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광고에 회장의 숨결 메시지가 담겼다
그룹광고에 회장의 숨결 메시지가 담겼다
  • 박재항 (admin@the-pr.co.kr)
  • 승인 2013.10.1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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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의 C.F.] 김태희를 밀어낸(?) 사막의 모래바람

칼럼명인 C.F는  커머셜 필름(Commercial Film)과 기업 파일(Corporate File)의 중의적 표현입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기업의 ‘비밀파일’을 뽑아내며 브랜드 전략을 읽어가고 있습니다.

[더피알=박재항] 사무실에 뱀이 들어왔을 때 기업별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대처 방안은 오래 전부터 우스갯소리로 회자돼 왔다. 지금도 새로운 사건이나 상황을 수용해 탈바꿈하며 강연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필자도 2005년 이래 몇 차례 이 소재를 강연에서 사용했다. 보통 강연하러 간 기업을 집어넣고, 한국의 대표적인 3~4개 그룹을 예로 들어 기업브랜드가 표현되는 사례로 얘기하곤 했다.

이 가운데 소재가 되는 기업 군에 한화그룹이 있다. “한화그룹 사무실에 뱀이 들어오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회장님께 알리고 회장님의 조치를 기다린다”라는 답변이다. 약간 다른 형태도 있긴 하지만 모두 회장님께서 직접 나선다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친밀하게 부드럽게

사실 한화는 이전부터 그룹 최고경영자인 회장을 중심으로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김승연 회장도 자신이 20대 어린 나이에 그룹의 총수가 되면서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말투에서부터 작은 제스처에 이르기까지 무게를 실으려 노력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 해 배임혐의로 구속된 이후 재판 과정에서는 “회장은 신의 경지이고 절대적인 충성의 대상”이라는 한화 내부 문건이 공개됐는데, 이는 기존 김승연 회장과 한화그룹의 이미지를 굳히는 데 일조를 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한화그룹 자체가 화약이라는 소비자들과 거리가 있는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업종으로 출발, 그런 사업들이 주조를 이뤄서 대중적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갖기 힘든 측면도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한화에도 소비자 대상 업종이 꽤 있었다. 소비재를 다룬 계열사로 대표이사가 직접 광고 모델로 나서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한국프라스틱이 있었고, 유공과 호남정유에 한참 뒤지기는 했지만 경인에너지 주유소가 거리 곳곳에 자리했다.

여기에 2002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을 인수하면서는 소비자 접촉 네트워크를 한껏 넓혔다. 그러나 그룹 회장 관련 사건이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60년에 걸친 그룹 역사가 만들어낸 남성적 이미지를 탈바꿈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보인다.

그래서 부드럽고 친근한 기업(그룹) 이미지 생성을 위해 톱탤런트 김태희를 광고모델로 내세웠건만, 요즘 세상에 드물게 안티의 존재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슈퍼스타로도 기업 이미지 쇄신에는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게 광고계 평가이다.

두 가지 실체에 집중

한화그룹은 지난해 10월 김태희 씨와 광고모델 계약을 한 후 그 다음 달인 11월과 올해 2월에 그룹 내부에서 ‘내일의 해’라고 명명된 캠페인의 일환으로 총 3편의 그룹광고를 선보였다.

첫번째 오프닝은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광고계 용어로 전체 기조를 잡는 ‘뚜껑’ 광고였다. 이어 ‘태양광’ 편에서는 한화그룹의 사내방송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독일의 큐셀 기업을 인수하며 세계적인 태양광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한화의 미래 비전’을 보여줬다. 이어 올해 2월에는 ‘제 2의 중동신화를 일궈낸 글로벌 한화’의 모습을 담은 이라크 신도시 건설 현장에 김태희 씨가 직접 날아가 소개를 했다.

▲ 한화그룹은 올 초까지 선보인 톱탤런트 김태희를 얼굴로 한 광고(아래)에서 탈피해, 최근엔 ‘도전’을 테마로 이라크 신도시 건설을 소재로 한 새 그룹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이 미래의 두 축을 태양광과 해외건설로 압축했음을 보여준다. 최소한 그룹의 이미지를 이끌고 갈 대상으로 한화큐셀로 이름을 바꾼 세계적인 태양광기업과 88억달러(한화 약 9조8000억원)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이라크 신도시 건설이라는 실체를 가진 두 사업분야를 택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 둘을 슈퍼스타를 활용해 친근하게 전달하려 했다.

그룹광고 이외에도 김태희 씨는 직접 소비자를 겨냥한 한화생명과 한화투자증권 등의 광고에서 친근한 모습을 선보였다.

그런데 올해 4월 모델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6개월의 단발성 계약으로 그친 것이다. 그래서 한화그룹이 소비자에 대한 친근함과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묵직함이란 두 가지 추구점에서 후자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필자는 유추했다.

지난 9월 초부터 집행되기 시작한 한화그룹의 새 그룹광고와 이어진 일련의 홍보활동을 보면 이같은 유추가 그리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함께 멀리, 도전’ 캠페인으로 가장 먼저 선을 뵌 ‘도전’편은 한화의 이라크 신도시 건설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소재로 김태희 씨가 모델로 나섰던 2월의 광고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황량한 사막에 도시를 건설하는 대역사이기에 ‘도전’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연인원 55만명이 투입되고, 100여 중소기업이 참여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내일을 키우는 에너지’란 한화그룹의 슬로건으로 마무리하기 직전에 자막과 내레이션으로 나온 핵심카피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가능성/ 우리 모두의 도전으로 창조해 갑니다’였다. ‘창조경제’에 동참해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는 점을 힘주어 강조한 것이다.

‘Let them talk’ 하게 하라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2011년 그룹 창립 59주년에 100년 기업을 도모하며 김승연 회장이 발표한 ‘혼자 빨리보다 함께 멀리 가겠다’는 그룹의 사회공헌철학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와 올해 초만 해도 한화그룹의 광고와 연계해 김승연 회장과 그가 주창한 사회공헌철학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뭔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일까?

새로운 한화그룹 광고가 방영되기 시작한 5일 후에 한화그룹 관련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태양광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화큐셀의 대표가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독일의 큐셀을 인수할 때 20~30%에 그쳤던 말레이시아 공장의 가동률이 90%를 넘었다는 것을 발표하며, 태양광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태양광사업이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그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존재로서 그룹 회장이 수감 중이라 겪는 어려움을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새로운 광고의 방영에 이어 PR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한 것은 바람직한 움직임이었다. 특히나 기업 브랜드와 관련한 활동은 다양한 채널을 활용, 전방위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이라크 신도시 건설과 태양광사업이라는 선 굵은 두 가지 사업으로 초점을 좁힌 것도 긍정적이다. 그런데 작금의 사정이야 이해가 되지만, 특수 상황에 처한 그룹 회장을 직접적으로 전면에서 언급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낫지 않았나 생각한다.

광고나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향한 도전과 열정을 얘기했을 때, 정말 그룹 사람들이 전달하고 싶은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전달이 된다. 홍보에서 최고의 경구 중 하나로 말하는 것처럼 충분히 ‘렛 뎀 토크(Let them talk. 다른 사람들이 말하도록)’하게 할 수 있다.


박재항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미래연구실장
前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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