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그 희생자들의 현실과 선택
불평등, 그 희생자들의 현실과 선택
  • 이슬기 기자 (wonderkey@the-pr.co.kr)
  • 승인 2013.11.0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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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책]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 지은이 : 지그문트 바우만 (안규남 옮김)
출간일 : 2013년 8월 30일
출판사 : 도서출판 동녘
가 격 : 1만2000원
면 수 : 123쪽
[더피알=이슬기 기자] 올 초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재산은 전년보다 43.6% 증가한 114억달러, 세계에서 89번째 부자가 됐다. 처음으로 세계 1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였다. 하지만 그간 한국의 경기가 나아졌다는 소식은 아직 접하지 못했다.

오히려 71세인 이건희 회장과 비슷한 연령대 노인들의 자살률은 전갈꼬리마냥 솟구쳐 OECD 중 가장 높은 수치일뿐더러 자살률 1위 국가 대한민국 전체 연령의 평균자살률의 2배를 넘는다. 이들의 자살을 모두 경제적 문제와 연관 짓는 건 무리일 수도 있겠다. 참고로 동 연령대 노인빈곤율 역시 OECD 가입국 중 최고수준으로 평균의 3배에 이른다. 지난 대선 때 기초연금공약이 눈길을 끌었던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물론 부자들의 부가 증가하고 보통사람들이 더 가난해지는 양극화, 중산층 공동화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의 저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 세계적인 추세인 사회적 불평등이 역사상 최초로 영구화돼 가고 있음을 다양한 자료를 들며 지적한다.

그럼에도 대기업이 잘나가면 중소기업과 일반 국민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오래된 믿음, 낙수효과는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저자는 불평등의 희생자들이 오히려 불평등을 옹호하는 기이한 현상을 샅샅이 분석한다. 특히 불평등의 희생자들이 아무 증거 없이 ‘명백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거짓말 중 ▲경제성장 만능론 ▲영구적 소비증가와 행복의 연관성 ▲불평등의 불가피성 ▲경쟁과 정의의 상관관계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1925년 태어난 폴란드 출신 유대인으로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방황하는 개인들의 사회> <새로운 빈곤> <액체 근대> <유동하는 공포> 등 다수의 저서가 잇따라 소개되고 있는 우리시대 석학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거의 파국에 다가섰다. 섣불리 희망을 노래하지도 쉽게 현실을 인정하지도 않는 노학자의 경고가 묵직하다. 우리는 과연 스스로 사유하고 현실 너머의 선택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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