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환자, ‘친해지길 바래~’
의사와 환자, ‘친해지길 바래~’
  • 이미진·유혜영·김서연 (admin@the-pr.co.kr)
  • 승인 2013.10.0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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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커뮤니케이션닥터] 親환자적 의료 서비스

[더피알=이미진·유혜영·김서연] 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고, 인공 장기가 인체의 심장이나 고막을 대신한다. 일부 의료기술은 향후 50년간 큰 변화가 예측되지 않는다고 평가될 정도로 의료기술과 수준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신뢰도 역시 날로 두터워지고 있다. 지난해 <청년의사>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문지식 및 기술을 갖춘 전문직 종사자 중 가장 신뢰받는 직군이 의료진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그렇다면 실제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까? 최고조에 다다른 의료기술과는 달리, 권위적 의료 프로세스 및 커뮤니케이션은 의료서비스 만족도를 낮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어린이 환자들의 거부반응을 줄여주는 기린 모양의 이동형 엑스레이 장비 ‘모빌렛 미라’.(지멘스 헬스케어)
가까운 주변만 둘러봐도 의료진이나 병원직원의 불친절함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병원들은 진료 회전율을 고려해 환자의 고충에 대해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아 ‘30분 대기 3분 진료’라는 오명을 안기도 한다.

지난해 한 연구에 따르면 의료의 질 외에도 의료 환경을 포함한 의료서비스의 만족도가 암환자들의 치료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병원가와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치료행위와 더불어 환자들에게 보다 만족스러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인형청진기, 기린엑스레이 등…눈높이 의료커뮤니케이션 활발

병원을 방문하는 어린이들의 대부분은 익숙지 않은 소독약 냄새와 각종 장비들로 인해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렇게 어린이들이 병원을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할 경우 의료진과 보호자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어린이들의 공포를 줄여주는 친환자적 노력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제너럴닥터’의 김승범 원장은 아이들을 위해 인형 청진기를 개발했다. 차가운 청진기를 가슴팍에 대면 울음을 터뜨렸던 아이들은 이제 청진기가 숨겨진 인형을 껴안고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닌 채 진료를 마친다.

뿐만 아니라 움직임이 많은 어린이들의 경우 엑스레이 촬영 시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의료기기 회사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세계적인 의료장비 회사 지멘스 헬스케어는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해 목이 긴 엑스레이 장비를 기린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이 장비는 엑스레이 촬영 시 어린이 환자들의 거부 반응을 없애 검사시간을 단축하고 정확한 영상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환자, 의사와의 ‘교감’ 원해

병원을 찾을 때 환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단연 의료기관의 진료 능력이다. 환자의 질환을 잘 낫게 하는 것이 의료서비스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반대로 환자들의 의료서비스 경험을 방해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 유방암 검진의 심리적 부담감을 줄여주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분홍빛 조명을 넣어 디자인한 유방 촬영기 ‘맘모맷 인스퍼레이션 프라임 에디션’.(지멘스 헬스케어)
환자들의 경우 짧은 진료 시간과 의료진의 권위적 태도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나타냈다. 환자들은 치료뿐만이 아니라 의료진과의 인격적인 교감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진이 바쁜 일정 중에 모든 환자와 교감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병원가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의료진의 진료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을 시작했다. 최근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서 진료 시 의료진에게 필요한 응대내용을 시뮬레이션화해 진행한 ‘신뢰받는 의사의 하이터치 커뮤니케이션’ 강좌가 대표적 사례이다.

이러한 노력은 의료진들이 환자와 공감하며 질 높은 진료와 더불어 친환자적 헬스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평가된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의료진들로 하여금 더욱 효율적인 진료를 가능케 했고, 환자는 이전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경험하게 되므로 병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 있는 ‘병원 코디네이터’

친절한 의료진이라 할지라도 의학적 내용을 환자들에게 쉽게 설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또한 유능한 성형외과의라도 환자의 고민을 심적으로 이해하거나 수술 후의 심리적 부담감에 대해 공감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의료진과 환자간의 커뮤니케이션 갭(gap)을 연결하기 위해 최근 ‘병원 코디네이터’가 활성화 되고 있다.

의료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일반화된 병원 코디네이터는 1994년 미국의 병원경영 사례를 벤치마킹한 한 치과병원에 의해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과거에는 병원이 의료 기술에만 의존해 환자를 유치했지만, 심리적 욕구가 발달한 현대에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궁금증과 심적 안정감을 중요시 여기게 된 것이다.
 
실제 최근 병원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비만클리닉 등을 중심으로 병원 코디네이터를 두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한편으로는 영업능력이 강한 병원 코디네이터로 인해 비싼 시술을 강요받게 된다는 불만도 있지만, 환자들은 병원 코디네이터와의 상담을 통해 의료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습득하고 심리적 만족감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현장인터뷰  벧엘피부과 신재희 서비스 매니저
“서비스 매니저는 병원과 환자의 ‘중간고리’”

병원에서 서비스매니저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흔히 ‘코디네이터’라고 알려진 병원의 서비스매니저는 접수, 수납, 예약관리 등 일반적인 행정업무와 함께 병원 직원 및 환자 관리와 서비스 기획을 아울러 담당합니다. 확장적·포괄적 개념의 병원 서비스 인력이라 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행정, 간호, 피부관리, 안내 등 10여년 동안 피부과 업무를 수행한 이력을 바탕으로 병원 내부에서 일정 기간 훈련을 거친 뒤 이 직책을 맡게 됐습니다. 서비스매니저의 역할과 기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병원과 환자를 잇는 의미 있는 중간고리’라 말하고 싶어요.
서비스매니저는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환자의 유전적, 생활적, 혹은 심리적 요소에 기인한 질환의 발생 원인을 파악해 의료진과 환자에게 전달합니다. 이를 통해 환자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질환 관련 궁금증을 해소하고, 증상이나 치료에 대한 개인적 의사를 표출할 기회를 갖게 되지요.
또 의료진은 진료시간 동안 파악한 환자의 상태와 환자가 상담에서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더욱 구체화된 환자 정보를 마련하게 됩니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서비스매니저와의 상담을 통해 ‘최선의 치료’ ‘최상의 의료서비스’에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죠.

서비스매니저가 환자와의 소통에 미치는 긍정적 기능은? 

환자와의 정서적 교감이 가장 큰 것 같아요. 피부과 질환들은 생활습관이나 심리적 어려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특히 많은데, 이러한 환자의 개인적 상황들은 의료진과의 면담에서 완벽히 전달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매니저와의 상담은 환자의 치료의지 및 심리행동 변화를 독려해 치료효과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요. 환자가 병원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실제 치료효과가 뛰어나다 할지라도, 그렇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피부 콤플렉스로 인해 대인기피증이 생긴 사춘기 환자를 상담한 적이 있어요. 상담 초기에는 환자가 얼굴조차 마주하려 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간을 두고 개인적인 안부와 생활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유대관계를 형성해 나갔고, 마침내 환자의 증상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밝고 건강해져 가는 모습을 보며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매니저와의 상담을 비롯해 병원 내 친환자적 소통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개선·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때때로 서비스매니저의 역할이 단순 비용상담자로 여겨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매니저는 의료서비스 전문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 지식과 풍부한 병원 서비스 경험을 필요로 하는 직업입니다.
서비스매니저가 제공하는 안내 및 상담이 환자와 병원 모두에게 가장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서비스 영역인 만큼, 서비스매니저에 대한 개념 및 인식이 제대로 정립되는 것만으로도 환자가 누리는 의료서비스의 영역은 훨씬 확장될 수 있을 거예요. 서비스매니저는 환자를 위한 개인적이면서도 전문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환자들이 보다 나은 치료를 받고 보다 높은 효과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비스매니저 스스로도 환자를 대할 때 “남이 아닌 내 가족, 내 친구라면 어떤 조언을 하며, 어떤 치료를 권할 것인가?”를 늘 염두에 두고 상담에 임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더 커뮤니케이션즈 엔자임

이미진 팀장, 유혜영 컨설턴트, 김서연 컨설턴트(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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