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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커피’로 작은 브랜딩의 진수를 볶다
‘진짜 커피’로 작은 브랜딩의 진수를 볶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10.28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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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라이브러리] 이윤정 (주)노아스 대표

소통라이브러리는 우리 사회의 소통문화를 새롭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자유롭게 협력하는 코너로, 이종혁 광운대 교수와 함께 진행합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문화를 창출하고 이끌어가는 숨겨진 인물들이 인터뷰의 주인공입니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한 집 걸러 커피전문점이라고 할 정도로 커피는 우리 일상이 된지 오래다. 그래서일까. 커피 한 잔이 주는 여유보다 커피 한 잔 값에 더 신경이 쓰이고, 커피 맛을 즐기기보다 대화를 위한 수단으로의 커피에 더 익숙해졌다. 이윤정 (주)노아스 대표는 이런 소비성 커피문화에 제동을 걸고 한적한 동네에서 커피 볶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날, 부드럽지만 진한 ‘진짜 커피’ 향을 풍기는 그를 만났다.


연희동의 한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은근한 커피 냄새에 발걸음이 멈춰진다. 이윤정 대표가 운영하는 ‘노아스로스팅’이 냄새의 근원지다. 10평 남짓의 작은 공간. 눈에 띄는 간판이나 눈길 끄는 장식은 없다. 커피 로스팅과 블랜딩 머신 소리, 바리스타 네 명의 분주한 움직임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스스로를 ‘커피공장장’이라고 소개하는 이 대표는 기본에 충실한 커피를 만들기 위해 홍대를 벗어나 1년 전 연희동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커피를 만드는 이가 번잡한 장소에서 부대끼다 보면 커피 고유의 맛을 놓친다는 일종의 깨달음이 있었다.

커피를 볶고 내릴 땐 정해진 블랙의 유니폼을, 빵을 반죽하고 구울 때는 화이트의 블라우스를 입는다. 격식과 정성을 갖춰야 맛도 풍부하다는 신념에서다.

일관된 커피 맛을 위해 숍 형태의 전문점도 (주)노아스란 법인으로 바꿔달았다. 그렇게 1년여 간 진짜 커피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지내다 보니 어느새 노아스란 이름도 꽤 알려졌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노아스의 새로운 시도가 “너무 익숙하고 일반화돼 어쩌면 식상하기도 한 커피라는 소재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면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커피와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테이블 2개의 매장에 바리스타만 4명, 대표님까지 합치면 5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인력 과잉이라고도 생각되는데…(웃음) 굳이 많은 바리스타와 함께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주변 분들도 혼자 뚝딱뚝딱 꾸려가도 충분할 매장 사이즈에, 무슨 5명이나 붙어서 복작거리냐고 간혹 물으세요.(웃음) 근데 한 번 둘러보세요. 다들 정말 쉴 틈 없이 없잖아요? 이 공간에서 손님에게 커피가 나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손수 하려면 각자가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 원두추출팀과 로스팅파트가 따로 있긴 하지만 남는 손이 있으면 누구라도 언제든 두 팔을 걷어붙입니다. 여기에 손님 개개인의 기호나 성향 등을 기억해서 맞춤형으로 응대하려고 애쓰고 있고요. 대다수 손님들이 자신의 커피 기호를 기억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즐거워하십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다섯 명도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에요.

왠지 수익성이 별로일 것 같습니다. 커피를 팔기보다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커피맛을 고집하는 데에는 그만큼의 남다른 철학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에게 커피란 여유인 동시에 위로입니다. 그래서 상호명도 히브리어로 위로란 뜻의 ‘노아’를 따 노아스라고 지었고요. 요즘 커피 문화를 보면 커피는 넘쳐나는데 진짜 커피 맛은 오히려 사라지는 것 같아요. 만드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마시는 사람도 전부 마음이 분주해서죠. 그래서 노아스만큼은 천천히, 기본을 간과하지 않으면서 정도를 걸어보자 생각했어요. 진짜 커피다운 커피를 음미하도록 커피문화를 바꿔보자고요.
 
유동인구가 워낙 적어 인건비나 임대료 대기도 빠듯하지 않나요? 아무리 여유를 찾는다고 해도 굳이 이렇게 한적한 동네에 커피점을 연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연희동에 앞서 홍대앞에서 ‘카페드노아’라는 이름을 내걸고 커피전문점을 운영한 적이 있어요. 겉으론 꽤 성공적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커피를 팔기만 하지, 커피를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커피라는 상품과 가게를 알리는 홍보·마케팅에만 너무 신경을 썼던 것이죠. 커피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장소로 옮길 것을 결심했고, 그 곳이 연희동이 됐습니다.

커피다운 커피를 위해 포기한 것도 많으셨을 텐데요.

음… 우선은 돈?(웃음) 홍대시절 사업이 잘되다 보니 프랜차이즈로 크게 성장할 기회도 있었고, 연희동에 와서도 큰 회사로부터 M&A를 제안받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나 이윤을 쫓기보다 커피라는 본질을 놓치고 싶지 않아 거절했습니다. 이 마음을 지키는 데에는 물론 우리 직원들의 인내와 희생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고요. 사실 연희동으로 이사 오면서 직원들에게 당분간 흩어져서 일하자고 했습니다. 월급을 제대로 줄 수 없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직원들이 어려워도 같이 하고 싶다는 뜻을 먼저 전해왔고, 자리 잡힐 때까지 월급을 절반만 받는다는 조건 하에 다같이 일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월급을 반만 주고 있는데, 직원들 누구 한 사람 불평불만 없이 열심히들 일해주고 있어요.

여유를 가지면서 직원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커피에 대해 깊이 연구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점에서도 연희동은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커피에 대한 철학과 가치를 훼손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해요. 홍대 시절엔 너무 복잡하고 바쁘기만 해서 입을 닫고 말을 잘 안하게 됐는데 지금은 부쩍 표정이 밝아지고 수다스러워졌다고들 해요. 기분 좋은 일이 많아지다 보니 이 공간이 우리에게 ‘허락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 감사합니다. 단순한 커피매장이 아닌, 로스팅공장이 필요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정말 좋은 공간이 허락된 것 같아요.(웃음)

▲ (주)노아스 내부. 이윤정 대표가 빵을 만드는 곳(왼쪽)과 커피내리는 곳.

노아스의 커피 철학은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마케팅PR의 모습과 닮아 있다. 흔히들 마케팅PR이라고 하면, 글로벌 기업이나 큰 기업들이 시도하는 매스마케팅을 벤치마킹하곤 하는데, 지역(작은 동네)에 기반을 두고 고객과 일대일로 대면하는 노아스의 ‘관계마케팅’이야말로 화려한 껍데기에 둘러싸인 기존 마케팅PR보다 훨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종혁 교수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대부분 엄청난 자본을 들여 이미지로 소구하는 전략을 취하는데, 영세한 커피전문점마저도 그런 대형 자본의 마케팅활동을 흉내내고 따라하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하면서 “작은 브랜드는 작은 브랜드에 걸맞게 정확한 자기 철학을 갖고, 그에 기반한 브랜딩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스(mass)는 매스대로 대규모 자원을 동원한 이미지 커뮤니케이션을 펼쳐나가되, 반대편의 내로우(narrow)는 아기자기한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것. 이 점에서 고객과의 접점에서 관계마케팅을 펼치는 노아스의 노력이 귀감이 된다.

작은 브랜딩 활동은 자영업자의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골목상권 문제 해결에도 열쇠가 될 수 있다. 작은 가게들이 지역사회, 동네문화에서 살아남으려면 노아스와 같은 자기만의 색깔, 경영철학을 갖는 게 중요하다.

▲ 이윤정 대표와 노아스의 바리스타들.
커피를 잘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커피를 통한 문화·소통활동에도 적극적이라고 들었습니다. 커피콘서트를 하신다고요?

커피콘서트는 인천시와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 인천시가 시민복지 차원에서 매달 게스트를 초대해 문화공연을 개최하는데 저희가 커피를 제공합니다. 사실 회사 입장에선 커피 머신을 들고 바깥을 나간다는 게 다소 번거롭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은 공연을 보면서 좋은 커피까지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커피업계의 사회적 책임 의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현재 저희도 기아대책본부와 손잡고 멕시코에서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온 유기농 커피를 가공해 판매하고 있어요. 흔히 NGO 등 시민단체는 좋은 일에 동참하자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커피맛으로 승부해서 좋은 일에 동참을 유도하는 쪽을 택하고 있습니다. 기아대책은 유기농 커피를 많이 파는 게 중요하고, 저희는 저희 커피맛을 알리는 게 중요하니까 각자의 목표를 맛으로 충족시켜 나가고자 하는 것이죠. 판매자와 소비자에 모두 득이 되는 방향을 고집한 결과, 점차 소문이 나서 요즘엔 여기저기서 판매 문의가 꽤 들어옵니다.(웃음)

커피를 만드는 업에 대한 애정과 긍지가 대단하신데요. 커피 공장장이로서 향후 계획을 말씀해주신다면. 

노동자이다 보니 앞으로도 쭉 커피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어요.(웃음) 주변 분들과 커피문화를 나누고 싶은 이 마음, 초심을 잃고 싶지 않고요. 이곳 커피 공장을 찾는 모든 분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사랑받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직원들과 소통하며, 손님들과 여유와 즐거움을 나누며 재미있는 커피공간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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