음 해외 매출 1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LG는 전용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이는 LG 전체 매출 목표 135조원의 75%에 해당되는 규모. 이처럼 LG의 글로벌 경영이 점차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CEO들의 해외 현장경영 또한 활발해 지고 전용기의 효율성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전용기 아닌 업무용 비행기”
삼성그룹은 국내에 전용기를 도입한 첫 기업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8월 14일 싱가포르 2010 유스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홍라희 여사와 함께 전용기를 이용해 다녀왔다. 또 지난 2월 캐나다 밴쿠버와 4월 유럽 출장시 전용기를 이용해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최근 해외 출장이 잦은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나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등의 탑승 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8월초 2주간 미국 시장내 3D TV와 스마트폰 ‘갤럭시’ 등 전략제품 판매 현황 등 현지 사업 점검을 위해 전용기를 탔다. 또 9월에는 독일 가전전시회 IFA 행사 참관 및 유럽지역 현장 점검 차 베를린으로 출장을 다녀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독일 출장에는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윤부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신종균 무선사업부장 사장, 신상흥 삼성전자 구주총괄 부사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 및 임직원이 동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그룹 전용기는 삼성 임직원이면 직급에 상관없이 8명 이상 출장이면 누구나 탑승이 가능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대부분 사장단 이상이 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그룹 전용기의 운항이 늘면서 비행기의 공식명칭도 아예 ‘업무용 비행기’로 바꿨다.

현대기아차, 전용기로 글로벌 경영 잰걸음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지난해 9월 현대차 유럽공장이 있는 체코를 방문한데 이어 올 2월에는 미국 조지아공장 준공식, 3월에는 러시아 공장을 전용기를 통해 다녀왔다. 4월에는 상하이엑스포에 설영흥 부회장, 김용환 부회장과 함께 참관해 전기차를 타고 엑스포장을 직접 돌아보기도 했다. 또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 및 생산법인과 디자인센터의 각종 현안을 직접 챙기기 위해 지난 7월 전용기에 올랐다. 정 회장은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 위치한 주지사 공관을 방문, 밥 라일리(Bob Riley) 앨라배마 주지사와 만나 앨라배마 공장 30만대 생산체제 달성에 따른 상호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돌아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지난 8월 21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9월 체코 공장 준공식부터 정 회장이 정 부회장에게 유럽시장을 일임시키면서 유럽지역의 모든 모터쇼와 준공식 등에는 정 부회장이 직접 참관하고 있다. 또한 중국시장을 정 부회장이 직접 챙기면서 그만큼 전용기 이용 횟수 또한 잦아졌다.

SK, 전용기 타고 중국·중남미 ‘올인’
전 계열사가 중국 공략에 몰두하고 있는 SK그룹도 임직원들의 전용기 이용이 부쩍 늘었다. 최태원 회장은 올들어 SK전용기를 이용한 중국 방문 횟수만 7차례가 넘는다. 지난 7월 출범한 SK차이나 설립을 위해 그야말로 전 경영진이 출근하다시피 중국 방문이 잦았다. 최 회장은 6월에는 중남미 자원 부국인 페루를 전용기를 이용해 다녀왔다. 5일 동안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을 비롯, 고위 관계자들과 페루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에너지 업체 대표들을 만나 자원개발 사업 확대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날아가 헌트오일 등과 합작으로 건설한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 준공식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이처럼 대기업들의 전용기 활용이 높아진 것은 그만큼 전용기의 장점이 크기 때문. 첫째로 전용기를 이용하면 비행 후 비즈니스 일정이 끝나자 마자 즉시 귀항하는 ‘퀵턴’ 비행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10시간 비행해 목적지에 도작한 후 끝나는 즉시 다시 10시간을 비행해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국내와 해외에서 중요한 업무가 하루 간격으로 발생하더라도 아시아지역 대부분은 하루 출장으로 끝나고 귀국해 정상적으로 국내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전용기만의 큰 장점이다. 두번째 장점은 해외 도시들을 곧바로 연결하며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다는 점. 전용기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두바이를 거쳐 일본을 방문하고 바로 김포공항으로 돌아올 수 있다.
LG전용기의 최장거리 비행 사례는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유럽 스페인, 아프리카 남아공, 아시아 일본 등 6개국을 차례로 방문하며 업무를 보고 돌아온 경우다. 비행 총 시간은 63시간. 민항기를 이용했다면 공항 대기시간과 비행시간 등 총 이동시간만 해도 1주일은 걸렸을 만한 거리다. 그 외에도 운항 중 회의 등 업무추진이 가능하고 출장 계획 수립과 일정변경 대응 등이 용이하다. 또 전용기 별도의 터미널 사용이 가능하고(국내는 김포공항) 목적지 인접공항으로 운항이 가능함에 따라 시간을 절약할 수있다. 전용기를 통한 기업이미지 제고와 고객 서비스의 고급화된 지원 등도 글로벌 비즈니스 품격 향상 측면에서 큰 장점으로 꼽힌다. 삼성그룹의 모 임원은“시간이 곧 돈인 상황에서 업무용 비행기의 효용은 상상 이상”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도 9월부터 전용기 보유
한화그룹은 지난 8월초 보잉사의 B737-700기를 구매, 이르면 9월말부터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화는 국토해양부에 전용기 수입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며 조종사와 정비사 승무원 등을 모집 중이다. 한화그룹이 도입을 추진 중인 기종은 보잉 B737-700 기종을 개조한 비즈니스 전용기 BBJ로 140인승인 여객기를 개조해 20명(조종사, 승무원 포함)이 탑승할 수 있다. 기내 무선 인터넷이 가능하며 좌석은 일반 여객기의 퍼스트클래스급이라고. 중고모델인 이 비행기의 구매가는 약 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가 전용기 도입을 결정한 배경에는 연초부터 김승연 회장이“필요하다면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며 글로벌 경영 영토 확장의 선봉에 서겠다”고 천명하면서 글로벌 경영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한데 따른 결과다. 김 회장은 “획기적인 미래 수익원을 창출할 해법만 구할 수 있다면 지구촌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각 대기업들이 보유 중인 전용기는 먼저 삼성은 지난해까지 정원 18명의 보잉 737-700(BBJ2) 1대와 13명 정원의 글로벌 익스프레스(BD 700 1A10) 2대 등 총 3대를 보유했으나 이중 2000년에 구매한 글로벌 익스프레스 1대를 작년말 매각했다. 사실 비즈니스 전용기를 국내 처음 도입한 곳은 삼성이다. 1996년 프랑스 닷소사의 소형 비즈니스 제트기 팔콘을 사들인 것. 이후 삼성은 팔콘을 매각하고 캐나다 봄바르디어사의 글로벌 익스프레스 2대(2000년, 2006년 각 1대 구매)로 대체했다. 또 2006년 구입한 BBJ1은 2008년 4월 BBJ2로 교체했다. 삼성 전용기의 소유사는 삼성테크윈이다.
캐나다 봄라르디어사의 글로벌익스프레스는 최대속도 마하 0.85, 항속거리 1만1390km로 가격은 약 5000만달러 정도. 도요타 모터즈, 드림웍스 유니버셜, 다임러 크라이슬러 등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전용기로 활용하고 있다. 보잉 BBJ2는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전용기로도 잘 알려져 있다. 보잉 B737을 18인승으로 개조한 BBJ2는 침실, 첨단 회의실, 집무실 등을 갖춘 한 마디로 ‘날아다니는 사무실’로 통한다. BBJ2 가격은 약 9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2월 삼성과 같은 보잉 737 1대를 구매했다. 100인승 보잉 737-700을 18인승으로 개조한 BBJ2는 보조연료 탱크를 사용하면 서울에서 미국 본토까지 논스톱 비행이 가능하다. 항속거리만 1만1482Km다. LG는 14인승 규모의 미 걸프스트림사 비즈니스 제트기 G550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용기 소유사는 LG전자로 운항과 정비를 맡는 10여명으로 구성된 전용기팀을 운영하고 있다. 2008년 5월 들여온 걸프스트림 G550(2003년식) 역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기 기종. 걸프스트림 G550은 마하 0.8, 항속거리 1만2501Km에 달한다. SK는 지난해 4월 그룹 전용기를 들여왔다. SK전용기는 LG와 같은 걸프스트림사가 제작한 G550 기종(14인승). 가격은 500억~550억원 정도로 조종사와 승무원 등 스탭 인력 4명 정도를 제외하면 1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소유사는 SK텔레콤.

대한항공, 임대 전세기 걸프스트림 운항
대한항공도 걸프스트림사가 제작한 14인승 G-Ⅳ 제트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로 임대사업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1994년 도입한 이 전세기는 조중훈 전 회장이 사용한 기종.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자체 보유한 비즈니스 특별기인 컬프스트림(G-Ⅳ)은 현재 국내 대기업 CEO, 유명 연예인 및 스포츠 스타 등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기종은 타이거 우즈가 사용하는 전용기와 같은 기종이며 세계 50대 그룹 중 9곳이 보유하고 있다. 작년 KBS가 방영한 드라마 ‘꽃 보다 남자’에서 넘녀 주인공이 친구들과 호화 자가비행기를 타고 외유를 떠나는 장면에 나왔던 비행기가 대한항공의 전세기 걸프스트림 G-Ⅳ다. 기내에 위성전화와 회의 및 집무용 탁자, 갤러리 시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최대 비행거리는 7천267Km다. 전용기 임대 가격은 운항시간 당 약 450만~500만원.
이와 함께 대한항공은 지난 5월 미국의 프리미엄 비즈니스 제트기 서비스 업체인 플렉스젯(Flexjet)사와 제휴를 맺고 미국내 5000여개 공항으로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플렉스젯 커넥트’ 사업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LA, 시카고, 뉴욕 등 미국 10개 도시를 취항하는 대한항공 정기 항공편을 이용해 미국에 도착,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플렉스젯 전용기를 이용해 탑승자가 원하는 곳으로 바로 연결해 주는 특별 맞춤형 서비스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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